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는 매가 약이라 하지 않잖아요"
"어른에게는 매가 약이라 하지 않잖아요"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1.1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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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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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예전에는 종종 쓰는 말이었지만, 요즘에 이런 말을 썼다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도 남성이 여성을 때려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진 덕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예외다. 훈육을 이유로 아이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아직도 용인된다. 아이들 역시 부모와 교육자들이 가하는 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랑’과 ‘매’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묶어 만든 ‘사랑의 매’라는 단어는 아직도 살아 있다.


국제 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사무총장 김미셸, www.sc.or.kr)은 “사랑의 매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동도 성인과 같이 인권을 가진 주체이며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덜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체벌을 금지하고자 지난 16일부터 ‘체벌 근절 캠페인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를 시작했다.


21~22일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제1회 아동권리영화제 : Save the Children from Violence’는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공식 행사다. 체벌 금지라는 딱딱한 캠페인 주제를 영화라는 친숙한 매개체로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영화제에서는 아이들이 당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다룬 영화들이 상영된다. 아동 성폭행을 다룬 ‘소원’, 방치된 아이들을 주제로 한 ‘아무도 모른다’와 ‘자전거를 탄 소년’, 인종차별을 다룬 ‘디스 이즈 잉글랜드’, 입양아의 권리를 영화로 풀어낸 ‘피부색깔=꿀색’ 등이 상영작이다.


이번 영화제와 캠페인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영화제와 캠페인을 기획한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을 18일 서울 마포구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부장은 체벌을 용인하는 사회의 분위기에 안타까워하며 아동을 성인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체벌이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벌 금지 캠페인의 목표를 ‘관련 법 정비’로 두고 내년 4월 30일 20대 국회가 출범할 때까지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 부장과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첫 영화제인데도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영화를 초청하고, 인기리에 상영된 작품들까지 섭외했다. 여기에 인기 영화배우, 영화평론가까지 참여한다. 처음인데도 많은 참여를 끌어냈다.


“영화제가 처음이라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의외로 사회 각계에서 공감해주셨고, 이제는 체벌 금지를 이야기할 때라는 확신을 주셨다.


특히 영화인들의 도움이 컸다. 많은 영화인이 흔쾌히 도와줬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이주노동자영화제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활약한 이안 프로그래머가 영화제 기획을 도왔고, 영화배우 김아중 씨, 방송인 박경림 씨도 홍보에 힘을 보탰다. 영화제에서 관객과 대화(Guest Visit)를 진행하는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사례비를 다시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기도 했다. 상영작을 찾는 데는 영화사들이 도움이 컸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김태윤 감독은 체벌 금지 홍보 영상도 찍어주셨다.


영화인들의 도움 덕분인지 영화제 표는 개막 전에 이미 매진됐다. 현재 대기 인원까지 있는 상태다."


- 체벌 금지 캠페인에서 시작한 영화제지만 상영작들의 주제는 더 폭이 넓어 보인다. 어떤 기준으로 상영작을 선정했나.


“신체적 폭력만 폭력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까지 폭력이다. 버려지는 아이들의 고통이 맞는 아이들의 고통보다 가볍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황들이 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다양한 폭력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가령 상영작 중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로,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 나온다. 도쿄 한복판에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힘들게 살고 있지만,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다.


결국 가정 밖에서도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지 않으면 방치되는 아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이가 집에만 꽁꽁 갇혀 있으면 찾기 어렵지만, 아이들이 병원이나 상점 등으로 나갈 때는 이웃과 만나는 접점이 생긴다. 이때 이웃들이 아이들을 잘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 옆집에서 아이를 때리는 듯한 소기가 들린다거나 아이가 집밖에 나오지를 않는다던가 하는 등의 상황에 관심을 두는 게 필요하다.”


- 우리나라에는 훈육의 방법으로 체벌이 오랜 기간, 널리 사용됐다. 체벌이 교육에 꼭 필요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체벌은 문화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다. 한국의 특수한 문화가 아니다. 스웨덴에서도 과거에 아동이 심각한 체벌로 사망한 사건이 무죄로 처리되면서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고, 1979년 체벌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체벌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 때리고 맞는 걸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다. 서천석 박사가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내담자의 70%가 체벌을 지지한다고 하더라. 어른 중에는 ‘내가 맞고 커서 맞아서 잘됐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맞지 않고 컸을 때 어떻게 됐을지는,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매는 신체에 고통을 줘서 행동을 바로 교정하는 즉각적인 처방이다. 공포에 의한 교정이고, 부모를 향한 존경은 없는, 강압에 의한 일시적인 순응을 끌어내는 수단이다. 순간의 효과는 볼 수 있어도, 결국 ‘행동을 고치는 데는 매를 사용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나쁜 교육이다.


체벌 외에 효과적인 훈육 방법이 무엇이 있느냐고 물으면 정확한 답을 주기는 어렵다. 체벌로 아이들을 교육하던 한 교사가 서울시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고 나서 처음으로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의사소통하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의 행위를 고치려 힘을 행사하는 것은 당장은 이로운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이롭지 않을뿐더러, 폭력 외의 방법을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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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성인에게는 ‘매가 약’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다. 상대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무력을 시도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데, 유독 아이에게는 해당된다. 아이를 때려도 폭력 상황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결국 아동을 하나의 인간으로 보지 않는 탓에 생기는 문제다.


사랑의 매라는 말도 없어져야 하는 말이다. 사랑과 매는 양립할 수 없는 단어다. 사랑의 매는 사랑과 폭력을 일치시키는 나쁜, 정말 위험한 단어다. 그런데 사회는 그 단어를 인정한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 잘되라고 때린다, 그건 괜찮다’는 개념을 주는 것이다. 사랑을 핑계로 폭력을 합리화하는 말 자체를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 식의 나쁜 표현이 바뀌어야 한다.


아동을 존중하는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성인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부모와 교사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 어른의 스트레스가 폭력으로 표출된다. 어른들도 처음에는 1대만 때리지만 때리면서 강도나 빈도가 증가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또 어른들이 잠시라도 본인의 시간을 갖고 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개인의 인식 개선에는 사회적 환경 개선이 같이 가야 한다. 이런 뒷받침 없이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 아이들이 먼저 권리를 논리적으로 요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동의 권리란 성인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아동의 권리를 소중히 다루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어른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정말 안 듣는다. 아이들에게 의견을 묻는 게 습관이 되지 않았다. 살면서 한 사람을 온전히 존중한다면 무언가를 결정할 때 의견을 물어야 한다.


11살 아이가 ‘내가 스스로 일과 짤 수 있는데, 엄마는 내 생각을 묻지 않고 학원을 보낸다. 내가 일과를 정하면 안 되느냐’고 항의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 이상하지 않은가. 자연스럽지 않다. 아이에게 사소한 것부터 의사를 물어봐 주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체벌 금지 캠페인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조항같이 민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일부 법률에 체벌을 허용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들이 있다. 이런 식으로 체벌의 범위를 모호하게 정한 법률을 더 찾아내고, 여기에 명확히 ‘체벌은 금지’라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관련 법 개정 운동을 펼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뿐 아니라 다른 단체도 함께하고, 국민도 참여하도록 독려할 생각이다. 지난 16일부터는 온라인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영화제 당일에도 서명운동을 한다. 내년 4월 30일까지 계속 뜻을 모아서 20대 국회에 들고 갈 것이다. 내년 3월부터는 체벌 없이 아이를 키우는 법에 관한 교육도 할 예정이다.


‘법으로 뭐든 걸 다 해결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도 있다. 하지만 체벌 금지를 시행한 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법 제정이 교육상으로도 중요하다. 법으로 일단 금지하고 체벌은 위법한 행위라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 캠페인에 많은 분이 꾸준히 참여하고 관심 보여주시길 기대한다.”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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