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500만 시대...가족이란 무엇인가요?
1인가구 500만 시대...가족이란 무엇인가요?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09.2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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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9일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10주년 기념 심포지엄 개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 20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제공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제공 ⓒ베이비뉴스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30대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된 부모, 그리고 마찬가지로 남녀로 구성된 10세 이하의 두 자녀. ‘가족’이라는 단어는 이성애(異性愛) 부모가 꾸린 4인가구로 규정한다. 이 이미지는 광고와 포스터 등에서 흔히 차용한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속도보다 빠르게 가족의 개념도 바뀌었다.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1인가구 500만 시대, ‘혼술’과 ‘혼밥’이 트렌드가 되고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됐다.


그런가하면 국제결혼 장려 정책으로 증가한 다문화가정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초등학생 중 다문화학생은 2%를 차지한다. 다문화가정의 2세는 부모와의 의사소통이나 정체성 혼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아이들이 무사히 자란다고 해도 진로선택이나 진학 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결혼과 가족을 유지해야 할 권리도 개인이 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권리, ‘특별한 이익’일 뿐이다. 장애인이나 성소수자는 사회의 허가에 따라 가정을 꾸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 불임시술을 강제로 시행했던 과거도 있다.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설립 10주년을 맞아 20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기념 심포지엄 ‘사회적이고 비사회적인 가족을 묻다’를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축사를 전한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의 말대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자리”였다. 가족은 사적인 영역이지만, 규정은 사회를 통하는 특수한 개념으로, 이번 행사는 가족에 대한 사회적이기도 하며 비사회적인 의미를 묻는 자리였다.

 

기념식에는 김명신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을 비롯해,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시민자치문화센터 임정희 이사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양숙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성동4), 김경자 국민의당 서울시의원(강서2)도 참석했다.

 

임정희 이사장의 진행으로 고정갑희 한신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여성학자 박이은실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교수,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류미례 영화감독이 발제를 맡아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가족이란?”


첫 번째 발표인 ‘가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가족의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맡은 고정갑희 교수는 ‘가족사랑’으로 덧씌워진 이데올로기는 무엇이며, 그것이 행복인지를 물었다. 그는 “제도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변한다”며 “변해갈 세상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족을 가족이게끔 만들 때, 정상성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 성인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에서 가족이 시작한다. 두 주체는 성인이 아니면 안 되고, 이성애적 남녀가 아니면 안 된다. 이들 사랑은 결혼으로 출산으로 결실을 맺는다. 따라서 혼외정사, 불륜, 매춘 등으로 가족 밖의 사랑을 구분 짓는다. 세대간의 사랑도 금한다. "가족은 이처럼 사랑과 출생을 기본으로 하는데, 페미니스트들은 출산이 사랑보다 더한 억압이라고 말한다"고 고정갑희 교수는 설명했다.

 

사회나 국가는 출산과 육아를 생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가 인정하는 생산은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에 한정한다. 육아나 가사를 생산과 노동으로 인정해달라고 하면 ‘가족끼리는 계산하지 않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고정갑희 교수는 "가부장적 성체계가 여성이 아래에서 가족을 건사하게 하므로서 여성의 움직임을 통제한다"고 봤다. 사회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집단적으로 배제되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고정갑희 교수는 “인공수정을 넘어 인공생식으로까지 발전했지만, 현재의 가족 개념은 이를 아직까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노동을 비가치화하는, 이성애적 가족을 앞으로 어떻게 넘어설 것이며 미래에 변화할 다양한 가족개념과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는 지적이다.

 

박이은실 교수는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통계로 말문을 열었다. 일반적인 가족이라고 말하는 4인가구는 2015년 기준 전체 인구의 26.4%를 차지하고 있다. 가족원 수가 1명인 경우는 21.3%, 2명인 경우는 22.9%다. 박이은실 교수는 “4인가구를 기본으로 하는 가족의 형태가 바뀌었다면 사회정책도 바뀌어야 하고 사유도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는 교육이나 구직을 이유로 서울에 살지만, 부모는 광주나 부산에 산다고 가정하면, 이들을 가족이라고 볼 수 있을까. 돈·애정·관계 등을 공유하지만 가족이라는 규정 아래 들어가지 않는 가족도 있다. 국가의 등록, 혈연여부, 동거인의 성별은 가족을 규정하는 기준이라고 박이은실 교수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가족을 상상해야 할까. 복지가 잘 돼 있다고 평가하는 북유럽 국가들은 개인이 가족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국가와 관계한다. 국가는 시민 개인을 모든 형태의 의존과 종속에서 해방시켜줄 의미를 갖는다. 돈이 필요한데 소득이 없어 가족을 떠나지 못하는 구성원이 우리 주변에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북유럽 국가는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개인으로 놓는 개인주의”라고 박이은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개개인이 안녕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으면 사회도 안녕할 수 있다”며 “가족 안팎을 넘나들어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보다 미래지향적인 가족정책”이라고 말했다.

 

◇ 차별과 다양성, ‘가족’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건강과 가정을 다시 생각하기’를 주제로 발표한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가족’이 어떻게 취약한 가족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으로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나영정 활동가는 성소수자가 모여 사는 망원동 주택협동조합 무지개하우스를 소개하며 “이들이 어떻게 모였고, 이들이 가족으로 유지되는 동력은 무엇인지를 연구한다”고 전했다.

 

가족 안에서 태어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시설에서 나와 따로 살고 있는 장애인은 ‘재가 장애인’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 사람들이 가족 안에서 돌봄을 받고 지내기 위해서 지원하는 정책은 존재하지만 장애인에게는 독립, 나아가서 취직과 결혼 등을 지원하는 제도가 없다. 독립하고 싶고, 인권을 가진 시민이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제한적인 정치틀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나영정 활동가가 속한 단체에 오는 장애여성들도 각자의 가족문제를 가진다. 가정폭력이 있기도하고, 결혼을 하고 싶기도 하고, 이혼하고 싶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나영정 활동가는 “보편적인 양육정책 안에 잘 포함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동성커플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에 강한 욕구가 있다고 하면 사회가 보장하고 있느냐”고 나영정 활동가는 되물었다. 본능이라고 얘기하지만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본능은 따로 있다.

 

현 정책은 ‘가족에 대한 분석이 빠져 있다’는 문제가 있다. 권리로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것을 수혜라고 생각할 때 다양한 가족을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영경 활동가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가족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정책 안에 들어가지 못할 때, 본인 잘못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가족이 현재 어떻게 변수로서 작용하고 있는가, 또는 위험을 만드는가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다. 정책적인 시각을 바꿔야 사각지대는 없앨 수 있다.

 

류미례 감독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어떤 합법적인 탈출통로도 제시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는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단정적으로 진술하고, 그 사랑의 내용은 인간의 수행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 이를 모성애라고 정의한다. ‘아이들’과 ‘엄마…’를 만든 류미례 감독은 이런 사회 분위기에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류미래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들’을 만든 이유가 “육아를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을 찍는 일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류미례 감독이 ‘아이들’ 상영회에서 만난 사람들도 ‘나 자신’과 ‘엄마’ 사이의 간극에 갈등했던 경험과 치열하고 생생한 육아기를 갖고 있었다.

 

류미례 감독은 “아이를 낳고 키우고 괴로워하는 것에 ‘시스템에 안주했기 때문에 불안은 감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열심히 살고 있고, 힘도 들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안온한 삶’이라거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자’라는 얘기를 한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마무리 발언에서 박이은실 교수는 “(가족정책) 방향성을 재설정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그 지점에 있어서 동의한다. ‘다양하다’는 이야기의 기준은 25%이며, 그 기준으로 해석해서 ‘다른 것’이 다양한 것이 된다. 다양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현실 직시하는 가족정책, 실제를 반영하는 가족정책이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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