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아이들 볼 면목이 없다. 아이들과 부모가 무슨 죄냐. 아…, 내일이 오는 게 너무 괴롭다.”
“정말 자기들 속만 채우는 원장들 치가 떨리네요. 을이니까 어쩔 순 없는데 휴업한다고 해도 교사들만 욕먹고 우리가 휴업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집회도 진짜 싫고 탄원서 받아 오라는 것도 진짜 짜증나요. 학부모들 아무도 안 써줘요. 왜 개인사유 재산인 사립유치원에서 지원금을 더 달라고 그러는지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사립교사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저도 국공립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아교육은 공교육화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봉이죠. 욕받이 억울해요. 자기 욕심 채우려고 왜 우리를….”
유치원교사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봤다. 집단 휴업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창이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에서 예고한 오는 18일 전국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공지가 나간 후 유치원 내 사정은 어떨까. 원장들 말대로 학부모들이 이번 휴업에 대해 동의를 해준 것일까.
12일 베이비뉴스가 실제 수도권의 한 사립유치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 A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충격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우선 학부모들에게 18일 휴업에 대해 언제, 어떻게 공지 했는지 물었더니, “지난 8일(금) 탄원서와 휴업 안내문이 나갔고, 11일(월) 두 번째로 안내문이 나갔다”고 했다.
휴업공지가 나간 후 학부모들의 항의와 문의가 잇따랐다. A 씨는 “10통 정도 항의성 전화를 직접 받았다. 대부분 휴업 유무를 확인하고, 일부 학부모는 휴업하게 되면 교육비·우유비 등 다 환불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들어온다. 2차 휴업에 대한 문의도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변하게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연합회에서 휴업 당일 정말 돌봐줄 곳이 없는 아이조차 돌봐주지 못하게 하니까 학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하실까 생각하니 너무 죄송하고,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이다. 어차피 우리는 18일에 휴업을 하더라도 출근을 한다. 어쩌면 집회로 끌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 집회에 교사가 동원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11일 국회 앞 시위에 주최 측 추산 7000여 명이 참석했었다. 이에 대해 A 씨는 “한유총에서 유치원당 2명씩 참석 공지가 내려오면, 참석하지 않으면 10만 원의 벌금이 있다. 참석하지 않으면 한유총 내에서 해당 유치원과 원장은 한마디로 찍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총 측의 입장은 어떨까? 한유총 관계자는 베이비뉴스와의 통화에서 집회참석 요구·벌금과 관련해 “설립자와 원장을 참석하라고 한 것이고 교사들은 수업해야 하는데 어떻게 참석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기자가 “제가 현장에서 교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라고 전했더니, “혹시 교사가 있었다면 반을 맡지 않은 보조교사일 것”이라면서 “어떻게 벌금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한 전직 어린이집 대표 B 씨는 “어린이집, 유치원 두 쪽 다 집회 때는 의례적으로 원당 2명 참석 의무에 불참 시 5~10만원 벌금 있어왔다. 벌금을 거두려는 목적이 아니라 참여를 많이 하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참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주어진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시 한 번 벌금을 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집회에 다녀온 교사들의 하소연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원장님들, 본인들 이익집회에 교사들까지 강제로 참여시키지 마세요! 그리고 부모님들께 탄원서 받아오라고 눈치주지 마시구요. 정말 고래 등 사이에 새우 등 껴서 힘들어요.”
“교사들은 원장들 불법휴업 집회 참여하고 싶지 않아요. 작년에도 한여름에 집회에서도 원장님들은 카페 시원한 곳에서 쉬시고 힘없는 교사들만 뜨거운 땡볕에서 집회 자리 지켰잖아요!”
집회 참석 교사가 맡은 반은 해당 일 수업에 대해 물었더니, “다른 반과 통합반을 구성하거나 보조교사로부터 수업을 받게 된다. 이런 사안에 대해 학부모는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한 교사는 “일부교사들 사이에선 ‘이번과 같은 유치원 휴업에 대해 사립유치원 교사인 우리가 집회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혹시라도 교육청에 교사가 민원이라도 넣게 되면, 해당 교사가 누구인지 다 찾아낸다. 원장들 사이에 블랙리스트로 올라 직장생활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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