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은 때마침 19대 대통령 사전 선거일. 비록 본투표일인 5월 9일에 해도 되지만 혹시나 바쁜 일이 있을지도 몰라 아내와 의논해 이날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선거라면 시큰둥하던 아내도 이번에는 꼭 투표에 참여하겠다는군요.
너무 일찍 가면 사람들이 많을 것같아서 점심 때에 맞춰 출발했습니다. 마침 투표장이 집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되는 곳에 있었네요. 나은공주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나들이 갑니다.
"그런데 우리 어디가?" 밖에만 나오면 신이 나는 나은공주가 묻습니다.
"오늘은 투표하러 가는 날이야. 요 밑에 가면 투표장이 있어. 조금만 가면 돼."
"투표가 뭔데?" 나은공주의 질문 세례.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입니다.
"투표는 우리나라 대통령을 뽑는거야."
마침 지나가는 길목에 대선후보들의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여기 있는 분들이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들이야. 대통령이 뭐냐면 음, 우리나라 대장을 뽑는거야. 우리집 대장은 엄마지?"
그러자 바로 아내의 태클. "내가 왜 우리집 대장인데?" 그러나 무시하고 계속 말합니다.
"나은이도 대장이 뭔지 알지? 연약한 친구들을 지켜주고 힘든 일 있으면 도와주고 위험한 일 있으면 앞장서는 사람이 대장이야. 맞지?"
"응, 맞아."
"그런 사람을 대장으로 뽑아야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고 발전할 수 있는거야. 오늘은 그런 사람을 뽑는 날이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것도 쉽지는 않네요. 아빠의 어설픈 설명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투표장에 도착하니 때마침 한산했습니다. 미취학 아동은 기표소 안까지 함께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혹시나 일하는 직원들에게 방해될까봐 그냥 투표소 밖에서 기다리게 했습니다.
"저 천막은 뭐야? 왜 사람들이 저기에 들어가?"
"저기 천막이 바로 투표하는 곳이야. 저 삼촌이 주는 표를 받고 천막 안에 들어가서 대장이 됐으면 하는 사람에게 도장을 콕 찍으면 돼."
얼마 전만 해도 "선거날만 되면 젊은 사람들이 투표는 안하고 가족들 데리고 놀러만 간다"라고 했었죠. 이번에는 인식이 많이 바뀐 느낌입니다. 저희 말고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모들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투표도 20년 이래 최대라고 하죠. 그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의식이 성숙했다는 얘기겠지요.
우리는 그동안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투표가 왜 중요한지, 어째서 꼭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남이 하니까 나도 하는 당연한 의무 쯤으로만 여겼던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어떠한 의무도 "왜 해야하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그 의무는 제대로 지켜질 수 없습니다. 그 역할은 바로 가정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꿔 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투표장에 와서 엄마, 아빠가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최고의 "참교육"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여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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