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방법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방법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10.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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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는 칭찬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바꿉니다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이 나은공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성욱
이 나은공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성욱


얼마 전,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너희들이 좀 더 이야기를 잘 하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어떠냐? 앞으로 점심시간에 모두가 식사하는 동안 매일 누군가가 한사람씩 원 한가운데에 들어가서 얘기를 하는 건?"

 

순간 아이들은 '내가 얘기하는 건 그렇지만... 듣는 건 재미있겠다!'든지, '와아! 모두에게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니 너무 신난다!' 등 각양각색의 생각이 들었다. 토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일 돌아가면서 앞에 나가 얘기하는 습관이 조금씩 붙은 어느날, 순서가 되었는데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할 얘기가 하나도 없어!" 라며 계속 고집을 피웠다. 교장 선생님은 그 아이 앞으로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할 얘기가 없단 말이지?" "네, 하나도 없어요."

 

"그럼 만들면 되잖아." "만든다구요?"

 

교장선생님은 그 아이를 모두가 앉아 있는 원 한 가운데에 세운 다음 다시 말했다.

 

"자, 네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올 때까지 있었던 일을 기억해 보렴. 제일 먼저 뭘 했니?"

 

"그러니까...." 아이는 머리를 북북 긁으며 말했다.

 

"그것 봐, 너는 그러니까 라고 지금 말했잖아. 자 그러니까 다음에는 어떻게 됐지?"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났어요."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이렇게 해서 네가 아침에 일어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꼭 재미있는 얘기나 웃기는 얘기를 해야만 똑똑한 것이 아니란다. 할 얘기가 없다고 했던 네가 이야깃거리를 찾아냈다는 것이 중요한 거야."

 

그러자 그 아이는 갑자기 아주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고 나서 말이죠."

 

모두들 일제히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서... 엄마가 말이죠. 이를 닦으라고 해서 이를 닦았어요." 갑자기 교장선생님이 박수를 쳤다. 아이들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그러자 아이는 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나서는, 학교에 왔습니다!"

 

아이들은 아주 즐거워했다. 교장선생님은 다시 크게 박수를 쳤다. 아이들도 아주 힘차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원 한가운데에 서 있는 '그리고 나서'만 연발하던 그 아이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강당 안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그 남자 아이는 이 날의 박수 소리를....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잊지 못했을 것이다.

 

- <창가의 토토, 구로나야기 테츠코 저>에서

벌써 3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6학생 때 선생님이 과학을 주제로 단편 소설을 써오라는 꽤 고난이도의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책은 좋아해도 작문은 정말 싫어했던 저는 원고지를 앞에 두고 뭘 쓸지 머리를 싸매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인터넷도, 비디오도 없던 시절이고 TV가 전부이다 보니 SF라고 하면 로봇 아니면 외계인이었습니다. 그 때 '브이'라는 미드가 한창 인기가 있었는데 나름대로 그것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발휘해 제법 분량이 되는 소설을 썼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작품을 교실 뒤에 전시하여 다같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한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 너가 쓴 거 정말 재미있더라. 다음편은 안 쓰냐?"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여지껏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을 뿐더러, 평소 수줍음 많고 공부든 운동이든 특출나게 잘 하는 것 하나 없다 보니 남들의 주목을 받아보지 못했던 저로서는 처음으로 받아보는 칭찬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말 한마디로 그렇게 싫어했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십이 넘은 지금도 저는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흔히 모든 사람은 타고난 재능 한 가지씩은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재능이란 본인의 노력만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의 힘이란 대단해서 상대에게 큰 힘을 주기도 하고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서툴었던 시절 누군가의 칭찬 한마디에 큰 용기를 얻어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쩌면 재능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그게 너의 재능이야"라고 인정해 주었을 때 비로소 재능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닐까요?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온갖 기대를 하면서도 자신의 눈높이에 조금만 차지 않는다 싶으면 "누굴 닮아 저렇게 멍청할까?" "넌 도대체 제대로 할 줄 아는게 뭐냐?" 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습니다. 잘못은 쉽게 나무라면서 칭찬에는 인색합니다. 나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단점만 들추며 아이의 기를 죽이는 대신, 장점을 찾아내어 칭찬을 아낌없이 해 주세요. 아무리 하찮고 시시한 것이라도 아이는 의쓱해 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것입니다. 값비싼 사교육보다도 칭찬 한마디가 훗날 아이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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