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단법인 토닥토닥 김동석 이사장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조속한 건립 기원 1004배에 들어가며.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건우에게 미안합니다.
아빠는 네가 치료를 위해 힘든 몸으로 떠돌아다니게 해 미안하다. 사고난 후 아빠는 네가 어떻게 재활치료할 지 몰랐단다. (사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단다.) 그래서 한참 헤매는 동안 네게 정말 귀한 시간을 놓친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아둥바둥 어떻게든 해보려고 뛰었지만 틀어지는 몸을 막을 수 없었던 그 땐 무기력함에 아빤 나쁜 생각도 했었다. 이후 넌 전국의 재활치료시설을 떠돌며 적응할 시간도 없이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했구나.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네가 얼마나 답답한지 아빠는 자주 잊었구나.
네가 만 3세때부터 의무교육대상자라는 사실을 아빤 만 5세때 알아서 교육을 받게 한 것도 미안하구나. 지난 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정말 몰라서 못한 것들이 너무 많구나.
아빠는 네겐 어른이기도 한단다. 그런데 참 이기적이고 모자란 어른이었지. 네가 사고로 장애인이 됐을 때 치료비 걱정은 했지만 치료시설 자체가 부족해 제 때 제대로 치료를 못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단다. 치료비도 그 가족의 책임이라고만 생각했단다. 장애의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보지 못했지. 또 장애아동들을 거리에서 보기 어렵다고 주위에 없다고 생각했단다. 어찌보면 장애는 내 일이 아니고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었지. 이것이 얼마나 모자란 생각이었는지 이제는 안다. 사실 네가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럴지 모르는 일이다. 어른으로서 함께 살아야한다고 말할 자격이 한없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지난 겨울 아빠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선우를 목말 태우고 촛불을 들고 외쳤단다. 선우는 촛불 들면 오빠병원이 세워질거라 믿고 함께 나갔지.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죽어가는데도 가만히 있으라 말하며 끝내 죽음으로 몰았단다. 그 모습은 너무 끔찍하고 참혹했단다. 난 아직도 너를 보며 그 대한민국을 보고 있단다.
네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제 때 제대로 치료와 교육을 못받는 재활난민으로 산지 만 8년이 되었구나. 더이상 너를 아빠의 힘만으로는 지키지 못해 거리로 나온지도 4년이 되었고. 올해는 문재인 대한민국대통령이 너의 이름을 부르며 약속을 했었지. 그 약속을 믿으며 청와대에 가서 이런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어달라고 전달했었지.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알게 되며 충격에 빠졌고, 끝내 아빠는 너를 뒤에 두고 대한민국 사회에 무릎을 꿇었지.
너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너를 지켜달라고.
너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아빠는 너에 대한 미안함만으로 1004배를 하는 건 아니란다. 1004배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아빠의 마음이기도 하다.
사랑한다. 건우야.
2017. 9. 29 대전시청에서 건우아빠
*(사)토닥토닥은 치료와 재활, 교육과 돌봄이 함께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조속한 건립을 기원하며 9월 29일 토닥토닥 후원의 날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문현웅 변호사와 (사)토닥토닥 김동석 이사장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조속한 건립을 기원하는 1004배를 올렸습니다. 김동석 이사장이 이날 발표한 편지를 재구성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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