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공식사과는 첫 단추...가습기살균제 사태 남은 과제는?
문 대통령 공식사과는 첫 단추...가습기살균제 사태 남은 과제는?
  • 기고 = 강찬호
  • 승인 2017.08.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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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판정 확대와 신속한 구제를 위해 특별법 개정 즉각 나서야"

[특별기고] 강찬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

 

2011년 8월 31일은 ‘가습기살균제’가 사람을 죽이는 ‘살인제품’이라고 하는 사실이 처음 대한민국과 세계에 알려진 날이다. 94년 이 제품이 개발된 이후 17년간 719만 개가 팔린 희대의 발명품이었다. 2002년 이후 연간 60만 개 이상 판매되면서 판매량과 판매 속도, 사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2017년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한 해 350만 명에서 400만 명이 사용에 노출됐고, 30만 명~50만 명이 건강피해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엄청난 피해 규모에 비해 2017년 8월 4일 기준 환경부 환경산업기술원에 피해신고 접수를 한 인원은 5729명. 이 중 사망자가 1222명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를 알리는 첫 기자회견에서 세퓨 피해자인 강찬호 씨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를 알리는 첫 기자회견에서 세퓨 피해자인 강찬호 씨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2011년 11월 말, 첫 피해자 추모대회를 열고 항의활동 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가습기살균제가 살인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2011년 9월부터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피해구제 및 대책활동에 나섰다. 2011년 11월 말, 첫 피해자추모대회를 정동 프란체스코홀에서 개최했다. 비가 오는 초겨울이었고 제법 추웠다. 피해자대회를 치른 후, 광화문 사거리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했다. 정부종합청사로 이동해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일반 민원인 취급을 당했다. 당시 정부와 기업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그 이후 1인 시위, 기자회견 등 여러 형태로 피해자 항의활동을 전개했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 별 성과 없이 시간이 흘렀다. 당시 정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알아서 할 사고로 즉 교통사고와 다르지 않은 사고로 간주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수위 항의방문을 시작으로 또 피해대책 활동을 전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복지부 장관 1명, 2명의 환경부 장관과 면담했다. 가습기살균제 폐 질환은 환경보건법상 ‘환경성 질환’으로 겨우 인정돼 부분적인 구제 활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폐 손상 기준’은 피해자들을 4단계로 나눴고, 피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이들로 나눠졌다. 이후 큰 진전 없이 다시 세월은 또 흘러갔다. 그 사이 정말 많은 피해자와 가족들은 고통을 스스로 감수해야 했고 위안 삼아야 했다. 국민을 보호할 정부는 없다고 하는 것을 사건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경험했다.

 

◇ 통과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반쪽짜리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온다고 했던가. 광화문 촛불민심은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철옹성 같던 정부가 태도를 바꾸었다. 지난 8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대하고,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사과 했다. 정부 차원에서 책임질 것을 책임지고, 대통령으로서 이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6년이 지나서 첫 정부의 사과가 이뤄진 것이다. 2016년 검찰의 뒤늦은 수사로 사건의 실체 일부가 드러났다. 국회 특위의 조사활동으로 진상규명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 모든 진행은 반쪽짜리였다. 심지어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이 2017년 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역시도 반쪽짜리였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지지 않는 한 반쪽짜리로밖에 될 수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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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사과, 정부의 책임 인정을 전제한 특별법 개정으로 이어져야

 

문재인 대통령은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놨고 제대로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을 해줬다. 대통령의 사과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작이다. 정부의 사과와 책임 인정을 전제로 특별법이 개정돼야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수습과 대책에 나서야 한다. 다시는 제2의 세월호,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 이는 대통령만의 힘만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의 힘만으로, 국회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모두, 함께 힘을 써야 가능한 일이다.

 

왜 이렇게 피해구제가 지연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피해자 인정은 협소한지, 왜 일부는 처벌받고, 일부는 수사조차 받고 있지 않은지 사실과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해서 시급하게 피해구제를 서둘러야 한다. 피해자들 입장에서 피해구제 기준을 마련하고 즉각적인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

 

2011년 8월을 전후해서 과거 사건의 진상과 책임 규명, 이후 문제해결 과정에서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누가 문제를 은폐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인지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피해구제 작업이 지연된 또 하나의 이유는 화학물질 독성이나 환경독성 등에 대한 우리사회 대응체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성물질을 감시, 예방하고 노출 시 치료하고 규명하는 일련의 시스템이 국가차원에 마련돼 있어야 하지만 공백이었다. 선진국들에서 도입하고 있는 국가중독센터 등을 도입해 제대로 규명하고 관리해야 한다. 가해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집단소송제 도입, 징벌제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등 재발방지 대책이 도입돼야 한다.

 

세월호와 안방의 세월호 사건인 가습기살균제 참사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안전한 나라’는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을 구제하고 위로하며, 동시에 그들의 희생을 우리사회가 기억하는 일은 철저한 재발방지와,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첫 잣대는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안의 즉각 국회 통과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오는 27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6주기 피해자 추모대회를 갖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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