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실의 시대, 유모차 부대] "박근혜 게이트, 아이도 알아야"
[순실의 시대, 유모차 부대] "박근혜 게이트, 아이도 알아야"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6.11.25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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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말해주고 아이 의견도 경청해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특별기획] 순실의 시대, 유모차 부대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작금의 현실은 국민들을 혼동에 빠트렸다. 국민들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분노, 자괴감, 그리고 깊은 상실감까지 너무나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6년 우리는 끝 모를 ‘상실의 시대’ 아니, ‘순실의 시대’에서 허덕이는 중이다. 괴롭고 미안한 시간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순실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 너나 할 것 없이 높게 든 촛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야 한다는 깊은 염원의 상징이다.


촛불집회 현장 속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거리로 나온 ‘유모차 부대’도 있다. 상실의, 순실의 시대일지라도 아이들의 미래만큼은 어른들이 지켜주자는 마음이 유모차 부대를 이끌었을 것이다. 베이비뉴스는 특별기획으로 ‘순실의 시대, 유모차 부대’를 싣는다.


'박근혜 무조건 방빼!'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촉구 4차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영유아 가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박근혜 무조건 방빼!'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촉구 4차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영유아 가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온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마비다. 한 달이 훨씬 넘었다. TV를 켜도, 휴대폰을 열어도 매일매일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뉴스가 쏟아진다. 아이들과 함께 보는 예능프로그램이나 개그프로그램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들이 넘쳐난다. 이번 주말은 사상 최대로 3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부모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이 상황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게 좋을지, 설명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경우는 더 걱정스럽다. 아이들에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베이비뉴스는 이 같은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촛불집회에 아이와 함께 간다면,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해 꼭 아이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이에게 ‘박근혜 게이트’ 정확하게 말해줘야 한다”


‘어려서 모를 텐데’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 박근혜 게이트가 무엇인지,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국민들이 분노하는지에 대해 아이에게 반드시 말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부천대학교 전성수 유아교육과 교수는 “객관적 사실을 숨기지 않고 알려주되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 아이 연령에 맞는 수준의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전 교수는 “아이 수준의 단어로 지금 현 상황에 대한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 다음 그에 따른 교훈을 부모가 설명하기보다 아이가 사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현재 박근혜 대통령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전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고 아이가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있는 그대로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는 것, 투표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전 교수는 “아이가 컸을 때 어떤 지도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말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유대인교육법 전문가이기도 한 전 교수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정치나 현재 이슈에 대해 대화와 토론, 논쟁하는 게 완전히 일상화 돼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연령에 상관없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다양한 역사와 이슈들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 교수는 “유대인들은 현재 이슈에 대해 숨기지 않고 아주 구체적으로 아이에게 알려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 부모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엄마와 아이가 생각이 다르면 끊임없이 논쟁한다”며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왜 촛불집회 가는지 설명해줘야”


12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가자 2016년 민중총궐기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문화제 참가해 촛불을 들고 있다. 주최측 추산 100만 여명이 광화문, 종로, 서울광장, 서대문, 남대문, 을지로 일대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가자 2016년 민중총궐기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문화제 참가해 촛불을 들고 있다. 주최측 추산 100만 여명이 광화문, 종로, 서울광장, 서대문, 남대문, 을지로 일대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촛불집회에 아이와 함께 갈 경우라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전 교수는 “촛불집회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까, 안 좋을까는 중요한 게 아니다. 데리고 갔을 때 부모가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성심리상담센터 이은주 대표도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촛불집회를 통해) 가족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건 건강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국가적인 위기에 동참하거나 역사의 한 순간을 함께 하겠다는 좋은 의도를 갖고, 부모가 아이들을 잘 돌보겠다는 마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한다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부모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아이의 안전이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라면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


특히 말길을 못 알아듣는 어린 아이일지라도 우리 가족이 촛불집회에 왜 가야하는지 반드시 아이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 대표는 “어디에 가고, 왜 가는지를 이야기하는 건 엄마, 아빠의 머릿속 구체적이지 않은 생각들을 말로 표현하는 행위이고 이를 통해 부모들도 생각이 정리가 된다”며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표현하는 경험들은 긍정적인 결과를 갖고 온다”고 말했다.

 

아이가 7세 이상이라면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이 대표는 “7세 이상의 아이들은 상황판단을 할 수 있다. 촛불집회에 아이와 가고 싶다면 ‘엄마, 아빠는 가고 싶은데 너는 어떠니?’라며 아이의 생각을 묻고 그 생각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촛불집회에 나온 부모들에게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는 “촛불집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자리다. 촛불집회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는 것만으로 ‘아동학대’라고 말할 수 없다”며 “그 부모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집회에 참여할 만큼의 인성을 가진 부모라면 그건 그 부모의 몫으로 남겨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대학교 신광영 사회학과 교수도 “유모차를 끈 유모차 부대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평화적인 시위가 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부모들이 지금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 과거, 현재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촛불집회에 아이를 데려가 구경하게 한다면, 놀이공원에 가는 것하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린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어떤 모습이길 원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지를 부모가 인식하고, 아이이에게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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