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주최하고 근로복지공단 직장보육지원센터가 주관한 '2015 직장어린이집 우수 보육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을 소개한다. 다음은 어린이집 체험수기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국방부 청사어린이집 학부모 홍순정 씨의 수기다.
요즘은 워낙 사건사고가 많다보니 엄마, 아빠들은 안심하고 보낼 어린이집을 찾기 힘들고,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한 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설 좋고 쾌적한 직장어린이집에 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저는 행운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 딸 지원(만4세)이는 2013년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고 있으며 오는 7월 치료종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 진단 받을 때만 해도 절망과 공포 속에서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고, 1년간의 집중 항암치료 기간에는 온 가족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험난한 과정을 무사히 지나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게 되면서 아빠가 휴직을 하고 육아를 전담하게 되었고 엄마는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대기신청을 하고 있다가 운 좋게 공석이 생겨서 딸 지원이와 아들 준표(만2세)가 국방부 청사어린이집을 다니게 된 것입니다. 아직 항암치료 중인 지원이의 어린이집 생활이 걱정되어 선생님과 상담도 자주 했고 중간중간 병원을 다녀올 일도 잦았기 때문에 저는 어린이집에서 오랜 시간 머물면서 이것저것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선생님들의 표정은 밝았고 외부 손님들이 오더라도 어린이들의 생활은 달라질 것 없이 한결 같았습니다.
제가 휴직을 하고 육아를 전담하고 보니 삼시세끼 챙겨 먹이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고 제일 힘든 일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린이집 식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초기에는 지원이의 생활이 전반적으로 궁금하여 등원 후 원장님을 자주 만나 뵈었다가 자연스럽게 오전 간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하원할 때에는 오후 간식도 맛볼 수 있었는데 그 무엇보다 맛이 좋았고, 제가 힘들게 준비한 간식보다 훨씬 훌륭했습니다!
또한 저의 직장동료들은 매월 1회 실시하는 급식모니터링을 대부분 한 번 이상씩 경험했습니다. 원장님, 원감님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볼 수도 있어서 부모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청결, 위생 유기농 재료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맛이 좋은 음식을 우리 아이들이 먹고 있습니다. '언제나 볼 수 있고 언제나 맛볼 수 있는 급식모니터링'은 외부 손님들에게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우리 어린이집의 으뜸 자랑거리입니다.
또한 작년에는 비어있는 시간에 경기장을 활용해 축구교실을 운영하여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는데 갑자기 축구 선생님의 사직으로 축구교실을 할 수 없다며 원장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축구를 무척 좋아하지만 요즘 축구화를 신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저는 "제가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말씀드렸고 원장님도, 선생님들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4월부터 제가 선생님이 되어 축구교실을 운영하였고 등·하원할 때마다 아이들은 저를 알아보고 "지원이 아빠! 축구 선생님!"하며 인사해 줍니다. 만4세, 만5세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30분씩 4개 반 아이들과 뛰어다니다 보면 저도 꽤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이 되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뛰어노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처음에는 몸풀기, 공 주고받기, 공 몰고가기 등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했지만 한 두 번 하다 보니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축구도 축구지만 탁 트인 운동장에 나와서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고 또 충전하고 돌아가는 것 자체만으로 무척 즐거워 보였습니다. 지난주에 벤치에 앉아만 있던 아이가 이번 주에 밝게 웃으면서 공을 차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보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승진이가 "선생님! 저 축구화 샀어요!"하며 자랑하더군요.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저에게도 신선한 기쁨을 선사해준 축구교실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엄마, 아빠들이 어린이집에서 재능을 나누고 아이들의 일일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는 것만으로도 어린이집과 가정이 자녀양육에 대한 동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집에서도 부모님들의 재능기부를 독려하고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엄마, 아빠들이 자신들이 잘 알고 잘 하는 무언가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아이들은 즐거워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가 키워야 할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키워주는 것인데 아이들 교육에 일조하는 부모가 될 수 있다면 큰 기쁨이 되지 않을까요?
이제 곧 복직을 하게 되는 저도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비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지만,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꼭 시간을 내야할 듯합니다.
지원이가 아프기 전에, 좀 더 정확하게 휴직하기 전에는 저는 무척 바쁜사람이었습니다. 일 많이 하고 일 잘 한다는 소리 듣는 것이 큰 기쁨인 줄 알고 살았고 술 많이 마시고 늦는 것도 당연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씨름하다 때로는 화내고 소리치고 반성하고 그렇게 웃고 울고 지내다 보니 지금 이 시간이 다시 오지 못할 최고의 선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힘든 치료의 과정을 지나온 지원이와 준표이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영영 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복직을 앞두고 행복한 일상을 꿈꿉니다.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눈을 맞추는 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은 저에게 무척 귀합니다. 저의 아이들이 자라고 배우고 놀고 웃고 떠드는 곳이며 저를 대신해서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는 곳이니까요. '내 집에서 내 아이를 건강하게 기른다는 생각'으로 기관, 어린이집, 학부모가 함께 힘을 모으는 국방부 청사어린이집에 저도 작은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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