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섰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다”
“정부가 나섰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다”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3.2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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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시민·학술단체 42개 성명…정부의 대책 마련과 이행 촉구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성명’을 발표했다. 김은실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성명’을 발표했다. 김은실 기자 ⓒ베이비뉴스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으로 여러 곳이 북적이던 20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는 아이 9명의 영정이 늘어섰다. 이날은 몸무게 16㎏, 키 120㎝에 불과한 11세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로부터 도망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아동들의 연이은 학대 사망 사건에 시민단체와 아동단체, 학술단체와 변호사회 등 42개 단체가 20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성명에 동참하는 단체 회원과 직원,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성명 발표에 앞서 이들은 올해 들어 드러난 학대 피해 아동의 사연을 읽었다. 친부 폭행으로 기절했으나 방치돼 사망한 10세 남아, 운다는 이유로 엄마가 던진 장난감에 맞아 세상을 떠난 9개월 여아, 친부와 계모에게 폭행당하다 사망한 13세 여중생,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7세 여아, 친부의 학대로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여아.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친부와 계모에게 학대받아 사망한 6세 남아, 이모의 발길질에 사망한 3세 남아. 그리고 친부와 계모에 의해 살해됐다고 의심받지만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4세 여아까지. 이 모든 일이 올해 1월부터 3월 20일 현재까지 세상이 드러난 일들이다. 이들의 사연을 낭독한 이후에는 사망한 아동들을 위해 묵념했다.


기자회견을 연 단체들은 아동들이 이렇게 학대받고 사망할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약속과 대책을 내놓고는 정작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쏟아진 대책들은 대부분 2014년 2월 발표한 정부의 종합대책에 이미 다 포함됐던 것들이며, 2014년 9월에는 부총리, 지난해 5월에는 대통령이 아동학대형 의무교육 이탈을 막겠노라고 공언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일련의 약속들을 지키려고 정부가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몇몇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대로 아동이 사망하는 일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더 세밀한 대책을 내놓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아동학대를 막는 데 필요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10대 제안’을 발표했다.


10대 제안은 ▲아동보호를 책임질 중앙 및 지방정부의 상설 컨트롤 타워 구축 ▲아동보호를 위한 국가 예산을 증액하고 안정적으로 편성 ▲아동학대 정보의 공유를 위해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 구축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쉼터와 치료 지원 확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인력을 확충하고 차등적 대응 시스템 마련 ▲법 집행자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개선 방안 마련 ▲특례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미한 아동학대에 대한 초기 개입 강화 ▲학대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의 협업 강화, 위기가정 지원 ▲아동학대에 관한 세부지침 마련해 체벌과 방임 전면금지 부모교육 강화 ▲신고의무자의 직종별 교육 강화, 사업장별 보호팀 구성이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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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성명의 내용에 동의하는 시민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한 시민들은 울고 있는 아동의 얼굴에 스티커를 붙여 우는 아이의 얼굴을 웃는 얼굴로 바꿔 주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근무하는 유용선 씨는 이날 12세 딸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아이에게 상황을 단순히 이야기하기보다는 참여했다는 기억을 주고 싶어서다. 아동단체에서 일하는 그조차도 “정부가 대책이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건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상명대 굿네이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이다영 씨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아동학대 관련 뉴스가 많이 나와 충격을 받았다”며 “이런 활동으로 아이들이 더는 학대 받지 않는 사회, 아이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충분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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