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는 이름으로
'함께'라는 이름으로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5.11.18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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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직장어린이집 체험 수기 부문 최우수상 이경화 씨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주최하고 근로복지공단 직장보육지원센터가 주관한 '2015 직장어린이집 우수 보육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을 소개한다. 다음은 어린이집 체험수기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창원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 교사 이경화 씨의 수기다.

 

어느덧 교사 생활에 접어든지 21년...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다 결혼과 함께 지금의 창원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으로 이직한 후 현재까지 어린이집의 산 역사가 되어 가고 있다. 어린이집의 모든 연령교사를 두루 섭렵하고 체력의 한계로 사직을 고려할 즈음 '시간연장교사'의 업무 매력에 빠져 현재 어린이집 밤을 밝히며 '달님반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만 44세 중년 아줌마이다.


chapter 1. 단지 직업교사일 뿐


보육교사 초기에는 현장에서의 경험부족으로 아이들을 어른 대하듯 조금이라도 그릇된 행동을 할 때면 존중이나 이해보다는 엄하게 하나하나 가르치려고만 노력하던... 꽉 막힌, 정말 재미없는, 애정은 주지 않고 열정만 가득한 단지 직업교사임에 불과했다.


우리 어린이집은 맞벌이 가정을 우선으로 입소자격이 주어지고 밤 10시까지 시간연장보육이 가능한 시설이기에 종일 누적된 피곤함이 나의 행동과 말을 지배하자 온통 짜증만이 가득했던 시절이었고 매일 아침 출근하며 '오늘은 아이들에게 짜증 내지 말아야지~', '오늘은 많이 안아주고 웃어줘야지~'라고 다짐했지만 금세 기억상실증에 걸린 양 행동하며 직장을 오갈뿐이었다.


chapter 2. 위로받다


이렇게 교사로서의 자질부족을 느끼지 못한 채 하루하루 보육교사를 하면서도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구원의 손길을 그 땐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아픔으로 자신들을 돌아봐 주지 않을 때에도 아이들은 마치 나의 자식인양 걱정스러운 듯 끊임없이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사랑으로 가득 찬 따스함으로 나를 안아주며 나에게 생명수를 건네곤 했다.


그런 아이들이 고맙고 미안해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때면 어느새 다가와 "선생님, 아파서 울어요?"라며 눈물을 닦아주며 걱정해주던 아이들의 따스한 온기로 하루하루 기운을 차려 나갔고, 나에게 사랑과 기쁨을 주며 걱정해 주는 아이들이 '바로 옆에 함게하고 있었구나~'라는 그 사실은 보육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자식이 되어가는 작은 악동들에게 웃음 지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거나, 칭찬과 격령릐 말로 내 속에 숨겨져 있던 애정을 조금씩 표현해내며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chapter 3. 아이들을 마주하다


소소한 나의 변화는 어느새 애정 어린 마음으로 오랜 시간 아이들을 바라보게 하였고, 변화무쌍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들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가며 대화하려 노력하는 교사로 조금씩 변모시켜 나갔으며, 들리지 않던 아이들 마음 속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자 '보육교사가 단지 교사이기만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애처롭겠구나~'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침 7시 30분에 등원하여 밤 10시가 되어서야 귀가하는 이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대신할 말과 행동을 어떻게 전할까?',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게 하려면 내가 어떻게 도와주지?' 등등 날마다 고민하며 부모님들과의 의견교류를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나름 좋은 교사, 괜찮은 교사라 자부하며 의기양양 생활하던 그때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chapter 4. 부모이기에 가슴 아프다

 

'나는 꽤 괜찮은 시간연장교사'라는 자부심을 안고 부모님을 대신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양육하고, 교육한다고 생각하며 흐뭇해하다가도 늦은 시간 들려오는 현관 초인종 소리에 고개 돌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가보구나~'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부모에게 매달려 어리광부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무심코 말을 뱉으며 이 소중한 아이들을 내팽개치는 듯한 부모님들을 탓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픈 아이를 퇴근시간 10시가 넘도록 데리러 오지 못하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정신없이 뛰쳐 들어와 아픈 아이를 안고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며 주저앉아 흐느끼던 한 엄마의 모습을 마주하고서야  부모님들의 말 못할 마음 속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현대사회의 바쁜 일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함께 하는 아이들의 얼굴만 보아오던 내 자신이 너무나 작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교사에게 미안하다 울먹이던 엄마의 모습은 가슴 먹먹함과 함께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전해 주었다.


chapter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폭행 보육교사의 논란으로 인해 거리를 걷다가도,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도 '그 cctv 보육교사 봤어?'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변명조차 부끄러워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던 이름 모를 수많은 보육교사들의 억울함을 가슴 절절이 알기에 나는 우리 모두의 땀과 눈물에 박수를 전하고 싶다.


'우리 열심히 잘 하고 있다고... 우리 더 열심히 하자고... 우린 폭력 교사가 아니라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보육교사들을 향해 '감시'라는 시선을 보낼 때에도, 아이들과의 생활과 과다한 보육업무로 모든 에너지가 고갈된 채 지쳐 쓰러질 때에도, 이해하기 힘든 학부모님들의 수많은 요구 사항 앞에서 억장이 무너질 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20년 세월은 아이들과 함께, 부모와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 나가려 노력하던 현장의 보육교사였다.

 

나는 오늘도 좋은  보육교사는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동, 부모와 '함께'여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교사로서, 부모의 마음을 알고 그들을 대신하고자 하는 교사의 자세에서 '좋은 교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의 하루하루가 후회로 채워지지 않기 위해 반성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현장 보육교사로서의 오늘을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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