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기본은 음식을 존중하는 마음
다이어트의 기본은 음식을 존중하는 마음
  • 칼럼니스트 박창희
  • 승인 2017.06.27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대 제조 과정을 통해 살펴본 포화지방 이야기

【연재】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의 살과 사랑 이야기

 

지방 이야기를 곁들인 필자 모친의 순대 장사 이야기는 이번 호로 마친다. 순대의 주 재료는 돼지의 창자, 그리고 피와 기름이며, 여기에 당면이나 두부, 파 등이 부재료로 이어진다. 도축과정에서 돼지의 경동맥을 끊으면 뜨거운 선혈이 솟구치는데 이것을 양동이에 잘 받아 두는 것이 순대 레시피 1번이다. 순대를 자르면 당면 사이에 초콜릿처럼 굳어있는 것이 돼지피다. 혈소판의 영향으로 공기와 접촉한 돈혈이 묵처럼 굳어가므로 신속하게 순대를 만들어야 한다.


어머니는 HACCP 사업장처럼 최선을 다해 정갈하게 그 일들을 해내셨다. 밀가루와 왕소금을 뿌려 내장을 박박 문질러 닦고 헹군 후, 잡채 위에 선지를 파, 두부와 함께 흩뿌려 버무린다. 어머니의 순대 제조 과정 중, 인상 깊었던 점은 돼지비계를 끓여 녹아 나온 그 기름을 함께 넣고 버무린다는 거다. 순대를 찰지고 기름지게 만듦과 동시에 순대의 속이 순대 피 안으로 수월하게 들어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고열로 기름을 모두 뱉어 낸 돼지비계는 마치 시커먼 과자처럼 냄비에 남는다. 우리 오 남매는 바삭바삭한 식감의 포화지방 덩어리를 과자인 양 즐겨 집어먹곤 했다. 포화지방이란 말 그대로 빈틈없이, 'Compact'(조밀하게) 하게 원자가 결합한 지방을 의미한다. 단단히 뭉쳐져서 불이 잘 붙지 않는 신문지 뭉치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체내 산화(대사)가 어렵기 때문에 지방을 줄여 체중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속이 준비되면 깔때기에 창자 끝을 씌운 후 막대기로 쑤셔가며 다져 넣기 시작한다. 공부를 게을리하고 축구를 즐긴 필자는 어머니의 순대 막대기로 가끔 매를 맞기도 했다. 창자의 끝 부분은 무명실로 묶었는데 순대 속을 다져 넣는 과정에서 창자의 옆구리가 터지기도 한다. 속을 다져 넣은 돼지 창자는 늘어날 대로 늘어나서 속이 말갛게 들여다보일 정도로 팽팽해진다.


생각해보면 순대는 참으로 잔인한 음식이다. 돼지의 창자를 뽑아내어 피와 함께 버무린 돼지의 기름을 다시 그 속에 채워 넣으니 말이다. 하긴 인간은 무엇인가를 먹기 위해 끊임없이 생물을 해치거나 위해를 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다. 물을 제외한 그 무엇을 먹더라도 생명을 해치는 행위가 된다. 밥 한 공기의 쌀알이 대략 2500개 정도이다. 시금치 무침과 멸치 자반으로 한 끼 식사를 했다면 몇천의 생명을 해한 결과가 되는데 그것이 우리의 한 끼니이다.


온갖 동물, 식물의 숭고한 뜻을 기려 음식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섭식을 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기본이다.


속을 채운 순대는 돼지머리나 잡뼈를 우려낸 육수에 넣고 펄펄 끓여가며 삶아낸다. 삶는 중 순대가 터지지 않도록 대침을 몇 방 놓는데 뚫린 구멍으로 하얀 김이 한숨처럼 터져 나오기도 한다. 완성된 순대는 뜨거운 김과 함께 도마 위에 올려지는데 이를 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재간이 없다. 만드는 과정이 힘든 만큼, 우월한 맛을 자랑하던 엄마의 순대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그 돈으로 일곱 식구는 그럭저럭 먹고살았다.


삶의 무게에 힘겨운 황해도 아줌마는 울보였으며 울보 아줌마의 손은 항상 돼지기름으로 번들거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뺨을 만지려 하면 필자는 기름 묻은 엄마의 손이 싫어 피하곤 했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따뜻한 순대와 자식의 얼굴을 만져보려던 그 손길이 그립다. 평생 순대를 만들던 이북 아줌마는 오 남매를 모두 키운 후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듯 휙 세상을 떠났고 팔순이 넘은 영감님만 고향을 그리며 철원에 남았다.


어머니는 14년 전 한겨울에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화장 후 유택에 담은 어머니의 납골 항아리는 유골에서 나온 열기로 인해 십여 분 이상 따뜻한 상태를 유지했다. 기름 묻은 어머니의 손을 피하던 아들놈은 유택을 끌어안고 펑펑 울고 있었고, 어머니는 자신의 뼈에서 나온 열기로 끝까지 그놈을 덥혀주고 계셨던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창희는 전산과 체육학을 전공한 다이어트 전문가로서 다이어트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리는 강사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비만 사회운동가로서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비만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현재 광고대행사와 방송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