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 파티는 왜 위험한가?
수두 파티는 왜 위험한가?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17.05.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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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두에 일부러 걸리면 평생 대상포진 재발 위험 백신거부, 다른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기적 행동

[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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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미생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해도, 어떤 감염은 매우 위험합니다


우리 몸에는 몸에 좋은 세균이라고 흔히 알고 있는 유산균 말고도 다른 유익한 세균도 많고, 유익하지는 않더라도 그냥 무덤덤하게 별 작용 없이 우리 몸에 붙어서 살아가는 세균도 많습니다. (물론, 별 작용이 있는데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요.) 이렇게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세균무리를 정상 세균총이라고 부릅니다. 티내지 않고 살아가다가 숙주(즉, 우리 몸)의 면역이 저하되면 감염을 일으키는 균주도 있습니다. 가벼운 감염도 있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감염도 있습니다. 어른은 이겨낼 수 있지만 아기는 이겨낼 수 없는 감염도 있습니다.


세균 말고도 바이러스, 원생생물, 기생충 등도 감염을 일으킵니다. 감염을 일으키는 이 모든 미생물들은 자연적인 것이지만 해롭습니다. 예컨대, 한국의 암 발생 원인 1위는 감염입니다.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간암,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자궁경부암,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암 등, 자연적인 미생물로 인해 암이 생깁니다. 자연적인 것도 위험할 수 있고 해로울 수 있습니다.

 

◇ 유년기 감염은 오래된 정상 세균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의 질환입니다

 

왜 어떤 미생물은 이롭고 어떤 미생물은 해로울까요? 인류 면역계, 더 길게는 포유류 면역계와 함께 공진화해왔던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들은 사실상 우리 몸의 일부입니다. 이 ‘오래된 친구들’(Old friends)은 언제나 인류와 그 주변 동물의 피부, 장, 호흡기에 분포해 있습니다. 유산균 같은 공생 세균들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 면역계의 발달을 돕고 있습니다. 공생 세균이 있어야 우리는 소화시키고 암을 예방하고 비타민을 합성하고 병원균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감기, 독감, 홍역, 수두 같은 유년기에 흔한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미생물들은 우리와 공생하는 오래된 미생물들과 거리가 멉니다. 수두, 홍역, 천연두, 독감 등은 인류가 농경 생활로 밀집해서 생활하게 된 뒤 비로소 유행하게 된 비교적 ‘최신의’ 질환들입니다. 수두는 우리 면역계에게 자연스럽고 익숙한 질환이 아닙니다. 수두는 에이즈, 에볼라,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우리 면역계에게 낯설고 포악하고 생경한 질환입니다. 오래된 공생 미생물들과는 다르게, 이런 신종 미생물들은 숙주가 죽거나 말거나 다른 숙주로 빨리 옮겨가면 그만이니 ‘먹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수두를 일부러 걸리면 평생 면역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평생 손해입니다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라고도 불리며, 말 그대로 수두와 대상포진을 일으킵니다. 처음 걸리면 수두로 나타나고,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우리 몸이 허약한 틈을 타서 재발하면 대상포진이 되는 것입니다. 수두 자체를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고 해도 평생 대상포진이 생길 위험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대상포진이 가볍게 지나가는 병도 아닙니다. 대상포진은 두고두고 재발할 수 있고, 특히 얼굴 부위에 생기면 시력이나 청력이 손상될 위험이 있고 안면마비가 남을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대상포진을 앓고 나면 후유증인 대상포진후 신경통으로 영구적인 심한 통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대상포진은 뇌졸중 발병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수두 감염은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두 백신 접종으로도 대상포진이 생길 수 있지만, 수두에 걸렸을 때에 비해 그 확률은 더 낮습니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아주 약하게 만들어 소량만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수두 파티로 다른 치명적인 질환도 같이 옮을 수 있습니다

수두에 걸린 아이의 주변에 일부러 모여서 옮으려는 수두 파티로는 수두만 전염되지 않습니다. 장티푸스, 수족구, 독감, 간염, 장염, 홍역, 성홍열 등등 공기매개감염, 접촉감염의 모든 질병이 다 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2011년.. 수두에 걸린 아이가 핥은 사탕을 주고받는 부모들로 구성된 <주(州)를 넘나드는 일당>이 발각되었다.. 하나에 50달러의 가격으로 팔린 오염된 막대 사탕은.. B형 간염 외에도 인플루엔자, A군 연쇄상 구균, 포도상 구균이 묻어 있을 수 있다.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열린책들)

 

면역계가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몰려 있는 밀집 환경은, 숙주를 위험에 빠뜨리고 다른 숙주로 재빠르게 옮겨가는 ‘먹튀’ 미생물들을 창궐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감염을 조장하는 수두 파티에서라면 당연히 훨씬 더 위험합니다.


◇ 감염에 취약한 신생아, 임신부, 환자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어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나는 내 아이를 백신 없이 키워봤는데 건강하더라”라는 태도는 집단면역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나오는 무지의 소산입니다. 게다가 본인과 본인 가족이 건강하다고 해도, 그 건강한 몸으로 병원체를 옮기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아직 면역이 성숙하지 않은 영유아나 면역억제 중인 장기기증 환자, 암 환자, 임신부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내 아이가 건강해서 병이 걸리지 않아도, 병균을 다른 아이에게 전달할 수는 있습니다. 그 다른 아이가 허약하거나 아직 백신 접종 시기가 되지 않은 아기일 경우 그 아이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드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 백신 거부는 한의학과 무관합니다

 

한의사협회는 공식적으로 늘 백신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도 한의사였습니다. 양방에서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노인독감백신접종을 거부할 때 한의사협회는 접종사업을 대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백신 반대 운동을 처음 시작해 전 세계에 해악을 전파한 앤드류 웨이크필드는 영국의 소화기내과 의사였고 지금은 의사 면허가 박탈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는 어렵다 해도, 환자에게 해로운 처치를 시행하는 의료인의 면허를 중지시키는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김나희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 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희우리한의원에서 진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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