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글 이해하기, 아이들 읽기 지도하기
내가 읽은 글 이해하기, 아이들 읽기 지도하기
  • 기고 = 제경숙 교수
  • 승인 2015.10.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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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빨리 읽기 보다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읽어야

[한국보육진흥원-베이비뉴스 공동기획] 좋은 부모, 배우는 부모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주길 바란다면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베이비뉴스는 보육정책 집행기관인 한국보육진흥원과 함께 ‘좋은 부모, 배우는 부모’ 공동기획을 시작한다. 부모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보고,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외 석학 및 보육정책 전문가, 부모교육 전문가, 현장의 어린이집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특별기고] 경남대학교 유아교육과 제경숙 교수


아이들에게 읽기를 지도하려면 읽을 수 있다는 것의 의미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어려도 글자를 읽을 수 있으면 혼자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한글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성인인 내가 다음 예문을 읽어 보자. 예문들은 예전에 '한겨레신문'을 읽으며 일부 적어본 것이다. 읽은 후 각 예문의 의미를 몇 퍼센트나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예문 1) 위진 남북조 시대에 중국에 들어온 불교는 천태종, 화엄종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화려하게 꽃핀다. 그러나 인도적인 사변은 이내 중국적인 직관으로 바‘뀌며 당(唐)에 이르러 선불교가 도래한다. 육조(六祖)의 깨달음을 통해 선(禪)은 본격적으로 동북아 사유로 자리 잡게 되고 그 뒤 조계종, 조동종, 임제종 등은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된다.     (        ) %


예문 2) 이에 비하면 미진의 상차림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보기에도 그렇고 맛도 그러하다 하지만 담백하면서 나무랄 데 없는 기품이 있고 크게 꾸민 데가 없으면서도 짜임새 있고 자연스럽다. 특히 식사가 끝날 무렵 소반에 차려 나오는 다과상의 모습은 말 그대로 반가 여인의 자상하고 깔끔한 여심을 그대로 담고 있다.     (        ) %


예문 3)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설비투자 규모가 매년 평균 20조원에 그쳐 외환위기 직전인 96년 39조원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 생산능력과 직결되는 기계장치자산이 5년간 16조원(17%)로 줄어들어 우리기업의 생산능력 기반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29일 2526개 제조업체(매출액 10억원 이상)의 5년간 재무제표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반면 제조업체의 현금성 자산은 5년간 17조원(35%)이 오히려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     (        ) %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겨우 한글을 뗀 아이들이 읽어내는 글, 특히 그들에게 어려운 글을 읽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글은 경험하고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으며, 경험이 많은 어른과 함께 읽는다면 그 경험을 나눌 수 있다. 개인마다 이해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은 개개인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글의 이해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경험을 기초로 글을 이해하고, 또 글을 읽으면서 경험의 폭을 넓혀간다.


한편, 글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읽는 것과 생각하고 예견하며 읽는 것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 다음은 이차숙·노명완 교수가 인용하였던, 브랜스포드와 존슨의 유명한 연구에서 쓰여진 소재글이다. 다음 글을 읽고 제목을 붙여보자.


예문 )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먼저 항목들을 몇 가지로 분류한다. 해야 할 양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때로는 한 가지 항목만으로도 충분할 수가 있다. 시설이 모자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면 그렇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 준비는 다 된 셈이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예 한 번에 조금씩 하는 것이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 이 점은 얼핏 보기에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으나, 일이 복잡하게 되면 곧 그 이유를 알게 된다. 한 번의 실수는 그 대가가 비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절차는 처음에는 꽤 복잡하게 보일지 모르나, 곧 이 일이 생의 또 다른 한 면임을 알게 된다. 가까운 장래에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단 이 일이 끝난 다음에는 항목들을 다시 분류한다. 그리고 적당한 장소에 넣어 둔다. 이 항목들은 나중에 다시 사용될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지금까지의 모든 절차가 다시 반복될 것이다 결국 이것은 생의 한 부분이다.


이 글의 제목은 ‘세탁기 사용법’이다. 이제 제목을 알고 나서 위 글을 다시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제목을 알고 생각하고 예견하며 글을 읽는 것과 모른 채 그냥 읽는 것의 차이가 확연할 것이다. 이제 아이들의 읽기 지도를 생각해본다면,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생각하며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빨리 글자를 읽는 능력보다 글을 이해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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