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 시집·장가보내려거든
한국 청년 시집·장가보내려거든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1.2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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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4인이 말하는 청년 결혼에 필요한 것들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지난 5일 오전 서울 구로디지탈단지 내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는 2, 30대.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지난 5일 오전 서울 구로디지탈단지 내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는 2, 30대.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이무이유(二無二有). 이달 초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 30대 청년 네 명이 말한 ‘결혼하기 어려운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시간과 집은 없고, 주변의 간섭과 성차별은 남아 있다는 의미다. 거칠게 말해 시간과 집을 주고, 간섭과 성차별은 없애면 결혼하는 청년이 늘어날 수 있는 셈.


이건 비단 네 사람의 의견만은 아니다. 정부 역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장시간 근로와 불안정한 주거를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보고 대책을 마련했다.


그래서 전문가 네 명에게 이무이유(二無二有)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 묻고 답변을 들었다. 인터뷰는 7일부터 20일까지 각기 다른 날짜에 했지만, 대답은 한 데 엮어 대화 형식으로 정리했다.


인터뷰에는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윤홍식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이상림 부연구위원,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이 응해줬다.


◇ 직장이 안정돼야 시간이 생긴다


베이비뉴스 : 일단 ‘결혼에 필요한 것들이 청년에게 왜 없는지’를 알아야겠다. 먼저 시간이 없는 이유가 궁금하다. 청년들은 일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다고 호소한다.


윤홍식 교수 : 장시간 노동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근로 시간이 줄면 수당이 줄어드는 탓에 근로자들이 근로 시간을 줄이길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급여 체계가 기본급 중심이 아니라 상당 부분 추가 수당에 의존하게 돼 있는 탓이다. 바꿔 말하면 기본급만 받아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임금 구조가 바뀌어야 노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베이비뉴스 : 노동 시간을 줄이면 연애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 아이는 키우지 못할 것 같다. 애를 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결혼이고 출산이고 싫다는 사람도 있다. 출산 직후에는 휴직해야 아이를 볼 수 있지 않나.


윤홍식 교수 : 우리나라에서도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제도로 만들어 보장한다. 현실에서 사실상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다. 명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육아 휴직을 이용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성과 중심적인 조직 내에서는 육아 때문에 일을 중단한다는 것이 경력에 방해될 가능성이 크다.


설사 불이익을 감당하고 육아 휴직을 한다고 해도 이 기간에는 통상 임금의 100%, 최대 150만 원까지 3개월만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비정규직은 해당되지 않는다. 육아 휴직을 쓸 수 없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 살기 좋은 곳에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을


베이비뉴스 : 시간이 있어도 집이 없으면 결혼을 못 한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이 공개한 자료를 보니 2015년 6월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9.4년 동안 월급을 모아야 한다더라.


임경지 위원장 : 그래서 정부도 2008년부터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이 미달된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신혼부부가 배가 불러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


쌀만 있다고 사람이 먹고 살 수 없듯이 주거지는 인프라가 중요하다. 특히 결혼한 가정은 교육 환경이 주거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선 곳을 보면 교통도 불편하고 학교도 개교하지 않은, 허허벌판인 곳이 많다. 좋지 않은 선택지를 주고, 왜 선택하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꼴이다.


베이비뉴스 :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결혼하는 사람 보면 공공임대주택을 구하는 사람보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도 신혼부부의 전세 자금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임경지 위원장 : 정부가 대출 정책을 쓰는 게 과연 맞느냐 하는 고민이 있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관련 대출 상품은 많다. 다만 그것이 주거의 안정에 이바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출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 전셋값이 상승하고, 가계에서 주거비가 자치하는 부담도 커진다. 또 청년층은 직장이 불안정해서 대출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 많다. 대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거 문제를 대출로 풀 것이 아니라 전세 시장을 안정화해야 해결이 된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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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직할 수 있어야 결혼도 가능


베이비뉴스 : 결국 은행 빚을 지지 않고 집을 구하려면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부모 돈으로 결혼하는 청년들은 어른들의 간섭이 심해 힘들다더라. 어른들 탓에 결혼이 깨진 사례도 있었다. 취재하면서 만난 32세 직장인은 결혼이 “투자금과 발언권이 비례하는 축제”라고 표현했다.


이상림 부연구위원 : 청년들의 근로소득으로는 결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생기는 현상이다. 옛날에는 열심히 벌면 살 수 있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도시 근로자 기준으로 40대 중반 이상이면 2억 5000만 원 정도를 모았다.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도 있었다.


요즘 청년은 열심히 일해도 그 나이 때 2억 5000만 원을 못 모은다. 부채도 많다. 경제적 계층의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결혼할 때 전세로 시작하는지, 월세로 시작하는지에 따라서 나머지 삶이 다 규정된다.


베이비뉴스 : 청년들이 경제적 약자가 돼 버린 건 벌이가 안정적이지 않아서가 아닐까.


이상림 부연구위원 : 임금이 낮게 형성돼 있다. 임금상승률을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크다.


윤홍식 교수 : 취업 공고를 내면 일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는 시대다. 사측의 요구를 다 감당하고서라도 취직해야 한다. 하지만 구직자와 일자리의 숫자가 균형을 이룬 사회에서는 사측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제할 수 없다.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 있는 사회가 되려면 노동시장의 구조를 정부가 나서 재편해야 한다. 현재로써는 민간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만약 민간기업에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면 그 비용을 한 기업이 다 떠안아야 한다.


결국 취업난을 해결하려면 공공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고, 공공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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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와 육아, 남자도 안 하면 손해


베이비뉴스 : 여성 중에서는 경제적 이유보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결혼 안 하겠다는 이도 꽤 있었다. 아무리 사회에서 똑같이 일하고 벌어도 결혼하면 가사노동과 육아는 오롯이 여자의 몫이라는 거다.


박차옥경 사무처장 : 가사 노동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살면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그걸 하지 않으면 삶이 불편하다. 그런데 그 노동을 여성에게만 부과하고, 가사 노동을 하지 않아야 남자답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면 밖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남성의 역할일까. 다시 말하지만, 가사는 개인이 생활을 영위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노동이다. 부양책임자라는 이유로 그것들을 하지 않다가는 가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 할 일을 못 한다. 독립적인 인간으로 서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돌봄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여성만의 일로 간주된다. 남성의 인생 과정 중에 다른 이를 돌보는 일은 없는 것처럼 여긴다.


베이비뉴스 : 어떻게 보면 가사 노동이나 육아를 하는 게 남성에게도 필요하다는 말 같다.


박차옥경 사무처장 : 육아를 하면 아이와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느끼는 자기 만족감이 있다. 육아 휴직을 한 남성들이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와의 관계가 변하는 걸 느끼고, 만족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역으로 말하면 육아 휴직을 하지 못하는 남성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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