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네요” 면접관 얘기에 눈물이…
“나이가 많네요” 면접관 얘기에 눈물이…
  • 정리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9.0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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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호소문

[특별기고] 유치원 기간제교사 ○○○ 씨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주최한 ‘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무기계약전환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주최한 ‘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무기계약전환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올해로 10년째 유치원 기간제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근무 초에는 제 자가용으로 소풍도 가고, 체험학습도 가고, 졸업사진 찍으러도 갔습니다. 지금이야 뭐 5000원이니 1만 원이니 체험학습 수당을 주지만, 그때는 체험학습, 행사 다 다녀도 그런 건 없었습니다. 한번은 다른 선생님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거의 일주일을 무급으로 아침부터 나와서 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규교사 선생님들이 정말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어서 한 번도 부당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냥 기간제교사라면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죠. 나쁘게 생각할 것이 없었습니다. 단. 1년마다 계약서를 쓰면서 느끼는 불안감만 빼면요.


몇 년 전부터 계약할 때마다 눈치가 보였어요. 지원 원서가 많이 들어오는 해에는 괜히 안절부절. 올해 지원 원서 낼 때도 저한테 “지원자가 많아서 선생님은 될지 안 될지 모르겠네요”라고 하더군요.


면접 때는 면접관으로 초등교사(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기 때문이다. - 편집자 주)와 유치원 오전반 정규교사 선생님이 들어왔어요. “선생님은 경력도 많고 나이도 많은데 어떻게 앞으로 교육할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그 질문을 받자마자 왜 그리 마음이 착잡하던지….


그동안 방학 때 정작 제 새끼들은 방치해두고 유치원에서 근무했던 생각이 났어요. 엄마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이 서러움으로 밀려와 그만 울어버렸네요. 그 서운함이 내내 가시지를 않고 상처가 되었네요.


지금도 면접 때 만난 초등교사와 눈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외면할 때가 많아요. 자존심이 많이 상했나 봐요. 제가 그런 상황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모멸감 때문에…. 지난 세월에 대한 억울함이 느껴져서, 올해 마음이 많이 힘들었네요.


저희 정규교사 선생님들은 다 좋은 분들이세요. 하지만 1년마다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 저희의 현실이 정규교사 선생님들하고 괜한 거리감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건 저희들을 고용하는 교육청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지 정규교사 선생님들과 다툴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돈을 더 주고 덜 주고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고용불안 때문에 한없이 낮아지는 저희들의 자존감. 교사의 자존감은 교육의 질로 연결되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은 무기계약직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계획표를 보니 저희는 겨울방학이 꼬박 5주더라구요.(방학 중 유치원 수업 운영은 방과후과정 기간제교사가 담당한다. 한 명의 교사가 방과후과정 유아를 모두 돌봐야 하거나, 정해진 근무시간을 훨씬 초과해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기자 주)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요. 예전에도 겨울 내내 하루도 안 쉬고 근무한 적 있는데, 근무 끝난 뒤 후유증이 목으로 와서 몇 달 동안 병원을 다녀야 했어요.


이런 현실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교육청이 야속합니다.

 

*이 글은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무기계약전환촉구 기자회견’(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에서 낭독된 익명의 호소문을 다시 편집한 것입니다. - 편집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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