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로당 자리에 어린이집 짓자’ 갈등에 빠진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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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로당 자리에 어린이집 짓자’ 갈등에 빠진 아파트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9.27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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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동 내 국공립어린이집 개설 두고 입주자대표회의-노인회 충돌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최대성 기자
최대성 기자

 

 

“노인회장님 이하 십여 명의 회원분들의 완강한 반대로 입주자대표 임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얻어낸 조건부 승인과 서울시 지원이 무산될 처지에 있습니다. 노인회원들의 경직된 생각으로 서울시의 파격적인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아파트 전체의 발전을 막는 맹목적 이기주의라고 판단합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게시된 '국공립어린이집 개설 관련 호소문' 일부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짓는 데 '조건부 승인'이 났다는 건 무엇이고, 노인회의 반대로 무산될 처지라는 건 또 무슨 말일까?


9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해당 아파트는 지난 3월부터 관리동 건물 1층의 빈 공간에 국공립어린이집 개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곳은 4면 중 2면이 옹벽으로 막혀 있고 건물 외부로 난 창이 하나뿐이라 서울시의 승인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조건부 승인'. 같은 층에 있는 경로당을 빈 공간으로 옮기고, 지금 경로당이 있는 자리에 국공립어린이집을 개설하는 방법이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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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파트 주민들이 이와 같은 방식에 합의한다면 서울시는 최소 2억 20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린이집 공사비와 기자재 비용 1억 6000만 원과 아파트 시설개선비(발전기금) 6000만 원, 그리고 경로당 이전 비용까지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아파트 관리동 공간을 활용하지 않고 국공립어린이집을 신설하자면 한 곳당 통상 18억 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서울시 자료).


입주자대표회의는 8월 21일자로 게시한 호소문을 통해, 국공립어린이집 개설로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낡은 관리동 1층 전체 리모델링 ▲주변 환경을 개선하여 이용주민의 편익을 도모 ▲국공립어린이집 선호 수요자 증가로 아파트 가격(재산가치) 상승 기대가 바로 그것이다. 아파트 공유시설의 개·보수나 신규 시설물 설치를 위해서는 소유주 3분의 2 이상(67%)이 동의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72%가 국공립어린이집 개설에 동의했다고 한다.


현재 해당 아파트 단지 안에는 어린이집이 없다.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동(洞) 전체의 상황을 봐도, 아동 수 1077명 중 보육수요는 574명, 어린이집 정원은 498명으로 어린이집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9월 기준, 마포구 자료). 또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관리동 건물. 언덕 아래에서 보면 지상 3층 건물이지만 사실상 1, 2층은 '반지하'라고 볼 수 있다. 최대성 기자
관리동 건물. 언덕 아래에서 보면 지상 3층 건물이지만 사실상 1, 2층은 '반지하'라고 볼 수 있다. 최대성 기자

 

 

 

최대성 기자
최대성 기자

 

 

◇ 경로당-어린이집 위치 바꾼다면… ‘2억여 원 지원’ 조건부 승인

 

하지만 노인회는 경로당 위치를 옮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26일, 이유를 듣기 위해 해당 아파트를 직접 찾아갔다. 아파트 전체가 가파른 언덕길 위에 자리해 있었다. 관리동 건물은 ‘ㄷ’자로 휘어지는 언덕길 가운데에 있었는데, 언덕길 아래에서 보면 지상 3층 건물이지만 언덕길 위에서 보면 맨 위층만 지상에 노출돼 있었다. 사실상 1, 2층은 ‘반지하’라고 볼 수 있었다.

 

 

경로당 이전 및 어린이집 개설 설계도 가안. A 공간에 있는 경로당을 비어 있는 B 공간으로 옮기고 A 공간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경로당 이전 및 어린이집 개설 설계도 가안. A 공간에 있는 경로당을 비어 있는 B 공간으로 옮기고 A 공간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경로당은 도면상(사진) A 공간에 있다. 비어 있는 B 공간으로 경로당을 옮기고 A 공간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짓겠다는 것이 입주자대표회의의 계획. 노인회장은 A 공간에 비해 B 공간이 “10평(33㎡) 이상 작다”고 말했다. 공간을 성별에 따라 ‘할머니방’과 ‘할아버지방’으로 나눠야 하는 것도 문제다. 경로당에서 만난 네 명의 노인회원들은 “살림살이(운동기구, 가구 등 집기)도 다 버리고 몸만 가야 될 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인회에 따르면, 현재 이 아파트 노인회의 등록회원은 30여 명이며, 65세 이상 주민 수는 100명을 넘는다. 노인회장은 “어린이집과는 달리 경로당은 등록회원이 아닌 누구라도 경로당은 드나들 수가 있다”며 “구청이나 복지기관 등 외부에서 방문해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도 많다”고 공간의 넓이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채광이다. 관리동 건물의 ⓒ와 ⓓ 방향은 옹벽으로 막혀 있는 상황. B 공간에서 건물 외부로 통하는 창은 ⓐ 방향 한 곳밖에 없다. 현재 경로당이 위치한 A 공간은 한 방향만 옹벽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와 ⓑ 두 방향으로 일곱 개의 창이 나 있다. 경로당을 이전하면 B 공간에도 ⓐ 방향으로 창을 하나 더 만들 계획이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노인회의 주장이다.


창이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비상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노인회원은 “늙은이들도 애들하고 똑같다. 비상 상황이 되면 재빨리 대처할 수가 없다. 유사 시에 창문으로라도 대피해야 하는데 거기(B 공간)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데가 출입문하고 창문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회장은 “애들이 여기(B 공간)서 못 산다면 늙은이도 못 사는 거다. 그 생각을 해야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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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개선과 주민편익 도모” vs. “애들 못 사는 곳은 늙은이도 못 살아”
 
추진 과정상의 문제도 노인회의 반대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보인다. 노인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우리 동의를 받은 다음에 일(국공립어린이집 개설 추진)을 시작해야 하는데 덮어놓고 주민들부터 선동했다”며, “순서가 바뀌어도 보통 바뀐 게 아니다. 결국 주민들하고 노인회만 싸움 붙인 꼴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그동안 8월 29일 주민 공청회를 비롯해 대화의 과정이 있어왔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8일 ▲화장실 및 거실 남녀 구분 설치 ▲화장실은 출입구 가까이 설치 ▲외벽 창호 설치 및 내부 투광창 사용 ▲도면 설계 시 노인회 의견 반영 등 네 가지 사항을 담은 서면 “동의서”를 제안하기도 했고, 가안의 설계도를 마련해 논의한 바도 있다. 하지만 노인회는 26일 “대화는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노인회를) 설득할 단계는 지났다. 주민들의 뜻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하겠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체 입주자를 대표하는 단체이고 노인회는 하나의 자생단체”라며, “(노인회는) 아파트에서 하는 일에 대해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노인회 분들의 위신을 세워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노인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아파트 전체 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노인회가 밝힌 각각의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별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지난 8월 아파트 경로당을 방문해 노인회와 대화한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 노인회가 구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포구 담당자는 지난 22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합의는) 어디까지나 아파트 주민 당사자 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노인회가 확실히 동의하고 마찰 없이 진행되지 않으면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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