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고 싶은 장애인부부, 무엇이 가로막나요?
부모가 되고 싶은 장애인부부, 무엇이 가로막나요?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7.09.26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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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특별기획] 바퀴 달린 엄마-③모경훈·김진주 씨 부부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까?’ 베이비뉴스는 창간 7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바퀴 달린 엄마’를 연재합니다. 장애가 있는 부모들의 삶과 육아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우리 사회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


지난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단란한 세 식구의 보금자리. 4살 딸의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아빠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 "아까는 아빠가 더 좋다더니…"라며 아쉬운 소리를 은근히 내뱉어보지만, 딸의 하회탈 같은 눈웃음에 입이 쌜룩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엄마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딸을 보고 있자니 더욱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엄마 품에 쏙 안겨 아빠를 향해 웃는 앙증맞은 딸의 모습은 아빠의 입꼬리를 귀에 걸리게 만든다.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모경훈(42) 씨의 자택. 딸의 미소에 모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모경훈(42) 씨의 자택. 딸의 미소에 모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뇌병변장애 1급인 아빠 모경훈(42) 씨와 같은 장애 2급인 엄마 김진주(31) 씨는 2013년 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주최하는 시민운동에서 만나 1년 반 동안 예쁜 사랑을 키워왔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연인처럼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하던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됐다. 아내 진주 씨의 뱃속에 생명이 들어선 것.


준비가 안 된 두 사람은 아이를 키울 자신이 부족했다. 둘 다 몸을 혼자서 온전히 가눌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이 아프면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은 물론, 아픈 상대방과 아이까지 모두 보살필 수 있는 여건이 도저히 안 된다. 모 씨는 오로지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고 아내는 휠체어를 안 탈 때도 있긴 하지만 서서 이동하는 것과 활동하는 게 온전치 못하다. 게다가 언어장애도 함께 있다.


모 씨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아내와 함께 하늘이 주신 아이를 순리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잘 낳아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한국에서는 중증장애인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기에는 아직 제도적 측면이나 복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고민도 걱정도 많이 됐죠. 그래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아이가 생기길 바랐어서 기쁜 마음으로 가정을 꾸렸어요."


◇ 장애인 택시 이용하지 못 하게 만든 '장애등급제'


두 사람은 지금의 작은 보금자리를 트고 아이를 맞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당시 뱃속에 들어선 아이는 아내의 건강상 이유로 유산됐고, 6개월 후 다시 임신을 시도한 끝에 지금의 딸을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산부인과를 왕래하는 일부터가 고비였다. 당시 아내는 3급 장애 판정을 받아 장애인콜택시를 부를 수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던 상황.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거나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으려면 장애등급 2급 이상(활동보조인 신청은 2015년부터 3급도 가능)이어야 가능했다.


"아내가 벽에 손을 짚고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서 장애 3급을 받았어요. 일어설 수만 있지 제대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0분 이상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에요. 우리나라 장애인 등급제가 이렇게 잘못돼 있어요."


결국 노량진동에서 혜화동에 위치한 산부인과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힘들게 왕복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90분의 왕복 시간은 모 씨에게도 아내에게도 너무나 힘든 여정이었다. 무엇보다 턱이 많고 울퉁불퉁한 보도가 많은 우리나라 도로 환경 때문에 휠체어의 울림이 혹여나 태아에게 갈까 아내를 지켜보는 모 씨의 마음이 새까맣게 탔다고.


게다가 활동보조인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내는 만삭의 몸일 때도 집에서 가사활동이나 이동 시 누군가의 도움을 충분히 받기 힘들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어려운 환경이었는데도 다행히 2시간 만에 아이를 딱 낳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죠. 고마웠어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2014년 9월 두 사람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 모은서 양을 낳았다.


"아내가 장애가 심하다 보니 뱃속에서 잘못되면 어떡하나 많이 걱정했지만, 뇌병변은 유전이 되는 게 아니라서 정상적으로 태어날 거라고 믿었어요. 실제로도 은서가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맙죠."


◇ 턱 없이 부족한 활동보조시간


하지만 아이를 낳았다는 기쁨과 안도감도 잠시, 두 사람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닥쳤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거니와 오히려 두 사람의 활동보조인 지원 시간이 줄었기 때문.


두 사람은 은서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혼인신고를 같이 하게 됐다. 그런데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활동지원제도'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하면서 장애 3급인 아내가 1급 장애인 모 씨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모 씨에게 할당된 약 700시간(연간)의 활동보조시간을 300시간으로 뚝 잘라버렸다.


모 씨는 너무나 참담했다. 육아에 전념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정부와 싸움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허탈했다.


"활동보조시간을 늘리기 위해 동해로 서해로 땀나게 다녔어요. 안 다닌 데가 없어요."


결국 모 씨는 오랜 싸움 끝에 '목디스크로 인한 마비증상'을 추가로 인정받고 300시간을 더 받았다. 아내도 여러 번의 등급 재신청 끝에 2급으로 조정됐고 활동보조시간 100시간을 받게 됐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이 연간 쓸 수 있는 활동보조시간은 총 700시간. 하지만 이것도 두 사람에게는 턱 없이 부족하다.


아기를 안기조차 힘든 이 부부에게 더는 방법이 없는 걸까. 아이를 낳으면 정부는 장애인 모·부성권 지원 제도에 따라 ▲출산비용 100만 원을 지급하고 ▲80시간의 활동보조시간을 추가 지원하고 ▲출산여성에게 가사도우미를 파견하고 있다. 정부도 장애인이 부모가 될 수 있는 모·부성권을 인정하고, 장애인 부모가 일반인보다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고 활동보조시간 추가 지원 제도는 생후 6개월 동안만 이용 가능해 많은 장애인 부모로부터 지원 시간도, 기간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사도우미 제도도 활동보조제도와 중복으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는 무용지물.


"80시간이지만 활동보조시간 지원 기한이 끝나고 나면 더 힘들죠. 경제적 지원도 저소득 가구에게는 더욱 부족하고요. 우리나라 장애인 모부성권 제도는 비현실적이에요. 활동지원시간을 늘려준다던가 제도 중복 사용을 인정해주는 식으로 완화해야 해요."


생후 36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현재 두 사람은 중증장애인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모·부성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현재 두 사람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5시간, 오후 5시간 하루 총 10시간 정도 활동보조인을 쓴다. 지금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때문에 그나마 활동보조인 사용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한 달 단위로 들어오는 활동보조 지원시간이 바닥이 보이는 그때부턴 그냥 불편함을 참거나 활동보조인에게 양해를 구하며 생활을 이어나간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도 활동보조인이 없는 낮에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요. 저도 9시부터 6시까지 밖에서 일을 할 때는 아내 혼자 집에 두는 것이 불안하죠. 또 딸과 아내 둘만 집에 있을 때는 더 마음을 놓지 못해요. 딸이 놀다가 사고를 내면 아내는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모 씨는 장애가 있는 부부, 특히 중증장애인 부부가 안전하게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장애인 양육가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24시간 또는 야간 활동보조인 지원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만일 아이가 밤에 매일 울거나 보채면 어떨까요? 기저귀 하나 갈아주는 것도 저희에겐 큰일이에요. 아내가 아이의 왼 발을 잡고, 제가 휠체어에서 허리를 굽혀 아이 오른발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서로 남은 손을 합쳐 아이에게 기저귀를 입혀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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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부부 위한 제도 보완돼야"


모 씨는 몸이 고되고 힘든 것은 모두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은서에게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모 씨의 마음을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게 한다. 아빠라서 아이를 안아주고 싶고 만져주고 싶지만 직접 그렇게 할 수 없어 가슴이 저릿하다. 활동보조인과 아내만이 은서를 대신 안아줄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모 씨는 딸 은서로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 오후 5시까지 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본 업무를 마치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집에 와 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힘들었던 모든 것이 설탕처럼 녹는다고.


"부모가 되고 나서는 '자식이 먹고 있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온몸으로 이해가 됐죠. 그냥 은서를 보고만 있는 것 자체로 행복해요."


은서 동생을 만들 계획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 씨는 입술을 삐죽였다.


"은서가 외롭긴 하겠지만, 한 명이 있으면 더 곤란할 거 같아요. 은서만 잘 키울 거예요. 장애인 부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우리나라에서 가로막고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제도가 보완된다면 장애인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지역사회에서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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