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
임산부가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5.08.21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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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실로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기와 만날 시간을 손꼽으며 기다리는 10개월은 행복의 시간입니다.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뱃속의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주기만 한다면요. 세상의 모든 임신부는 마땅히 축하 받아야 하고, 세상의 모든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나고 접한 임신부들은 임신의 기쁨은 잠시, 현실의 벽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임신하기 두려운 세상, 아이 낳고 키우기 어려운 세상이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 1.19명.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735년 후인 2750년에는 대한민국의 인구가 소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초저출산 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지금, 정작 임신부는 임신과 출산을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요?

 

 

임신하기 두려운 세상, 언제쯤 바꿀 수 있을까요?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임신하기 두려운 세상, 언제쯤 바꿀 수 있을까요?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임신하면 회사에서 나가!"

임신은 여성 경력단절의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최근 경력 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경력 단절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출산·육아’라는 답변이 전체의 47.4%에 달합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를 봐도 15~54세의 기혼여성 956만 1000명 중 결혼과 임신·출산, 육아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이 197만 7000명(20.7%)에 달했습니다.

 

기업에서는 '임신부 직원이 부담스럽다', '다른 직원에게 폐를 끼친다'는 이유를 들며 임신부의 퇴사를 종용합니다. 출산전후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이라는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대부분의 기업에겐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임신 확인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고민부터 하는 세상에서 저출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임신과 동시에 시작되는 경제적인 부담감은 어떨까요? '낳기만 하면 알아서 큰다'라는 말, 이제는 절대 먹히지 않습니다. 임신·출산 진료비부터 육아용품, 보육·교육비 등 한 아기를 사회 구성원으로 내놓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함께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자료(2012)에 따르면 아이를 낳고 대학졸업(22년간)까지 지출하는 총 양육비가 3억 896만 4000원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자기 자식 키우는 데 돈 드는 걸 앓는 소리 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과 관심만 주고 아이를 키우기엔 참 버거운 세상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하진 못할 것입니다.

특히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출산·육아정책은 부담감을 가중시킵니다. 국내 산부인과병원에서는 임신에 따른 정기진료를 보통 임신 28주까지는 4주에 한 번, 28주 이후부터 36주까지는 2주에 한 번, 36주 이후에는 매주 받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초음파검사 외에도 산전검사, 기형아검사, 정밀·입체초음파검사 등 다양합니다. 그러나 초음파검사의 경우 비용이 본인 부담인데다 병원에서 지나치게 자주 검사를 권하는 경우가 많아 임신 비용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뿐일까요? 일부 병원에서는 태아 초음파 영상을 임신부에게 제공한다는 이유로 몇 만원의 비용을 요구하기도 하고, 영양소 결핍을 이유로 병원 자체적으로 영양제 처방 및 판매를 하기도 합니다. 염증 소견을 내세우며 각종 염증 검사 및 바이러스 검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십 몇 만원을 뚝딱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부인과의 과잉진료가 임신부 당사자 혹은 예비 임신부의 경제적인 부담감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꼽히는 사례들입니다. 이렇다보니 임신·출산 진료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전용카드인 국민행복카드(고운맘카드) 50만 원으로는 10개월을 버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007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출산 관련 의료이용행태 및 비용 분석' 자료를 보면 임신부터 출산까지 1인당 평균 총 진료비는 185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초음파검사나 출산 시 상급병실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및 제왕절개 본인부담을 5~10% 경감으로 과잉진료 등에 다른 진료비 부담을 줄여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현실에서 임신부들이 체감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큽니다.

진료비 부담을 절감하기 위해선 각 지역 보건소를 방문해 산전검사, 초음파 검사, 엽산·철분제 제공, 기형아검사를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건소는 복부초음파만 가능해 일정 임신 주수 이후에만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거나, 토요일 진료가 격주로 있어 직장에 다니는 임신부의 진료가 어려운 점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산비용을 높이는 구태도 말끔히 정리해야 합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산비용을 높이는 구태도 말끔히 정리해야 합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어떨까요? 난임부부와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뒷전으로 물러나기 일쑤입니다.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2014)에 따르면 난임 진단자는 2009년 17만 7039명에서 2013년 20만 1589명으로 2만 5000여 명(14%) 증가했습니다. 난임은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의 결합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난임치료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물론 고비용 부담까지 감당하는 만큼 어려움이 크지만, 이를 위한 지원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난임부부들은 난임을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사회에 서운함을 드러냅니다. 저출산 시대에 아기를 낳고 싶은 사람에게 낳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말입니다.

홀로 출산을 결심한 미혼모들은 출산 후 지낼 곳이 없어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이와 함께 뒤따르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족의, 사회의 어긋난 편견은 미혼모의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아이를 선택한 엄마의 용기에 힘을 보태주진 못할망정, 차별의 눈총을 보내는 우리 사회는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아울러 출산 이후에 체감하는 육아정책에 답답한 건 아이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까요? 경력단절의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임신부들이 출산을 하고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유일무이한 정책인 보육정책은 늘 조마조마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당시 공약으로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돌봄서비스 확대 및 0~5세 보육 국가완전 책임제 실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그나마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국공립어린이집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연신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문제는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꼴입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간의 끝나지 않는 갈등도 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 아이를 위해서 올바른 정책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 아이를 위해서 올바른 정책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오로지 표심을 노리고, 기본을 무시하고 만들어진 정책들도 이제는 되짚어 볼 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저출산 공약이었던 기저귀·분유값 지원 사업은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모유수유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 없이 분유값 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출합니다. 공약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 아이를 위한 올바른 정책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세밀하게 되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임신, 출산이 두려운 현실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봤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속담이지만, 저출산 문제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대한민국에 딱 맞는 말입니다. 임신과 출산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아이들의 미래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둡습니다.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행복한 여성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약속은 언제쯤 지켜질 수 있을까요? 여성들이 행복해지려면, 저출산 정책은 보다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게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은 개개인의 가정이 아닌 온 마을이, 온 사회가, 온 나라가 함께 만들어가야만 가능합니다. 그저 선심성 정책 하나만으로 달라질 수 없는 현실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임신부가 행복한 대한민국, 임신·출산이 진정한 축복이 되는 세상,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요? 이제는 답을 듣고 싶습니다.

 

 

행복한 여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약속, 아직 유효한가요?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행복한 여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약속, 아직 유효한가요?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 *

지금까지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프로젝트를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사마다 보내주신 진심어린 충고도 잊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기사에서는 임신, 출산이 두려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짚어봤습니다.

저희는 아이 낳고 키우는 모든 사람들이 축복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임산부가 축하받는 사회가 만들어져야만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산부의 행복권을 찾는 문제를 넘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돼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서 취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취재를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원고 모집을 통해 임산부 본인의 목소리를 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모두 8명의 독자님들이 대한민국 임산부로서 느끼는 현실을 절절하게 전해주셨습니다. 보내주신 실감나는 이야기는 아래에 모두 덧붙입니다.

☞ "임신기간 진료비 생각하니 근심과 한숨만"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6&NewsCode=201507031605329350000380

☞ "그래요...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6&NewsCode=201507031638420130009504

☞ 나는 대한민국 직장인 임산부입니다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6&NewsCode=201507040844205930000833

☞ 똑똑한 엄마가 되기엔 내가 너무 어리석은 걸까?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04&NewsCode=201508051714300490006908

☞ 어렵게 찾아온 임신 소식 하지만 주변에서는…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6&NewsCode=201508051810200450006196

☞ 출산휴가 석달? 의사 엄마는 두 달만 쉬세요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6&NewsCode=201508061025449100008644

☞ 태아로 돈벌이를 하는 나라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6&NewsCode=201508061436216180003945

 

☞ 내게 다시 찾아온 아기, 그리고 현실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6&NewsCode=2015080717441206500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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