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보낸 일주일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보낸 일주일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8.11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부모 다음으로 사랑을 주는 분들입니다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할아버지 사랑해요. ⓒ권성욱
할아버지 사랑해요. ⓒ권성욱

 

지난주 유치원이 방학인 덕분에 나은공주를 처가댁에 1주일 동안 맡겼다가 어제 데리고 왔습니다. 그 입 짧은 편식쟁이 나은공주가 1주일 동안 먹방소녀가 되어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밥과 반찬을 폭풍 흡입하고 눈 뜨고 일어나면 할아버지 손 잡고 놀이터와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았다는군요. 덕분에 하얀 피부가 새까맣게 탔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집에 오자말자 가장 먼저 하는 말 "할아버지 댁에 언제 갈거야?"


처음에는 처가에 나은공주를 맡길까를 놓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연세 많은 분들께 괜한 폐를 끼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아이에게 엄마, 아빠 이외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도 되었습니다. 평소 자주 찾아뵐 형편이 아니다보니 명절 때 말고는 1년 내내 서로 얼굴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성장기에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정서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흔히 사랑을 많이 받으면 자기 중심적인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선입관을 가지지만 오히려 남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베품과 관용을 알며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 방어 기제 때문에 사회성이 결여되고 자기 중심적이면서 남에게 인색한 법입니다.

​물질적으로는 우리 어린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막상 사랑과 관심은 부족한 것이 요즘 아이들입니다. 부모 생각으로는 평소 내 아이에게 남부럽지 않게 다 해준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가 바래는 것은 값비싼 장난감이나 영어 교재가 아니라 주변의 무한한 사랑과 관심입니다.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해주지 못합니다. 얼마 전 유치원에서 심리 테스트를 했는데 나은공주의 마음 속에는 외로움과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는 트라우마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른 나이에 부모로부터 떨어져 남의 손에 맡겨졌을 때의 상처,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치원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러면서도 강한 자제력으로 여지껏 떼 한번 쓰지 않는 점이 대견하면서도 아빠로서 미안함을 느낍니다.


과거 대가족 시대에는 물질적으로는 빈곤했어도 부모 형제와 일가 친척들이 다 함께 살았고 그 가운데에서 아이는 다른 형제들과 부대끼면서 어른들의 많은 사랑을 누리며 자랄 수 있었습니다. 반면, 핵가족 시대가 된 지금은 가족이라고는 엄마, 아빠 뿐인데다 그나마 하루의 대부분을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집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왕자, 공주도 유치원에서는 수많은 아이들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불행한 세대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애정보다 소위 영재 만들기에 집착하며 뭘 가르칠까를 고민하는 것이 요즘 많은 부모들의 모습입니다만, 어린 시기에는 올바른 정서와 인격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사랑과 관심에 달려 있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멀다는 핑계로 명절 때, 생신 때 이외에는 변변히 챙겨 드리지도 못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에게는 부모 다음으로 사랑을 주는 분들이라는 점에서 그 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스스름없이 할아버지에게 안기고 "할아버지 사랑해요" 하는 모습에 나은공주가 1주일을 얼마나 행복하게 보냈는지 느낍니다. 그것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엄마 아빠들의 즐겨찾기 베이비뉴스, 카카오스토리(바로가기)와 페이스북(바로가기)으로도 만나보세요.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