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 ‘임신 중 야간근무’…병원은 모성 사각지대
5명 중 1명 ‘임신 중 야간근무’…병원은 모성 사각지대
  • 기고 = 윤은정
  • 승인 2017.09.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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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육아휴직 결원 인력 확보 위한 ‘모성정원제’ 도입해야

[특별기고] 윤은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기준 1.17명으로 OECD 평균 합계출산율 1.68명(2015년 기준)보다 낮은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는 매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병원에서 근무하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정부의 출산장려 지원정책들이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병원업종은 여성노동자가 80% 이상이며 이중 가임기 여성이 70% 이상으로 모성보호가 매우 중요한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이다. 그러나 병원사업장의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모성보호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임신과 육아에 대한 가족계획조차도 스스로 결정할 자유마저 침해당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사업장의 모성보호가 취약한 이유는 매년 증가하는 병상 수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간호사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은 13.8%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OECD 국가들의 경우 인구 1000명당 평균 간호인력이 9.51명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간호인력은 인구 1000명당 5.9명(간호조무사 포함)으로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부족한 간호인력 문제는 숙련도가 높은 여성노동자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병원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2015년 기준 간호사 면허를 가진 간호사 수는 33만 8629명인 데 비해 실제 활동하는 간호사 수는 15만 2865명(면허보유 대비 45%)으로, 활동하는 간호사보다 유휴간호사 비율이 더 높다.

 

◇ 병원 여성노동자 10명 중 3명 “임신순번제 경험 있다”

 

최근 정부는 병원 여성노동자의 일-가정 양립과 유휴간호사 재취업 장려를 위해 ‘시간선택제’, ‘야간전담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간호인력 확충과 근무조건 개선이 전제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고, 실패만 되풀이하고 있다.


병원은 24시간 3교대 근무로 운영되는데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동료들과의 협업과 인수인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업장 특성으로 대다수 여성노동자들이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이유로 병원을 이직하고 있다.

 
2017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실시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육아휴직 대상자 1만 475명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례는 64.5%이며, 사용하지 못한 사례는 35.4%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인력부족’이 21.4% ▲‘인사상 불이익 및 배치전환’이 19%로 조사됐다.


또한 69%만이 가족계획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31%는 원치 않은 피임으로 임신 시기를 조절하는 임신순번제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49.7%(2723명)가 임신 중 초과근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임신 중 야간근무 경험 사례는 18.3%로 조사됐다.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은 실제로 얼마나 사용되고 있을까. ▲임신 중 쉬운 업무로 전환요구 9.5% ▲임신 중 하루 2시간 근로시간 단축 사용 4.7% ▲출산전·후휴가 사용 76.4%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17.2%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4.9% ▲근무 중 1일 2회 30분씩 수유시간 사용 2.4%로 정부의 출산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모성보호 권한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 병원 인력은 최상의 의료서비스 위한 담보물…모성보호 권리 보장돼야

 

병원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 최우선이며, 숙련된 간호 인력이 많을수록 환자의 감염율이 낮아지고 의료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


지금도 많은 병원 여성노동자들이 취약한 근무환경과 노동조건 때문에 병원을 그만두고 있다. 부족한 간호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간호 인력이 병원에서 빠져 나가지 않도록 취약한 근무환경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정부 정책도 실효성 있는 모성보호 정책으로 지원돼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 안전과 직원이 행복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 ‘모성정원제’를 추진했고, 지난달 23일 발표된 보건의료분야 노사정 공동선언 내용에 ‘보건의료인력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방안’이 포함되게 됐다. ‘모성정원제’는 병원 업종의 취약한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매년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으로 발생하는 결원인력을 병원별로 미리 책정해 병원 정원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2016년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병원별로 임신·출산 및 육아휴직으로 인한 결원 인력 규모가 연평균 중소병원 10∼50명, 대형병원 50∼180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임신·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결원 인력이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인력이 미리 보충되지 않아 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병원 인력은 곧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며,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담보물이다. 따라서 모성보호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많은 병원 여성노동자들이 모성보호의 법적 보호와 권리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병원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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