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정수의 ‘결혼수업’
시대가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남편은 돈 벌어오고, 아내는 집안일과 육아. 이렇게 딱 구분해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요즘 SNS에 전업주부를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가는 본인의 SNS가 이토록 방문자가 많을 수도 있겠구나를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이젠 전업주부를 특수한 형태의 직업으로 보는 것이 현명한 시선입니다. 솔직히 전업주부를 대신할 외부 인력을 두려면 월 400만 원 정도는 예상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고용자입장에서 눈치까지 봐야하죠. 일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아이를 돌봐 주시는 분께 싫은 소리를 전했다가 기분이라도 상한다면, 내 아이는 하루 종일 내 말에 마음이 상한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예입니다만, 육아가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이런 예도 가능합니다.
시대를 바라보는 남편과 아내의 시각차가 좀 있습니다. 당연히 남편은 과거가 더 좋은 것 같고, 아내는 미래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충돌이 생기죠.
남편은 한다고 합니다. 예전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 잘하고 있는 겁니다. 근데 아내의 눈에는 그게 아직도 많이 부족해보입니다. 더 도와줬으면 좋겠고 더 슈퍼맨이 되었으면 좋겠는 거죠. 그래서 이성적으로 따지기도 하고, 무섭게 호통을 치기도 합니다. 마치 마음에 멱살을 잡아서 끌고 가듯이요.
그런데,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남자는 이런 식으로 성향을 개선 시켜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반발심만 더 커지죠. 어쩌면 사람이 사람의 성향을 바꾼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생활에서 서로가 편해진다는 것은 성향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바뀌고 생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왜 하지 않는지 따져 묻기보다는 그냥 그것을 하고 있게끔 인도하면 그만입니다. 설거지를 왜 도와주지 않느냐고 따지기보다는 그냥 약자인 것처럼 설거지를 한번 부탁하는 애교 섞인 방식이 훨씬 시간도 절약하고 에너지도 아끼면서 목적을 이룰 수 있죠. 결국 어떻게 설거지를 함께 하느냐가 포인트인 거니까요.
남자는 달팽이입니다. 자신들도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고, 변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걸음이 느립니다. 걸음이 느린 달팽이에게 왜 빨리 가지 않냐고 발로 차면 그 달팽이는 그냥 집 안으로 쏙 들어가서 숨어 버립니다. 그리고 한동안 제자리에서 죽은 듯 있죠. 그리고 한참 후 조용해지고 나서 다시 집에서 나와서 천천히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갑니다.
그럼 달팽이가 가장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이 뭘까요? 멈추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배우자를 멈추지 않게 해서 두 사람이 함께 멋진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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