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가능한 홈헬퍼는 왜 한명도 없나요?"
"수어 가능한 홈헬퍼는 왜 한명도 없나요?"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7.10.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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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특별기획] 바퀴 달린 엄마-⑤최창국·송지은 씨 부부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까?’ 베이비뉴스는 창간 7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바퀴 달린 엄마’를 연재합니다. 장애가 있는 부모들의 삶과 육아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우리 사회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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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랑 놀아! 아빠 나랑 놀아! 저 아저씨랑 이야기하지 마!”

지난달 17일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한 공원에서 만난 청각장애인 최창국(40)·송지은(38) 부부와 네 살 딸 예나. 햇볕이 따사롭던 주말, 초가을 소풍 삼아 딸 예나는 아빠·엄마를 따라나섰지만, 아빠·엄마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고 기자 아저씨하고만 대화하는 모습에서 심술이 잔뜩 난 듯했다. 아빠·엄마를 기자와 멀리 떨어지게 하는가 하면, 아빠·엄마에게 벌을 세우기도 했다.


또 기자에게 다가와 “집에서 이거 쪄먹으면 맛있어요”라며 어디서 주워온지 모르는 밤을 선물했다가 다시 빼앗아가는 귀여운 ‘밀당’을 하기도 했다.

최창국·송지은 부부는 모두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아빠 최창국 씨와 엄마 송지은 씨는 디자인회사에서 만나 6개월간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왔다. 예쁜 사랑을 잘 지켜온 두 사람은 결혼까지 골인했고, 예나를 임신을 하게 됐다.

임신은 기쁘면서도 두려운 소식이었다. 아이를 키울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다. 아이를 키울 자신도 부족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들에 쪼그라들었고,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나중에 딸과의 소통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장 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배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아이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저희 부부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저희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 부부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예나에게서 용기, 자부심, 힘을 얻고 있어요.”


◇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모님 안 데리고 오면 진찰 못한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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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송지은 씨와 아빠 최창국 씨는 모두 어린 시절 고열로 인해 후천적으로 청각장애인이 됐다. 어린 시절 청각장애를 이유로 상처도 적지 않게 받았고, 성인이 돼서도 무시를 당한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 지은 씨는 이사를 가게 됐다. 남동생과 함께 동네를 걸어가던 중, 지은 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안 동네 사람들이 지은 씨가 진짜로 귀가 안 들리나 돌을 던진 적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돌은 맞지 않았지만, 지은 씨는 크게 울었다.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말했는데 어머니는 ‘울지 말고 강하게 표현을 했어야지’라고 말했다.

“그때부터는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그러한 단호한 말씀 덕분에 용기를 얻어, 그 이후 동네 사람들하고 잘 지냈습니다.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더 소심하게 성장했을 텐데, 어머니의 많은 도움과 보호로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지은 씨는 청각장애인들은 어디를 가든지 무시와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병원에서도 똑같습니다. 의사가 저랑 대화가 안 되니까. ‘할아버지, 할머니 데리고 와서 진찰을 받아라’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필담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의사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부모님 모시고 와라, 안 데리고 오면 진찰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지은 씨는 이런 경험들을 계기로,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소통을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사회인식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수어 너머로 보이는 지은 씨의 단호한 표정이 그 마음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행복을 주는 방법 찾아주는 일

최대성 기자
최대성 기자

두 사람이 딸의 행복을 위해서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행복을 전하는 것, 행복을 주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모와 다르게 우리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말도 잘 표현 못하고, 혹여 그 부족함 때문에 우리 딸 예나가 학교 가면서 상처받을까 걱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딸을 위한 길이 무엇이 있을지 찾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나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딸이 자랑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은 씨는 “딸 예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딸 예나에게는,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보호하는 세상을 알려주고 싶다. 또 예나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부모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창국 씨는 “우리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수화통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예나에게 보여줌으로써 부모가 자식의 도움 없이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를 통해서 예나가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모를 돕고자하는 마음에 자신의 다른 꿈을 접고 부모와 관련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절대로 아이에게 부담을 안줄 것”이라고 말했다.

◇ “장애 유형별로 전문적인 홈헬퍼 필요해요”

엄마 송지은 씨와 아빠 최창국 씨.
엄마 송지은 씨와 아빠 최창국 씨.


“사회복지관 사람들이 저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은 몸도 멀쩡하고 건강한데 무슨 홈헬퍼 지원을 받으세요? 청각장애인이 홈헬퍼가 필요하나요?’라고 말입니다.”

홈헬퍼 제도는 노인이나 장애인의 가정을 방문해 가사와 개인활동 등을 돕는 제도다. 지은 씨는 홈헬퍼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회복지관 사람들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그냥 신경 안 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사회가 전반적으로 다른 장애인에 비해 청각장애인은 도와줘야겠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특히 교육을 받을 때 통역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 아쉽습니다.”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제도(홈헬퍼)의 경우 지자체별로 시행 의지가 있거나 형편이 되는 지자체만 본인부담금을 지원해줄 뿐, 대부분 지역은 이용자 자비로 부담하고 있는 상황. 이런 면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여성장애인의 양육을 돕는 서울시의 ‘홈헬퍼사업’은 다른 지역 여성장애인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서울시의 홈헬퍼 사업은 2003년 시작돼 현재 80명의 홈헬퍼가 일하고 있다. 생후 100일 미만 신생아를 둔 여성장애인 가정에 주 5일, 1일 6시간, 월 최대 120시간 방문해 가사와 활동을 돕고 있다. 생후 100일 이상 만 10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장애인 가정에는 월 70시간 이내로 홈헬퍼를 지원한다.

“홈헬퍼 사업은 사실상 서울만 하고 있는 사업으로 다른 지역에 사는 장애인분들이 홈헬퍼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좋은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홈헬퍼 사업은 사실 서울을 제외하고 경기·대전·광주·제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서울의 경우 산후서비스, 육아서비스, 가사도우미 서비스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대전은 가사도우미(육아·가사 등을 포함), 경기도는 산후서비스, 육아서비스, 가사도우미, 광주는 산전 산후 도우미, 가사도우미(가사 육아 포함), 제주는 가사도우미(육아 가사 등을 포함)등 해당지역별로 서비스는 다르지만 홈헬퍼를 지원해주고 있다.

최창국·송지은 부부는 지금의 홈헬퍼 제도를 개선해 ‘지체장애인 헬퍼’, ‘시각장애인 헬퍼’, ‘청각장애인 헬퍼’ 등 각 장애 분야별로 전문적인 맞춤 헬퍼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희도 현재 홈헬퍼를 이용하고 있는데, 홈헬퍼 중에는 수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분이 없습니다. 홈헬퍼가 수어가 가능하다면 저희가 아이와도 더 재밌게 놀아줄 수 있고, 또 아이의 선생님과 소통할 때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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