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삶은 전쟁..."누가 우리의 아군인가"
워킹맘의 삶은 전쟁..."누가 우리의 아군인가"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09.1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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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맞은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가 지원군 역할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신경아 한림대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서 열린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개소 5주년 기념 토론회서 '일하는 부모와 직장맘지원센터, 5년의 동행 그리고 미래'란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신경아 한림대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서 열린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개소 5주년 기념 토론회서 '일하는 부모와 직장맘지원센터, 5년의 동행 그리고 미래'란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혼자 겪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지원해주는 우군이 있다는 느낌.” (박경현·가명)


“사실 회사와 이런 갈등이 생기면 기댈 때가 없다. 가족한테도 기대기 어려운 문제다. 이럴 때 기댈 수 있는 곳이 이 센터다. 나는 센터 전화번호를 ‘지원군’이라고 저장해놨다.” (김민주·가명)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적지에서 살아오도록 밖에서 지원사격으로 엄호해주는 아군의 역할을 직장맘지원센터가 해줬다.” (김지희·가명)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우리 사회에서 워킹맘들의 삶은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 없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에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관련해 상담과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전쟁의 언어’로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와 자신들의 관계를 설명했다.


지난 14일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개소 5주년을 기념해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일하는 부모와 직장맘지원센터, 5년의 동행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연구발표를 했다. 신 교수가 발표한 사례들을 보면, 워킹맘들이 얼마나 거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육아휴직은 “괘씸”, “그림의 떡”


신 교수는 문헌자료로 직장맘지원센터의 활동을 분석하고, 센터를 실제 이용한 4명의 직장맘을 대상으로 초점 집단 면접(FGI)을 진행해 이용 동기와 계기, 지원받은 내용, 지원 활동에 대한 평가 등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분석했다.


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육아휴직은 출산휴가보다 훨씬 더 사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이 발생한 많은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은 금기이며, 특히 둘째 자녀를 위한 육아휴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 교수는 “육아휴직은 곧 ‘육아퇴직’을 의미한다”고 정리했다.


센터 내담자들은 센터의 상담과 지원 활동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근무하는 회사에서 자신이 ‘출산휴가 1호’, ‘육아휴직을 최초로 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신 교수는 연구에서 밝히고 있다.


신 교수는 사례 분석을 통해 육아휴직은 환영받지 못하는 제도로 존재한다고 정의했다. 휴직을 신청하는 순간부터 노동자는 회사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만약 회사가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개시하게 되면 이는 무단결근으로 처리된다.


나아가 육아휴직 관련 노사 분쟁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은 경영진에게 감정적으로 다뤄진다. 한 공공기관에서는 육아휴직을 신청한 노동자에게 “괘씸하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신 교수는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반(反) 기업적인 무엇으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육아휴직은 기간제 등 비정규직 여성에게 ‘그림의 떡’이다. 의사와 같은 전문직 여성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병원에서 육아휴직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신 교수는 “여성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을 일하는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사용할 수 없는 육아휴직이란 일종의 정책적 기만”이라고 말했다.


◇ 어렵게 육아휴직은 썼지만…직장 복귀는 불가능


만약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복귀는 순조롭지 못하다. 신 교수는 괴롭힘과 부당행위로 여성들이 스스로 직장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회사에 의한 ‘유도된 퇴직’으로 정의했다.


육아휴직 후 복귀하지 않으면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분 25%도 받지 못한다. 신 교수는 “회사가 거부해 복귀를 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직장맘들이며, 2중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으로 마련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육아에 치이는 여성들에게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는 직장맘들에게 실질적인 대응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기관으로 받아들여졌다. FGI에서 한 참가자는 법률구조공단은 무미건조하게 법률만 알려줬지만, 직장맘지원센터는 회사 관계자들과 발생한 미묘한 부당함까지 짚어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문제를 실제로 겪는 당사자인 나는 그 문제에 압도를 당해서 그 문제를 제3자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살펴보며 대책을 찾을만한 정신이 없다”며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직장맘지원센터가 해줬다”고 대답했다.


“해고 당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왜 이런 모멸감, 죄인 취급을 회사에서 받았나. 아이를 낳은 게 꼭 사생아를 낳은 느낌이었다. 그런 심적 과정들을 다른 분이 또 겪고 있다면 이제는 내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 이런 직장맘지원센터 상담을 통해서 그런 분들이 있다면 그런 경험은 너무 당연하다고,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런 정서 상담과 변호사 상담을 지원하면서 직장맘들이 고립되는 걸 막고 사회적인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민경·가명)


신 교수는 면접 참가자들이 직장맘지원센터가 앞으로 여성들의 경력 유지 지원과 육아 멘토 매칭 역할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홍보와 교육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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