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동학대 신고 20일..."어린이집은 이제 못 믿어요"
[르포] 아동학대 신고 20일..."어린이집은 이제 못 믿어요"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08.17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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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어린이집 학대 피해 학부모 정기 피켓 시위 현장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들이 17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중동의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서 수업 중인 다른 아이들을 배려해 확성기 사용을 중단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들이 17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중동의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서 수업 중인 다른 아이들을 배려해 확성기 사용을 중단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조용한 시위였다. 지금까지 눈물로 호소해오던 학부모들이었지만,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은 아이들도, 내 아이처럼 소중하다는 마음이었다. 피해 학부모들은 논의를 거쳐 앞으로 어린이집 앞에서만큼은 확성기를 내려놓기로 했다.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데 아동학대 웬 말인가!’ 구호는 피켓으로 대신했다.


17일 오전 부천시 중동에 위치한 A 어린이집 앞에서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구호 없이 조용히 치러졌지만 여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시위에는 15명이 참석했다. 피해 학부모와 이들의 지인, 그리고 피해 부모가 느낀 아픔에 공감한 시민들이었다. 참가자가 늘어나자 가던 길을 멈추고 피켓과 어린이집을 번갈아보며 “여기가 거기냐”며 묻는 주민도 늘었다.


“이번 일 생기자마자 바로 그만뒀어요. 아이를 보내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A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었다는 차민주(가명·37) 씨는 아동학대가 발생한 곳에 아이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6세 반은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9명 중 3명이 어린이집을 옮겼다. 차 씨의 아이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다행히 공석이 있는 어린이집을 운 좋게 찾아서 빨리 그만둘 수 있었다고 한다. "곧 2명이 그만둘 예정"이라고 차 씨는 귀띔했다.


등원시간이 되자 어린이집을 떠나지 못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을 보고 아빠 다리 뒤로 숨어버렸다. 부모가 벨을 누르면 어린이집 관계자가 내부에서 사람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노란 통원버스는 어린이집 이름을 뗀 상태였다. 신발장에는 15켤레의 작은 신발이 놓여 있었다.


학부모들이 학대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지도 20일이 지났다. 그 사이 경찰은 CCTV 영상을 검토해 피해 아동을 추가로 추려냈다. 1명이던 피해자는 4명으로, 그리고 다시 11명까지 늘어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아이들 증언을 바탕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반 보육교사 이아무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 피해 학부모, 심리치료 지원과 어린이집 우선배정 시청에 요구


그동안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곁으로 돌아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부모들은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 아이를 보살펴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날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을 어디에 맡길 것인지는 부모들의 주된 고민거리가 됐다. 부모들은 일상으로 복귀하랴, 아이들 맡길 곳을 알아보랴, 그리고 아이가 당한 억울한 일을 풀기위해 안 그래도 바쁜 하루를 더 빼곡하게 쓰고 있었다.


전날인 17일 오후에는 부천시청에서 피해 학부모 면담이 있었다. 학부모들은 시청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심리치료 지원과 어린이집 우선 배정이 그것이다. 시청은 전문기관 두 곳과 병원, 그리고 개인 차원의 치료 등 네 가지 방법으로 심리치료를 즉각 지원하기로 했고, 아이들을 보살필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학부모 교육을 병행하기로 했다고 면담에 다녀온 부모들이 말했다.


또한 시청은 5세 아동이 입소 가능한 관내 어린이집 14곳을 학부모들에게 제시했으며 선택할 기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부천시어린이집연합회에서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 학부모는 전했다.


시 차원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어린이집을 믿지 못하겠다는 학부모도 있다. "어린이집은 이제 불안해서 더 이상 못 보내겠다"고 한숨을 내쉰 한 학부모는 "다음 주부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앞으로 제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기로 했어요. 몇 번 보내보고 싫다고 하면 옮길 거예요.”


학부모들은 조를 짜서 어린이집 앞에서 매일 오전 피켓 시위를,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학부모가 모두 모이는 집회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아고라 청원을 진행하고 피해 아동 학부모의 손편지를 모아 사법기관 등에 전달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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