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 없이 태어난 아이, 작아진 의수로 버티는 이유
왼팔 없이 태어난 아이, 작아진 의수로 버티는 이유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7.03.07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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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수 제작비에만 1000만 원 훌쩍 넘게 써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꼭 태어나야 할 아이라서 손이 없는 걸 숨겼을 거예요."

현수(가명·16) 엄마는 2001년 현수를 뱃속에 품었을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창원에서 제일 유명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어요. 분명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다 정상이라고 했는데…."

현수 엄마는 임신 중 분명 의사로부터 태아의 손, 발이 모두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한 아기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현수가 태어나자마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현수가 왼팔 없이 태어난 것. 담당 의사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직위 해제됐고, 현수 엄마는 병원을 상대로 의료소송까지 고려했다.

"지울 생각은 안 했을 테지만, 미리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겠죠. 그냥 아이가 꼭 태어나야 해서, 저에게 꼭 와야 했기 때문에 손이 없는 게 안 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수 엄마는 현수를 처음 받았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아이가 앞으로 받을 상처와 살아갈 인생이 두렵고 무서웠다. 마음이 아파 초음파 영상을 녹화해 둔 비디오도 다시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도 현수 엄마는 "세상에 꼭 태어나야 할 아이여서 손이 없는 걸 잠시 숨겼을 뿐"이라며 마음을 다 잡고 열심히 현수를 키웠다.

현수 외할아버지와 현수 엄마는 늘 현수에게 "조금 느릴 뿐이야",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야", "조금 불편할 뿐이지 잘 못된 건 아니야"라고 현수에게 용기를 줬다.

특히 현수 엄마는 "손 없다고 못하는 거 없다"며 현수에게 피아노부터 태권도, 미술, 스케이트, 외발자전거, 심지어 골프까지 현수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뭐든 배울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제가 먹는 거 입는 거는 다 아끼고. 현수에게 들어가는 돈은 절대 안 아꼈어요. 아이에게 모든 걸 쏟아부었죠."

엄마의 지원과 사랑 덕분일까. 현수는 유치원 때부터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주를 보이며 밝게 컸다. 손재주가 좋아 한 손으로도 레고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에 출품도 하고, 말도 야무지게 잘 해 재롱잔치나 학예회에서 늘 현수가 도맡아 대표 인사나 연극을 했다.

가끔 짓궂은 친구들에게 손이 없다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고, 줄넘기나 리코더와 같이 두 손으로 해야 하는 수업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현수는 힘든 내색 없이 위축되지 않고 학교생활을 잘 이어왔다.
 

 
 


◇ 경제적 부담에 작아진 의수로 버티는 현수

"밝게 보이지만 그래도 현수 마음속에 응어리가 많을 거예요."

엄마의 말처럼 현수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엄마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경제적 상황 때문이다. 현수 엄마는 현수 아빠와 이혼 후, 현수에게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지금 사는 집도 2년 계약된 월세집이에요.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죠. 더군다나 여자는 직장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현수에게 들어가는 의수 제작비는 엄마를 더욱 아찔하게 만든다. 현수는 4세부터 의수를 했다. 현수가 어렸을 때는 활동량이 지금보다 많았고 요즘처럼 의수 소재가 좋지 않아 의수가 금방 더러워지기 일쑤였다. 또 성장 속도도 빨라 의수 교체 주기가 지금보다 더 짧았다. 지금까지 짧으면 3~4개월에 한 번씩, 보통은 1년에 두 번씩 계속 의수를 교체해줬는데 그때마다 80~90만 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의수 제작 1회 당 40~5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때가 있었지만 나머지 금액은 현수 엄마가 계속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원금이 1년에 1회밖에 지원되지 않아 정부 도움 없이 의수 제작비 80~90만 원을 고스란히 혼자 떠안은 적도 많았다.

"이제는 좀 커서 1년 가까이 쓰고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의수는 실리콘 소재라서 100만 원이 넘어요. 또 서울에서 의수를 맞추기 때문에 왕복 교통비까지 하면 지금까지 의수 제작에만 1000만 원 훌쩍 넘게 썼을 거예요."

현수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지난해 맞춘 의수가 지금은 작아져 팔에 끼우기도 어렵고 쓰고 나면 살이 벌겋게 부어오르기도 하지만, 의수를 맞춰달라고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한다.

2500~4000만 원 하는 전자의수는 꿈도 꿀 수 없다. 현수는 "엄마 혼자 벌고 있는 게 걱정된다"며 "어렸을 때는 전자의수도 갖고 싶었지만, 지금은 괜히 무겁기만 할 것 같다"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속 깊은 현수를 보며 현수 엄마는 "현수가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든 빚을 내서라도 해주고 싶다"면서도 "사실 일반 의수도 부담스럽다"며 답답해했다.

"의수, 의족과 같은 보장구는 좀 더 많이 지원을 해주면 좋겠어요. 특히 성장기 아동은 활동량이 많아서 보장구가 쉽게 더러워지는데, 돈이 부담스러워 자주 못 바꿔주죠. 아이들이라도 마음껏 보장구를 교체해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어요."

의수를 맞춰달라고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의수를 맞춰달라고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요즘 현수는 여느 청소년처럼 진로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지만 엄마의 반대와 경제적 문제가 난관이다.

"음악을 들을 때 제일 마음이 편안해져요. 혼자 노래를 만들어 불러보기도 해요. 프로듀서나 가수가 되고 싶은데 돈이 많이 드니까 고민이죠."

현수 엄마는 현수가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지만, 지원해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안 돼 마음이 아프다. 예술고등학교에 보내거나 보컬 트레이닝을 시키려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금 살고 있는 부산을 떠나 음악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으로 당장 이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수 엄마는 현수가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기보다는 팔이 없어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어도 되는 공무원이나 교사, 목사와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바란다.

"직업도 중요하겠지만, 그냥 현수가 살아가면서 상처 안 받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면 좋겠어요. 무시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올라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이에요."

엄마의 바람을 듣고 있던 현수는 "진로 문제는 앞으로 엄마와 계속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며 "속상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많이 죄송하다. 그래도 엄마를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김진희 한국절단장애인협회 회장은 "성장기 아이에게 제때 의수 교체를 못 해주면 의수 안 절단부까지의 환부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뼈가 자라지 못한 환부를 뚫고 나오려고 하다보니 살이 벌겋게 되고, 굳은살도 박히고, 뼈 시림과 같은 통증도 엄청나다. 옛날 중국 여자들이 도망갈까 봐 발이 자라지 못하게 작은 신발을 신겨 놓은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라며 "성장기 아이들 및 청소년 부모들에게는 경제적인 부담이 가지 않도록 보장구 제작 전액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위축되지 않고 밝게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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