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예비 엄마 아빠들에게 고하는 글
임신 전 예비 엄마 아빠들에게 고하는 글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1.10.31 19:33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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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키우는 것이 삶의 90%가 변화되는 것인 줄 알았더라면…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내 나이는 31. 23개월 딸아이의 엄마이자 27주 뱃속 아가의 엄마이다.

 

남편과 20살에 만나서 7년간 연애를 하고 결혼해 5년차 주부가 됐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는지. 얼마 전 만으로도 20대를 영영 '빠빠이'하는 20대 마지막 생일파티를 했다. 이제 만으로도 20대라 우길 수 없다는 사실에 실제 30살이 됐을 때보다 더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내 20대는 놀만큼 놀고 술도 마실 만큼 마시며 여행도 다닐 만큼 다녔다고 자부했는데.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니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놀러 다닐걸, 더 열심히 배우고 더 열심히 살걸,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만 29세였던 작년 생일. ⓒ정옥예
만 29세였던 작년 생일. ⓒ정옥예

 

결혼한지 1년 4개월 만에 첫 아이를 임신했다. 2009년 1월. 그간 피임을 하다가 2010년 1~3월생 아기를 갖고 싶어서 임신계획을 했다. 혹시나 아이가 빨리 생기지 않을까봐 몇 달 빨리 임신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세상에나. 한방에 임신이 됐고 2월 임신 사실을 확인했고 2009년 10월의 마지막 날 우리의 첫 번째 천사는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와 줬다.

 

원래 예정일은 11월 10일 이었으나 엄마아빠가 빨리 보고싶었는지 11일이나 일찍 태어났다. 괜히 헛나이(?) 먹는 것 같아서 왠지 억울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연말 생일인 아이들이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둘째는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예정일이 1월 15일이다. 하지만 첫째도 11일 빨리 태어났는데 둘째는 그보다 더 빨리 태어나서 12월생이 될까봐 살짝 불안하다.

 

첫 아이를 낳기 전. 빨리 아기 얼굴이 보고 싶었다. 배는 무겁고, 새벽마다 화장실을 가고….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아기 얼굴이 궁금했고 뱃속 아가의 건강이 걱정돼서 차라리 태어나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이지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임신했을 때는 남편과 새벽에 야식 먹으러도 가고, 둘이 손잡고 데이트도 다녔으며 해외는 아니지만 장거리 여행도 문제없이 다녔다. 맘만 먹으면 못 갈 곳이 없었고 못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2009년 10월 31일. “응애~응애~” 울음소리가 터진 이후로 나의 생활은 180도 바뀌어버렸다. 우선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에도 한 시간에 한 번씩 깨서 젖을 찾는 아이 때문에 나는 하루 종일 잠이 모자라 비몽사몽이었다. 어느 정도 아이가 컸을 때는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일단 짐이 어마어마 했고 비행기를 탈 때는 아기가 중간에 보채지는 않을까 싶어 젖떼기 전에 다녀왔다.(보챌 때 젖을 물리면 울음을 멈췄기 때문) 외식을 할 때도 휴대용 의자를 가지고 다니거나 아기 의자가 있는 곳,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 곳을 선호하게 됐다. 순전히 내 취향보다는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곳 위주로 바뀌었다. 나는 아기를 맡길 데가 없다. 당연히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 돼 버렸다. 깨어 있을 때 아기는 하루종일 놀아달라고 보챈다. 진득하니 책을 읽을 시간도 없다.

내가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아기를 낳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본다. 연애를 오래 했기 때문에 신혼도 연애의 연장선처럼 생활했던 우리 부부. 아기 낳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꼭 가고 싶던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휴가를 오래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유럽여행을 미루고 가까운 곳으로만 다녔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후회가 된다. 아기를 낳고 나니, 두 아이를 데리고 유럽을 가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또 많은 종류의 책을 읽고 싶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도 다 배워보고 싶다. 그리고 주말 저녁에는 남편과 매주 극장에 가서 심야영화를 보고 싶다.

 

결혼 1주년에 갔던 홍콩-싱가폴 여행. ⓒ정옥예
결혼 1주년에 갔던 홍콩-싱가폴 여행. ⓒ정옥예

 

아이와 함께 하는 외식, 여행도 물론 나름의 행복이 있지만 남편과 단둘이 즐기던 그 달콤함도 때로는 그립다. 아직 아이가 없는 친구 부부의 서울랜드 야간개장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부러움이 밀려온다. 예쁜 옷 입고 남편과 손잡고 놀이동산에 가서 사진도 찍고 싶다.

 

아기 낳고 키우는 것이 이럴 줄 알았다면 아기를 낳고 할 수 없는 일들 모두 다 해보고 사진으로, 글로, 기억으로 남겨 뒀을 텐데…. 아직 임신 전인, 출산 전인 신혼부부들이 있다면 꼭 많은 것을 즐기고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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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m**** 2011-11-02 20:11:00
공감하는 내용이네요..
그때가 좋을때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사네요.^^

지금은 미운 세살이

senala**** 2011-11-01 15:49:00
맞아요
정말.................삶의 변화를 확연히 느끼고 있어요

wo**** 2011-11-01 11:16:00
읽고 또 읽어도
공감 백배~!!!
뱃속에 있을때가 젤로 활동하기 좋았다는것을
아이

b**** 2011-11-01 10:47:00
정말 공감...
생활이 정말 아이 중심으로 바뀌게

seb**** 2011-11-01 08:15:00
저도요~
그러게요 아이를 낳고보니 새로운것도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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