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칼럼] 유·무산소 운동의 기준은 뭘까?
[다이어트 칼럼] 유·무산소 운동의 기준은 뭘까?
  • 칼럼니스트 박창희
  • 승인 2017.06.02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동의 당위성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

[연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의 살과 사랑 이야기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봄도 지나고 이제는 완연한 여름이다. 겨우내 입었던 두툼한 외투를 세탁소에 맡기고 몇 달 전 옷들을 꺼낼 즈음, 우리는 예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까지 헐렁한 바지가 이제는 먹잇감을 삼킨 보아뱀 껍질처럼 내 몸에 달라붙는다. 비싼 옷이라 아깝지만 별도리가 없다.

살을 빼던지, 아니면 동네마다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네모난 초록 통으로 들어가야 한다. 내가 아끼던 옷을 아프리카 빈국으로 보내는 것도 좋지만 작년 말 월급 인상도 못 한 터라 한 푼이 아쉽다. 결국, 살을 빼서 예전의 옷을 입자는 판단이 선다.

겨우내 먹은 것이 오동통하게 살로 오른 봄 처녀들이 한강 변에 출몰하면 정말로 봄이 온 것이다. 생머리를 질끈 묶고 힘차게 걷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앙증맞은 핑크빛 아령을 양손에 들고 있다. 터질듯한 바지 엉덩이에도 PINK라고 쓰여있다. 새벽잠을 뿌리치고 걷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지만 문제는 남은 절반이다. 딸과 같은 어린 친구들이 대견스럽지만, 아령은 집에 두고 나오라는 충고를 결국 하지 못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관절의 최대가용범위(ROM)에 무리를 주어 회전반경이 인체에서 가장 큰 어깨관절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걷는다는 것은 신체의 말단에 중량을 거는 행위다.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고려해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아령과 걷기의 만남이니 유, 무산소 운동을 동시에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몇백 그램짜리 도구로 골격근에 부하를 줄 수는 없다.

아령을 들고 걷는 것이 칼로리 소모를 조금이라도 늘리지 않느냐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상해로 인한 손해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겨우내 움츠린 신체의 운동수행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관건이지, 의욕에 넘쳐 무언가를 들고 뛸 일이 아니다. 이것은 휘트니스 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원권을 끊은 첫날부터 모든 운동기구를 섭렵하려는 젊은 친구들을 제대로 교육받은 피지컬 트레이너라면 따라다니면서 말릴 수 있어야 한다.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과정이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짊어진 멍에나 던져버릴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으로 여겨야 한다. 힘을 빼고 천천히, 오래오래, 길게 갈 일이다. 새벽에 강변을 걷더라도 목표한 지점을 꼭 돌아올 필요는 없다.

힘들면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도 된다. 산에 오르는 일도 마찬가지다. 정상을 오르지 못하면 중턱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내려오면 그뿐이다. 목표한 지점이나 정상을 극복해야 우리의 체중이 줄고 건강한 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장시간 과속으로 달려 연료통을 비울 수 있는 자동차와 인간의 몸은 본질에서 다르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혼용 대사가 이뤄지는 시점은 콧등에 땀이 맺힐 정도의 강도로 걷기 시작한 지 20분이 되는 시점이다. 이때부터 40여 분 정도가 지방을 가장 활발히 태우는 타이밍이 된다. 몇 시간씩 운동시간이 늘어지면 우리 몸은 체중감량 노력을 비웃듯 피로물질인 젖산을 내보내 지방의 분해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내 몸에서 소중히 여기는 지방의 분출이 끝났으니 오늘은 그만하라는 의미다.

급격히 줄어드는 체지방에 대응해 다른 조직이나 기관들이 생리적으로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한 우리 몸의 기전이다. 점진적으로 천천히 우리 몸에 순응하며 내일을 위해 목표를 남겨 두는 지혜로운 운동을 해야 한다. 목표에 매달리면 운동은 정말 고달픈 고행이 될 뿐이다. 건강을 위한 우리의 모든 행위는 여정을 즐겨야 하는 여행과 흡사하다. 차가 막히거나 비행기가 연착된다 하더라도 조바심이나 짜증을 내지 말아야 한다. 여정을 즐기지 못한 자가 목적지에 도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운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끝이 없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창희는 전산과 체육학을 전공한 다이어트 전문가로서 다이어트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리는 강사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비만 사회운동가로서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비만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현재 광고대행사와 방송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