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치원 기간제교사 ○○○ 씨
저는 올해로 10년째 유치원 기간제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근무 초에는 제 자가용으로 소풍도 가고, 체험학습도 가고, 졸업사진 찍으러도 갔습니다. 지금이야 뭐 5000원이니 1만 원이니 체험학습 수당을 주지만, 그때는 체험학습, 행사 다 다녀도 그런 건 없었습니다. 한번은 다른 선생님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거의 일주일을 무급으로 아침부터 나와서 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규교사 선생님들이 정말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어서 한 번도 부당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냥 기간제교사라면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죠. 나쁘게 생각할 것이 없었습니다. 단. 1년마다 계약서를 쓰면서 느끼는 불안감만 빼면요.
몇 년 전부터 계약할 때마다 눈치가 보였어요. 지원 원서가 많이 들어오는 해에는 괜히 안절부절. 올해 지원 원서 낼 때도 저한테 “지원자가 많아서 선생님은 될지 안 될지 모르겠네요”라고 하더군요.
면접 때는 면접관으로 초등교사(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기 때문이다. - 편집자 주)와 유치원 오전반 정규교사 선생님이 들어왔어요. “선생님은 경력도 많고 나이도 많은데 어떻게 앞으로 교육할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그 질문을 받자마자 왜 그리 마음이 착잡하던지….
그동안 방학 때 정작 제 새끼들은 방치해두고 유치원에서 근무했던 생각이 났어요. 엄마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이 서러움으로 밀려와 그만 울어버렸네요. 그 서운함이 내내 가시지를 않고 상처가 되었네요.
지금도 면접 때 만난 초등교사와 눈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외면할 때가 많아요. 자존심이 많이 상했나 봐요. 제가 그런 상황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모멸감 때문에…. 지난 세월에 대한 억울함이 느껴져서, 올해 마음이 많이 힘들었네요.
저희 정규교사 선생님들은 다 좋은 분들이세요. 하지만 1년마다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 저희의 현실이 정규교사 선생님들하고 괜한 거리감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건 저희들을 고용하는 교육청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지 정규교사 선생님들과 다툴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돈을 더 주고 덜 주고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고용불안 때문에 한없이 낮아지는 저희들의 자존감. 교사의 자존감은 교육의 질로 연결되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은 무기계약직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계획표를 보니 저희는 겨울방학이 꼬박 5주더라구요.(방학 중 유치원 수업 운영은 방과후과정 기간제교사가 담당한다. 한 명의 교사가 방과후과정 유아를 모두 돌봐야 하거나, 정해진 근무시간을 훨씬 초과해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기자 주)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요. 예전에도 겨울 내내 하루도 안 쉬고 근무한 적 있는데, 근무 끝난 뒤 후유증이 목으로 와서 몇 달 동안 병원을 다녀야 했어요.
이런 현실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교육청이 야속합니다.
*이 글은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무기계약전환촉구 기자회견’(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에서 낭독된 익명의 호소문을 다시 편집한 것입니다. - 편집자 말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