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마다 국공립어린이집 하나씩…모두 윈윈 하는 길"
"한 아파트마다 국공립어린이집 하나씩…모두 윈윈 하는 길"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6.21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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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동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공동주택어린이집특위 권성연·이정미 인터뷰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에서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달성’을 주요 보육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께서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국공립어린이집 1000개 확충’을 공약했다. 실제로 2014년 954개였던 국공립어린이집은 2016년 1419개로 늘었다. 2017년 서울시의 확충 목표는 300개소. 그 가운데 공동주택 관리동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 목표는 145개소로, 절반 가까이 된다.

공동주택 관리동어린이집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관리동에 입주해 있는 민간어린이집. 5분 안에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신축할 경우 약 18억 원이 들지만, 관리동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할 경우 약 3억 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 국공립으로 전환된 관리동어린이집의 수는 각각 2개소와 10개소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어떻게 2017년 목표를 145개소까지 잡을 수 있었을까. 그 바탕에는 2016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서울시와 관리동어린이집 원장들 간의 소통과 합의의 과정이 있다.

지난 14일 서울 신길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권성연 서울시공동주택어린이집특별위원회(아래 특위) 위원장을 만났다. 특위는 서울시내 공동주택 관리동어린이집 320여 개소 가운데 280여 개소의 원장들이 소속된 조직이다. 이 자리에는 특위의 전임 위원장인 이정미 전국공동주택어린이집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도 함께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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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축 예산은 18억, 전환 예산은 3억… 그런데도 지지부진 이유는?

 

특위 서울시가 처음으로 대화에 나선 것은 2016년 9월. 박원순 시장의 민선 6기 임기가 2014년 7월부터 시작했으니, 첫 만남이 꽤 늦은 셈이다. 권 위원장과 이 수석부위원장은, ‘관리동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한다’는 선언만 있고 대화는 없던 그 시간 동안 섭섭함이 많이 쌓였다고 한다.

하지만 2016년 9월 한 국회의원의 주선으로 서울시와 특위는 처음 대화의 자리를 만들었고, 달라진 서울시의 태도에 협의는 빠르게 진행됐다. 권 위원장은 “드디어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한 것에 숨통이 트였다”고 첫 만남의 소감을 떠올렸다.

“고마웠던 건 서울시 담당자가 저희한테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라고 단념시키려 하지 않고, 계속 소통했다는 점이에요. 겨울까지 근 4개월 동안 어린이집 현장을 열 곳 이상 방문했죠. 저희가 드린 자료와 직접 나눈 소통을 바탕으로 서울시가 2017년 계획을 세운 거예요. 자료를 드리면 성의 있게 검토하고 다시 물어보고 대화하는 태도가 합의에 큰 영향을 줬어요.”(이정미)

관리동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이 지지부진했던 것에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있었다. ▲초기시설 설치비에 대한 잔존가치 보상(원장) ▲운영권 보장(원장) ▲임대료 수입 보상(입주자대표회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원장-입주자대표회의 3자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문제다.

초기 시설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은 특위에게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 국공립으로 전환되면 이른바 ‘권리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잔존가치에 대한 보상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2015년 육아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민간어린이집 23.2%가 개설 시 권리금을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고, 그 액수는 평균 8958만 원이었다.)

서울시와 특위의 첫 만남 이후 서울시 담당자들이 어린이집을 방문하고 시설투자 잔존가치의 존재를 인정했다.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서울시에게 특위는 2012년에 300여 개소 중 240여 개소가 응답한 실태조사 자료를 비롯해 여러 자료들을 제출했다.

결국 잔존가치 보상은 감정평가기관 두 곳의 평가금액을 평균 내어 보상하는 것에 합의했다. 감정평가기관은 자치구에서 한 곳을 정하고, 어린이집 측에서 한 곳을 정한다.

“잔존가치 보상 부분에서, 최초에 저희는 실거래가에 준하는 가격을 원했는데, 관(官)에서 인정할 수 있는 건 감정평가밖에 없죠. 그런데 감정평가 금액과 실거래가는 격차가 크잖아요. 저희가 그걸(감정평가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내부적으로 끊임없는 논의가 있었죠.”(이정미)

 

권성연 서울시공동주택어린이집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이정미 전국공동주택어린이집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권성연 서울시공동주택어린이집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이정미 전국공동주택어린이집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016년 9월 대화 시작…“서울시 성의 있는 태도가 합의에 큰 영향”

 

두 번째 쟁점인 운영권 보장 문제는 현재의 원장에게 최초 5년의 운영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5년 이후에는 재위탁 심사를 거쳐야 하고, 재위탁 시 추가지원은 없다. 민간어린이집 원장에게는 당연히(?) 정년이 없지만, 국공립으로 전환되면 65세까지만 인건비가 지원된다. 권 위원장은 “현재 원장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맞지만 보육은 공공재라는 생각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희는 그동안 수많은 입주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사람들이라, 건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아니면 벌써 쫓겨났겠죠.(웃음) 국공립 전환 이후 최초 5년 동안 또 열심히 공부하고 개선하면서 재위탁 심사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는 거죠. 저희들끼리도, 그걸 통과 못하면 그런 분은 원장을 그만 하셔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이정미)

마지막 쟁점인 임대료 보상 문제는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이해당사자다. 국공립으로 전환되면, 그동안 어린이집 측으로부터 매달 받아오던 임대료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위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는 관리동어린이집 임대료를 한 달에 300만 원까지 받은 곳도 있다고 한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보통 어린이 한 명당 5만 원 꼴로 임대료를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높은 임대료 수익이 국공립 전환의 걸림돌이라는 판단 하에 2016년 10월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을 개정했다. 임대료를 보육정원 기준으로 보육료 수입의 5% 이내로 제한하고, 임대료 중 50% 이상을 어린이집 유지보수 등에 집행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임대료 보상 문제는, 서울시가 입주자대표회의에 최대 1억 원의 시설개선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서울시가 아주 크게 마음먹고 한 일”이라며 “(이해당사자들 중) 누구라도 너무 많이 억울하지는 않게 정리를 해나가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 가지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특위는 내부적으로 뜻을 모으는 데 힘을 쏟았다. 넉 달 동안 매달 한 번씩 전체 회원 회의를 진행했다. 회원들을 설득하고, 또 회원들의 의견을 서울시와의 협의에 반영했다. 국공립 전환을 하지 않는 관리동어린이집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원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전환 결정을 할 수 없게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문제는 그래도 어린이집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나는 어린이집 원장이고 싶다’는 그것. 투자했던 돈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보다 먼저 계속 원장으로 살고 싶다는 이유가 컸어요.”(권성연)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공동주택 관리동어린이집.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공동주택 관리동어린이집.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입주자 측 설득에 미온적…서울시와 자치구가 더 적극성 띠어야”

 

하지만 특위는 아직 “속상한” 것이 있다. 여전히 관리동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이 탄력을 받고 있지 못하는 것. 특위는 이 대목에서 서울시와 자치구가 조금 더 역할을 해주기를 주문했다. 아직도 많은 곳의 공동주택 입주자들이 이와 같은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동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 신청은 입주자대표회의와 원장이 함께 해당 자치구에 접수해야 한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를 포함해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5월 30일 단 한 차례(성북구)뿐이다.

“실제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국공립 전환 동의서를 붙여놓으면 하루 만에 서명을 다 하시거든요. 국공립 전환은 바로 입주자들의 아이들이 받을 혜택이잖아요. 당연히 좋아하죠. 입주자대표회의 분들이 이 내용들을 이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한데, 그럴 시간과 기회가 없었어요.”(이정미)

“저희와 소통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쪽은 서울시인데, 신청은 각 자치구에서 받게 돼 있거든요. (서울시와 자치구 사이에) 의지의 차이가 있죠. 이 많은 원장들과 입주자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나랏돈 들여서 예쁘게 새로 하나 짓는 게 훨씬 더 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관리동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면 국가 예산을 아끼는 거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좀 속상하기도 해요. 정책을 추진하는 쪽에서 조금 더 적극성을 띠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권성연)

권 위원장은 “관리동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순조롭게 전환된다면 그것은 한 아파트에 하나씩의 국공립어린이집이 생긴다는 의미”라며, “아이들, 입주자들, 선생님들, 원장님들 다 억울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윈-윈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 수석부위원장은 “나름대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사회적인 선(善)에 동참한 원장님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하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이사하고 떡 나눠먹는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국공립 전환이 되면 정말 좋지 않겠느냐”라며, 이것을 첫걸음 삼아 이루고 싶은 ‘마을 보육’의 포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관리동어린이집이 국공립어린이집이 된다면, 그것이 마을에서 돌봄의 커뮤니티센터로 발전할 수도 있을 거라고 봐요. 저희는 그걸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육아카페, 작은도서관, 장난감카페 등 아이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센터 역할로 발전하려면 사적 영역에서는 불가능해요. 분명히 아이는 마을이 키우는 거예요. 서울시 역시 지금은 그런 고민에 공감해주고 계셔서 정말 감사한 일이죠.”(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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