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아동, 친권 정지하면 어떨까"
"위탁아동, 친권 정지하면 어떨까"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5.12.09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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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가정위탁아동 친권문제 세미나 열려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우리 아이들 복수여권 만들어 주세요."


위탁부모 홍보대사 '해담이'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3명의 아동을 위탁양육 해온 사은숙 씨의 말이다. 사 씨는 지난 12년 동안 위탁부모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고충들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아이가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발급신청이 있어야 합니다. 위탁부모의 신원보증으로는 단수여권만 발급할 수 있습니다. 제가 돌보는 아동 중 한 명은 친부모가 발급신청을 해줘 복수여권을 발급받았지만 다른 한 명은 위탁모인 제가 신청해 단수여권을 발급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인데 발급된 여권은 다르니 아이들에게 미안해 견딜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보살피고 키우는 데 모든 힘을 쏟는 것은 위탁 양육하는 엄마지만, 아이를 위해 결정적인 결정을 내리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친권자뿐이라는 대한민국 현실에 부딪칠 때가 많지만 엄마 사 씨는 아이들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친권 때문에 난처했던 경험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첫째 아이의 용돈을 아동 명의의 통장에 예금을 했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진 아이의 친엄마는 아이의 통장내역을 조회해 예금을 써버렸습니다. 휴대폰을 만들 때도 친권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신분증과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친부모가 연락이 어려울 경우 아이 휴대폰 개설은 어렵습니다."


이렇듯 대한민국 가정위탁 실태는 양육 부모보다는 친부모의 권한이 강해 아이들이 겪는 불편과 상처가 적지 않다. 가정위탁아동의 양육을 위한 친권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없는 걸까?


9일 가정위탁 친권문제 해결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가 주관한 제10회 가정위탁 세미나로, '가정위탁아동의 양육을 위한 친권문제, 해결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관장 정필현)가 개최한 제10회 가정위탁 세미나('가정위탁아동의 양육을 위한 친권문제, 해결책은 무엇인가')에서 강현아 숙명여대 교수,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 신혜령 한국아동복지학회 학회장 등 토론자들이 가정위탁 보호제도의 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관장 정필현)가 개최한 제10회 가정위탁 세미나('가정위탁아동의 양육을 위한 친권문제, 해결책은 무엇인가')에서 강현아 숙명여대 교수,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 신혜령 한국아동복지학회 학회장 등 토론자들이 가정위탁 보호제도의 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강현아 교수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가정위탁 상황에서도 친권자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찾아와 폭력이나 아동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는 친부모의 경우와 아동은 보호받고 안전해야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을 향한 친부모의 폭력적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강 교수와 정 교수는 "친권자가 보호대상아동의 명의를 도용해 아동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 또는 친권자가 보호대상아동의 수급비 혹은 지원금을 갈취하는 위험까지도 발생해 친권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은 시급하다"고 전했다.


강현아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후견인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친권에 대한 제한 및 정지를 통해 부모의 부적절한 친권 남용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친권의 공백을 후견인 선임을 통해 막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친족위탁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보조금부 후견인제도를 우리나라에서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주제발표에 이어 이를 뒷받침하는 토론들이 뒤를 이었다. 한국아동복지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신혜령 교수가 맡아 좌장을 맡았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주제발표에 동감하며 큰 이견 없이 친권문제 해결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 권재문 교수는 법학자적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아동의 양육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사항들에 대한 권리·의무를 부모와 공적 양육자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모색해야만 한다"고 의견을 냈다.


"위탁양육 기간 동안은 친권을 정지시키는 것이 옳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시적으로 친권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보호조치를 행정부서에서 법원을 거치도록 해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원포인트 제도가 필요하다."


2006년부터 16년간 경기북부가정위탁센터의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1동 주민센터 박상욱 주무관도 "위탁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기간에는 친권 제한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동복지법 개정이 어렵다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의견을 보탰다.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에 속해있는 가정위탁 '라온제나' 3기 이동권 씨는 위탁 아동 대표로 토론에 참석했다. '즐거운 나'의 순수 우리말인 '라온제나'는 위탁 가정 아이들이 모여 위탁아동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위탁아동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모임이다.


현재 21살로 성인이 된 이 씨는 지금은 쉽게 만들 수 있는 휴대폰과 통장이지만 미성년자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위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친권의 부재와 위탁 가정에는 주어지지 않는 권한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들이었다. 이 씨는 직접 경험했던 일들을 회상하며 "가정위탁 부모님이 법적 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법적 대리인 서류를 발급하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위탁아동들의 불편함은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 안지현 팀장 역시 위탁부모에게는 불편한, 아동에게는 상처가 되는 '친권' 문제를 짚으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아동과 위탁가정의 불편한 문제들을 지적했다.


각계 각층의 의견을 모두 듣고 입을 연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설예승 과장은 "쉽지 않은 주제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안과 의견을 종합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운을 뗐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복지부를 비롯한 중앙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실제로 실무자들이 위탁가정 문제에 대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 센터와 함께 협력해 친권문제뿐만 아니라 위탁 가정 양육비 등 여러 관련 문제도 발로 뛰고 개선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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