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하려면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하려면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7.10.0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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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맑은 아이로 만드는 것이 부모의 역할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토요일 오전에 업무가 있어서 출근했다가 오후 4시쯤 퇴근해 조용히 책이나 읽으려고 했더니 집에 오자마자 "우리 놀이터가서 놀자" 타령하는 나은공주. 딸래미 성화에 이길 아빠는 없죠.


더위가 한풀 꺾인 선선한 가을 날씨라서 아파트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제법 나와 있었습니다. 빨간색 옷을 입은 서너 살 돼 보이는 꼬맹이부터 제법 큰 언니까지. 하나같이 모르는 얼굴들이지만 나은공주는 스스럼없이 다가가서는 어느 사이 함께 어울립니다. 깔깔대면서 술래잡기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합니다. 어떤 언니가 가져온 초코파이를 하나 얻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옆에서 아빠가 기다리는 것은 아랑곳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놉니다.

 

어떻게 하면 처음 보는 아이들과 저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유치원에서도 "나은이는 사회성이 참 좋아요"라고 말합니다. 친구들 잘 챙기고 누가 싸우면 가운데에서 중재하기도 합니다. 어린 동생이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울지마 다독거립니다. 좋아하는 선생님에게는 "저는요.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라고 자기 마음을 표현할 줄 압니다. 나은공주는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고 아빠 닮아서 숫기도 많은 편입니다. 때로는 친구 때문에 상처받는 일도 합니다. 하지만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무슨 일이건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아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좋아합니다. 겨우 7살인데도 친구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남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압니다. 타고나기를 숫기 많고 상처 잘 받는 아빠로서는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합니다.


흔히 어른들은 "원래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쉽게 어울리고 뛰어논다"라고 생각하지만 착각입니다. 아이들의 인간 관계 또한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타인과의 상호 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두 살, 세 살이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 사리 분별을 하는 대여섯 살만 돼도 낯설면 경계하고 자기와 맞지 않으면 싫어합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자기 마음에 충실하기 때문에 속내와 상관없이 적당히 남에게 맞춰 주는 어른들보다 훨씬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따라서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친구 관계에 심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죠. 요즘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왕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치원에도 왕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죠. 하지만 모든 아이가 그렇지는 못합니다. 나은공주가 다니는 유치원만 해도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봅니다. 심지어 서울 강남에는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도 따로 있다고 하죠. 그만큼 인간 관계란 아이나 어른이나 쉽지 않다는 얘기이죠. 하지만 대수롭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어른들도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업무가 아니라 '상사나 주변 동료와의 관계'를 꼽듯, 친구들과 제대로 지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오죽 힘들겠습니까.


사회성이 좋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자존감'에 있습니다.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이란 진심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는 자신감, 끈기, 의지력, 타인에 대한 당당함 모두 자존감에서 나옵니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내는 자존심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오히려 자존심은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남들에게 감추려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사소한 장난이나 농담 한마디에도 금세 발끈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입니다. 반대로 자기 주관없이 남이 하자는대로 따라하는 사람, 남의 비위에 맞추려는 사람 역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죠.


이런 사람들일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며 내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는 둔감하면서 남이 나에게 상처 주는 것은 참지 못합니다. 사람의 관계란 서로의 존중에서 비롯되는데 나는 존중하지 않으면 남으로부터 존중받기만 원한다면 갈등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매사 자기 중심적이거나 반대로 줏대 없이 그저 주변에 휘둘리는 사람은 남에게 쉽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결국 서로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남도 나를 피하게 되고 나도 남을 피하게 됩니다.


두살 많은 언니랑 술래잡기 중입니다. 조금 전에 만났는데 벌써 친한 사이가 되었네요. ⓒ권성욱
두살 많은 언니랑 술래잡기 중입니다. 조금 전에 만났는데 벌써 친한 사이가 되었네요. ⓒ권성욱


ⓒ권성욱
ⓒ권성욱


의외로 일반인보다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 중에 이런 이들이 많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워낙 금수저라서 남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었던 사람, 반대로 지나치게 밑바닥에서 시작해 오직 정상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남을 밟아가며 올라온 사람들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금수저, 흙수저들이 인간관계가 나쁘거나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출신 배경이 아니라 성장기에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어떠한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평소에 아이를 존중하고 관심을 주면서 조건없는 사랑을 베풀 때 아이는 올바른 자존감을 형성합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곧 타인과의 관계입니다.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 또한 원만합니다. 반대로 부모와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친구와의 관계 또한 원만하지 못합니다. 즉, 아이의 사회성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아이가 아닌 부모의 잘못이며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이 부족했거나 제대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유별날만큼 갈등 지수가 크다고 합니다. 성인의 절반이 인간 관계에서 심한 애로를 겪습니다. 이는 그동안 가정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특유의 가부장적인 문화, 맹목적인 성공 지향 문화가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을 왜곡시키고 있죠. 부모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관심을 갖는 대신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공부 잘하기를 요구합니다.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된다고 여깁니다.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 가서 출세하고 돈과 명예를 가지면 굳이 내가 남을 존중하지 않아도 남이 알아서 나를 떠받들텐데 올바른 인성 따위가 뭐가 필요하느냐, 그런 비뚤어진 가치관이 우리 사회를 여전히 지배합니다. 부모로부터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 남을 사랑할 줄 모르고 부모가 나를 존중하지 않으니 내가 남을 존중하는 법을 알리 없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 모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마약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죠. 어떤 사람들은 '원래 자식은 부모 욕심대로 안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굉장히 무책임한 소리이기도 합니다. 과연 부모로서 부모 노릇을 제대로 했는가. 애초에 부모 노릇이 무엇인지는 아는가.


공부 못하는 아이를 공부 천재로 만들 수 없고, 운동 못하는 아이를 운동 천재로 만드는 비법은 없습니다. 아이의 뜻에 반해 부모가 강제로 끌고 갈 수도 없습니다. 기질과 재능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죠. 이럴 때 '부모 욕심대로 안되는 것'이라고 해야합니다. 하지만 인성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어릴 때 가정 환경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밝고 맑은 아이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린 것이죠. 만약 아이의 인성과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면 부모는 최선을 다했는데 욕심대로 안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부모 역할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교육없이 국제중 보낸 하루 나이 독서>와 <평범한 아이를 공부의 신으로 만든 비법>의 저자 이상화 씨는 자녀를 영재로 만든 자신의 비법을 '독서의 힘'으로 돌리지만 제가 보기에는 너무 겸손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비법은 무한한 아빠의 사랑입니다. 저 또한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아이와 눈을 맞추고 수시로 안아주고 아무리 귀찮고 피곤해도 아이의 말에 늘 귀 기울여 주었습니다. 누가 그렇게 시켜서가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서 제가 행복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일곱살이 된 지금에 와서야 그게 바로 진짜 부모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됐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여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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