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욕심이 만든 아동연예인…아이의 행복은?
부모의 욕심이 만든 아동연예인…아이의 행복은?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7.18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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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있는 아동노동, 명백한 아동학대"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현재 연예계에는 김환희, 박민하, 걸그룹 프리티 등 수많은 아동들이 무대, 브라운관,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을 홀리고 있다. 과거 아동연예인은 성인 주인공의 어린 시절, 가족드라마의 주변인 등 주로 감초 역할에만 머물렀고, 성인예능인이 장악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성인배우 못지 않은 심도있는 연기력, 예쁜 외모, 가창력, 재치있는 입담으로 무장해 성인연예인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아동연예인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요즘, 이들에게 뒤따르는 고통은 없을까. TV 속 화려함의 이면,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연예인의 실태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기사 싣는 순서>

① 아동연예인의 인권, 어디서 보호받나요?
② 엄마의 욕심에 상품이 된 아동연예인

"제 의지가 아니라 힘들었어요."

네 살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해 현재 성인 연기자가 된 A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광고도 찍고, 연기도 배웠다. 그런데 당시 내 의지가 아니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연기의 길로 접어든 것에 만족하지만 어릴 때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

아이돌 그룹 멤버가 된 B 군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릴 때 연예인에 대한 꿈이 전혀 없었다. 엄마의 꿈이 연예인이였는데 나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부모의 손에 이끌려 연예 활동을 하는 아동의 사례에 대해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아동의 의견존중, 참여자유의 원칙이 배제된 것"이라며 "이는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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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 문제"

성인은 물론 아동을 포함한 모든 개인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과정은 마땅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특히 196개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12, 14조에 따르면 아동은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성인은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아동 특히 영유아는 판단력과 노동 의식이 부족하고 의사 표현이 서투른 시기이다보니 본인의 의지보다 부모의 욕심에 연예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2년간 유아 패션화보 촬영을 진행했던 한 육아잡지 에디터는 "촬영장에 오는 유아 모델 중 90%는 엄마의 강요로 인해 모델을 한다"며 "촬영하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마구 혼내는 엄마도 있었고, 스튜디오에서 신발들고 도망가는 아이를 잡아오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또 배우 곽도원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역 배우들을 부모 욕심에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심지어 몇몇 부모들은 자는 아이를 현장에 끌고 나와 따귀까지 때리면서 연기를 시켰다"고 전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만성적인 정서적 방임, 과중한 학업 강요뿐만 아니라 강제성이 있는 '아동 노동'도 아동학대의 범주에 넣고 있다. 정병수 국장은 "아동은 성인보다 취약하다. 따라서 아동을 고려할 때 '똑같은 행동을 성인에게도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상식적으로 성인에게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면서 때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 아이 연예인 시키는 이유는?

부모가 아이에게 연예활동을 시키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가 원해서 ▲끼가 많아서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자 도전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경제적인 이유를 비롯해 ▲자랑하고 싶어서 ▲못 이룬 꿈을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하고자 ▲자녀가 대중에게 보여지는 기쁨,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등 부모 자신을 위한 경우도 있다.

여기에 여진구, 서신애, 김유정 등 잘 성장한 아역배우들을 보며 '우리 아이도 이들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연예활동을 시키는데 한몫 거든다.

하지만 정병수 국장은 "부모들은 '아이가 다 잘 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는데, 아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어떠한 일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 아이와 논의하는 것은 물론 참고 견딜 수 있는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아역모델 에이전시 관계자는 "억지로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작사에게 무조건 아이를 시켜달라고 할 수는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아이가 얼마만큼 잘 받아 들일 수 있는 지 검증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봐야"

어린 나이에 부모의 강요로 노동을 체험하는 부정적 경험은 아이에게 행동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고까지 제한해 건강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최명희 신구대 아동보육전공 교수는 "아이들은 흥미 있는 것을 스스로 찾고 몰입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자아존중감 등이 커진다. 하지만 자신의 수많은 내면욕구를 뛰어 넘어 부모가 강요하는 것을 하는 아이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 경험이 적어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솜아동청소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신정희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자신의 결정이 아닌 부모가 만들어준 틀 안에 갇힌 아이는 자아가 없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존감, 자신감이 낮고, 본인의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과 자제, 통제력 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보호자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승수 초록우산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아이들에게 부모는 최상의 조언자다. 부모로서의 역할을 숙지하고 아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대화하면서 함께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희 교수는 "촬영 현장에서 아이들은 오랜 시간 알 수 없는 불편함, 긴장감을 느껴 뇌에 손상이 올 수 있다"며 "감정 발달의 중요인 시기이므로 아이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아이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병수 국장은 "자녀가 내 것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 한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인간으로서 존중과 존엄을 지켜주시길 바란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는 사회에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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