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이나
누가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이나
  • 소장섭 기자
  • 승인 2015.10.2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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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 출간에 부쳐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의 태동


아이를 재운 뒤, 아내가 컴퓨터를 켭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이것저것 찾아봐야 할 게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가서 정보를 찾느냐고 물었더니,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답니다. 100만 명이 훨씬 넘는 엄마들이 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시 접속자가 수 천 명! 신생아를 재운 뒤, 엄마들은 인터넷 세상으로 로그인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이를 위한, 엄마들을 위한 인터넷신문은 왜 하나도 없을까? 아이 키우는데 필요한 최신 정보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언론 하나쯤 필요하지 않을까?’ 2009년의 어느 가을밤, 대한민국 최초 육아신문 베이비뉴스는 그렇게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 육아현실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아이가 생후 6개월 쯤 됐을 때입니다. 6개월 뒤, 직장에 복귀하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아내는 우선 아파트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을 가보겠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그 어린이집에 다녀온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아내의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가 찍혔습니다. 알고 보니, 어린이집 원장이었습니다.


“어머니, 아이 이름부터 빨리 등록해주면 어떨까요? 우리 선생님들 월급주려면, 정원이 채워져야 하는데 아이를 등록하면 나라에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요. 당장 아이를 맡기지 않아도 되니, 이름부터 등록하고 나중에 아이 보내세요. 장보러 갈 때나 급한 일 있을 때 아이 맡아줄게요. 그리고, 매달 10만원씩 입금해 드릴게요.”

충격이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두고, 돈 거래를 제안하다니…….’ 기자 생활을 하면서 복지시설의 정부 지원금 부정수급의 사례를 많이 봐왔었는데, 동네 어린이집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 육아전문지에 대한 생각은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육아정책의 잘못된 부분을 파헤치는 전문 언론이 꼭 필요해보였습니다.


2010년 9월 1일, 아이가 첫 돌을 맞을 즈음 베이비뉴스는 탄생했습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창간 정신 아래 젊은 사람들이 뭉쳤습니다. 유모차가 불편한 공원의 산책길, 간판만 걸어놓고 아무런 편의시설도 마련해 놓지 않은 수유실,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는 장난감도서관, 유모차 이용자에게 경사로를 내려주지 않는 저상버스 등 하나씩 하나씩 개선이 필요한 육아환경을 점검해나갔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시작


그러던 중 우리는 충격적인 뉴스를 만나게 됩니다. 베이비뉴스가 창간한 다음해 5월의 일입니다. 정체 모를 신종 폐질환이 확산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첫 사망자가 나왔는데 바로 산모였습니다. 35살의 젊은 여성은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은 이후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입원 한 달 만에 끝내 숨졌습니다. 그 뒤로, 임산부들이 잇따라 숨지기 시작했고, 엄마들 사이에서는 ‘임산부만 죽이는 신종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다’는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신종플루라는 감염병을 경험해봤던 터라, 그런 괴담이 퍼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베이비뉴스는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관심을 놓지 않고 지속해서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가습기살균제가 그 원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그해 8월 말이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브리핑을 통해서 올 봄 4명의 임산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 미상 폐손상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발표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로 판명된 18건을 대상으로 환자-대조군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경우 원인미상 폐손상 발생 위험도가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비교해 47.3배 높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생활용품은 안전한 것일까?’ 베이비뉴스는 샴푸, 물티슈, 식기세척세제에도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성분의 원료가 사용된다는 점을 파고들었고,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넷에서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생활용품이 살인용품이 될 수 있다는 점, 그 첫 번째 피해자는 엄마와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베이비뉴스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파고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로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이 구성돼 활동하기 시작했고,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이들의 활동을 적극 도왔습니다. 다행히 많은 언론들도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언론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보도가 뜸해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아예 사라져버렸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를 알리기 위한 피해자모임의 활동도 쉬지 않고 계속됐지만 기사를 써서 알리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비슷한 목소리, 비슷한 사진을 연이어서 보도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베이비뉴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기에, 피해자들의 활동은 계속되는 것이고,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언론의 역할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생각으로, 베이비뉴스는 피해자들의 활동현장을 빠뜨리지 않고 챙겼습니다. 피해자들의 곁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진솔하게 전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몇몇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꾸준한 활동이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입법이 추진되기 시작했고, 국정감사장에서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예산까지 확보됐습니다. 물론, 정부의 피해구제책이 성에 안 차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은 아직도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소송도 현재 진행형인 상황입니다.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편집국이 펴낸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 ⓒ나무발전소
베이비뉴스 편집국이 펴낸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 ⓒ나무발전소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주는 교훈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이 사실입니다. 각종 유아용품과 생활용품 속에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물질과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들의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관련 제도와 법률도 의미 있는 진전을 했습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져,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4만 3000여 종이라고 합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 법률로 인해서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이제 명확하게 알게 됐습니다. 우리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 우리 아이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몸속에는 독성물질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얼마든지 우리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모르는 척, 외면하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숨겨두고 살아가서도 안 됩니다. 세상이 반드시 알아야 할 유아용품 속 독성물질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베이비뉴스는 2014년 10월 29일부터 2015년 1월 1일까지 ‘누가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이나’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다음카카오 뉴스펀딩을 통해 ‘엄마는 모르는 유아용품 속 독성물질 심층보고서’를 연재했습니다. 뉴스펀딩은 언론사가 의미 있는 기획기사를 쓸 수 있도록,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베이비뉴스는 가습기살균제 추적보도의 노력을 인정받아 뉴스펀딩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이나’는 뉴스펀딩의 11번째 프로젝트로 진행될 만큼 의미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에 실은 원고의 상당수는 당시 뉴스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한 기획기사들입니다. 당시 프로젝트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이 책을 내게 됐습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베이비뉴스가 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출간은 우리에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더욱 용기를 내어 힘차게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은 베이비뉴스와 함께해준 우리 부모님들의 덕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신 수많은 부모님들,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묵묵히 현장에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파헤치고 있는 전문가분들과 활동가분들의 도움 없이 우리는 진실에 다가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원고를 꼼꼼히 읽고, 아낌없는 조언을 던져주신 울림 두레생협 고은주(해기) 님, 남정애(무무) 님, 조영실(릴라뽕) 님,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요정) 님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바람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긴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게 많습니다. 보다 꼼꼼해지고, 때론 독해져야 합니다. 부모가 1% 변하면 아이는 100%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의 생활습관이 바뀌어야 아이들도 달라집니다.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이 ‘독성물질을 잡는 해독 엄마’가 되길 바랍니다. 누가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일까요? 물론 독을 만들어낸 사람들과 그걸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사회의 잘못이 있지만, 그 독을 먹이는 것은 부모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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