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겨우 4주만에 한글 떼라고?"
"초등학교 1학년, 겨우 4주만에 한글 떼라고?"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8.19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일 사교육 부담 해소 위한 정책토론회 열려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현행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한글 및 수학교육은 사교육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을 기준으로 기본과 기초가 생략된 교수·학습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대부분의 교과목은 한글교육 이수를 전제로 수업이 진행돼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학습흥미 감소, 학업성취 부진 등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는 과잉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작용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사교육 부담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이 토론회는 사교육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한편, 사교육 부담 해소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초등국어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2국장, 강혜승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신익현 교육부 한교정책관, 김화경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김현철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등 교육계 전문가가 참석해 사교육 현황과 원인을 심층분석하고, 사교육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을 논의했다.


전국수학교사모임, 전국초등국어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서울시교육청, 교육방송,박경미 의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사교육 부담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전국수학교사모임, 전국초등국어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서울시교육청, 교육방송,박경미 의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사교육 부담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금수저 사교육비, 흙수저의 14배"


먼저 김화경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와 김현철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소득계층별 사교육비 지출격차를 분석하고 사교육비 불평등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화경 교수는 "교육격차가 부의 격차를 만들고 다시 부의 격차가 그 후손의 교육 격차를 확대하는 악순환은 세계적으로 우려되는 현상"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이 유달리 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화경 교수가 제시한 '2015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통계청 자료를 보면 서울 거주 가구소득 600만 원 이상의 '금수저그룹'과 읍면거주 가구소득 200만원 이하의 '흙수저그룹' 사이의 사교육비 차이는 초등학교의 경우 6.29배, 중학교는 6.37배, 고등학교는 14.01배다. 두 그룹 간 교육비 격차는 상당하다.


또한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교 39만 5000원, 중학교 49만 원, 고등학교 69만 1000원이고, 특히 중산층(월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으로 국한하면 초등학교 48.2만 원, 중학교 58.0만 원, 고등학교 82.4만 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김화경 교수는 "만일 두 자녀 가정인 경우 가구 소득의 1/3이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셈으로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진단했다.


김현철 교수는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소득계층간 사교육비 지출규모의 차이로 교육기회 형평성이 저해된다"며 "교육이 이제는 계층고착화 또는 양극화의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김현철 교수는 "미국의 NCLB법안(No Child Left Behind, 낙오학생방지법)처럼 교육복지 확대방안을 수립하고, 계층간 격차가 비교적 크게 나타나는 초등학교 예체능 프로그램이나 저소득층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구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교육 걱정없는 세상이 돼야"


이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특히 초등학교 1학년 국어, 수학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부원장은 "한국은 전세계 유일하게 모국어 문자 해독 교육을 공교육에서 책임지지 않는 나라다. 공식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글 읽기를 익히도록 돼 있는데, 할애된 시간은 겨우 4주다. 한글을 읽지 못하던 아이가 4주간 한글을 배우면 글을 읽게 되느냐"며 "그래서 '한글○○'와 같은 사교육이 돈을 번다"고 꼬집었다.


이 부원장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떼고 오는 학생들이 주류라면 교육당국은 한글 읽기 교육과정을 유치원 누리과정으로 내려보내거나, 1학년 한글 읽기 수업을 4주가 아닌 4개월쯤으로 늘여야 맞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문제가 지속 제기되자 최근 교육당국은 2017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한글 수업시수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 부원장은 "단순히 교육시간을 개정한다고 해서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한글을 가르쳐 보내라'는 이미 왜곡된 교육방식이 광범위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보다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개선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 부원장은 최근 도입된 '스토리텔링 수학'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스토리텔링 수학은 일상 속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수학 개념을 익히도록 하는 교육방법이다.


이 부원장은 "활동으로 익혀야 할 것을 모두 문자언어로 된 '문제'로 바꿔 놓았다.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부터 문항당 3~5줄 짜리 긴 문제가 나온다"며 "아이들은 문자로 길게 서술된 내용을 읽고 나서 이를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그려본 뒤 이를 다시 추상적인 수식으로 표현해 해결해야 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근심과 불안, 사교육이 자동으로 따라붙고 수포자(수학 포기 자)가 자연스레 는다는 것이 이 부원장의 의견이다.


이 부원장은 "초등학교 주요 교과서는 국정(한 종의 교과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니 교육당국이 심기일전해 새로운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내려보내거나 아이들의 눈높이를 가장 잘 아는 교사가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수업을 진행토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 "방과후학교, 효과적인 사교육 경감 대책"


김성식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 경감 정책의 하나로 방과후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중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방과후학교 참여와 사교육 참여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는 방과후학교의 사교육 경감 효과가 단지 기대나 인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2014 사교육비 및 사교육 의식조사 결과 분석 연구'(박성호 외, 2015)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집단에서 '사교육을 지속한 학생'(75.5%, 63.0%)이 '사교육을 중단한 학생'(9.7%, 10.5%)보다 훨씬 많았고, 반대로 방과후학교를 지속한 집단에서 '사교육을 하지 않는 학생'(13.2%, 24.2%)이 '사교육을 시작한 학생'(8.2%, 10.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방과후학교가 좀 더 효과적인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저렴한 가격'에 있어서는 안 되고 '질적 우수성'에 기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 정규 교육과정과 좀 더 연계된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민간 영역의 참여를 학대하되 평가인증제, 사교육기관 공시제 등 공공성 확보를 위한 규제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수요에 대한 파악과 주기적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과 관련해 신익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고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수학 멘토링, 축제, 게임기반 온라인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며 "방과후학교의 경우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돌봄 수요가 크기 때문에 가정과 같은 보살핌이 가능한 질 높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한편, 예술, 체육 등 학생의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편성토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을 주최한 박경미 의원은 "사교육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까지 다시 사교육을 찾게 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학교수업은 선생학습을 전제하지 않고 기초부터 충실하게 가르치겠다는 교사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전국수학교사모임,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좋은교사운동, 서울특별시교육청, 한국교육방송공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기초가 튼튼한 학교 교육을 위한 협약식'을 통해 선행학습을 전제로 이뤄지는 수업을 방지하고 기초가 튼튼한 수업으로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을 약속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