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역, 니은, 디귿.." 아빠와 한글 놀이를 해요
"기역, 니은, 디귿.." 아빠와 한글 놀이를 해요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11.0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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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언제 떼는 게 좋을지 걱정이라고요?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자음과 모음이 각각 적힌 한글 카드로 단어 맞추기 놀이를 합니다.


'ㅈ' 카드를 보여주니까 "자!동!차! 종!이!" 그리고 잠깐 생각하더니 "지!브!라!(얼룩말)"라네요. 순간 빵 터졌습니다. 'ㄱ' 카드를 보여주니 "권나은 할 때 권! 고기할 때 고! 고양이 할 때 고!"


그리고는 생각이 안 나는지 "음, 그 다음 뭐가 있지?" 라며 가우뚱 하길래 "강!아!지!"라고 했습니다. "맞아. 강!아!지. 개! 기차!" 신나게 리듬을 넣어서 외칩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자음보다 모음이 더 어려운가 봅니다. 소리 글자 중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살짝 힌트를 줍니다. '으' 발음 카드를 보고 "아빠 이건 어떻게 읽어?"라네요. "으악! 할 때 으! 음악할 때 으!" 그럼 큰소리로 아빠 말을 따라 외칩니다.


한글은 언제 가르쳐야 좋을까요. 저는 학습에 적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라 방법입니다. 누구집 아이가 두 살, 세 살 때 한글을 떼었다고 우리 아이도 애써 그것에 맞추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때 되면 알아서 하겠지라며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도 아이를 위한 길은 아닙니다. 아이가 호기심을 보여주면 가르치되, 책상 앞에 붙잡아 놓고 억지로 가르치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며 아이는 도망칩니다. 하지만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가르치면 훨씬 재미있게 배웁니다.


우리가 쓰는 한글은 19개의 자음과 21개의 모음, 총 40개의 소리 글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한글을 처음 배웠을 때 공책 한페이지에 걸쳐 "가나다라마바사..." 이런 식으로 '무식할 정도로' 반복해서 적은 다음 받아쓰기했다가 하나라도 틀리면 호되게 야단 맞았던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이런 단순 반복 암기법은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죠. 물론 이런 방법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는 금세 지쳐버리고 싫증을 냅니다.


하지만 같은 것을 외워도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요령이 있습니다. 리듬을 넣어 노래처럼 부르게 하는 법, 이미지로 기억하는 법,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관지어서 기억하는 법 등. 한글 가르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역, 니은, 디귿..." 이렇게 하면 일단 아이는 재미도 없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금세 잊어버립니다. 소리 글자 대신 단어를 통째로 떠올리게 하면서 노래로 부르고 누가 먼저 맞출까 내기를 하면 아이는 공부한다기보다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깊이 몰입할 뿐더러 오래 기억합니다.


​한글을 가르칠 때에는 소리 글자보다는 단어를, 단어보다는 문장을 가르쳐야 합니다. 설령 글자를 읽을 줄 안다고 해도 단어의 의미를 모르고 글에 담긴 의미를 모른다면 아이는 그냥 소리내어 읽는 것일 뿐입니다.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와 연관해서 새로운 단어를 같이 크게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그냥 "가"라고 하지말고 "강아지의 가!" "가방의 가!" 라고 해보세요. 그럼 아이의 머리속에 글자가 오랫동안 남아서 다음에 그 글자를 다시 보았을 때에도 더 쉽게 기억합니다. "이건 강아지할 때 가야. 가방할 때 가. 아빠 맞지?" 또한 평소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빠가 읽어주는 문장을 통해 모르는 단어를 배우고 단어에서 글자를 배웁니다. 이 방법은 한글만이 아니라 영어같은 외국어를 가르칠 때에도 마찬가지랍니다.


​너무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선 기초를 다져주세요. 어차피 기초만 탄탄하면 읽기와 쓰기도 금방 배울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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