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제주 노키즈존 논란? 어린이 친화업소 발굴 계획"
원희룡 지사 "제주 노키즈존 논란? 어린이 친화업소 발굴 계획"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10.2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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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 연속 인터뷰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없다. 베이비뉴스는 광역자치단체 시도지사들에게 저출산 문제에 대한 견해와 보육지원 정책의 현황과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연속 인터뷰의 첫 번째 주자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다. - 기자 말

 

 

ⓒ제주도청 제공
ⓒ제주도청 제공

 

  

“농부는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종자는 지킨다고 하잖아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은 가정의 평화, 나아가 국가적 평화의 제1척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국 265개 지자체 가운데 80곳이 사실상 아이 낳기 어려운 소멸위기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10년 전 33곳에서 2.4배 넘게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저출산은 개인과 가족의 선택을 넘어 지방과 국가 존속의 문제입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제주도를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대답이다.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때문에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하거나 또는 반대로 사회생활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16년 통계청 출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제주도의 셋째아 이상 비중(17.0%)이 가장 높다. 합계출산율 역시 1.43명으로 전국 평균인 1.17명을 상회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제주 만들기를 시작으로 여성친화·양성평등의 섬이라는 가치를 계속 진일보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한 원희룡 지사. 원 지사는 지난 18일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소신부터 제주도만의 보육지원 정책, 최근의 노키즈존 논란에 대한 입장까지 상세하게 밝혔다.

 

◇ “농부는 굶어죽어도 종자 지킨다… 저출산은 국가 존속 문제”

 

먼저 원 지사가 생각하는 제주도 대표 보육정책은 무엇을까. 원 지사는 ‘제주형 수눌음 육아나눔터’와 ‘가족친화 기업문화 확산’ 정책을 꼽았다. 제주형 수눌음 육아나눔터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제주에는 ‘수눌음’ 정신이라고 해서 서로 일을 도와주는 문화가 있다”며, “돌봄 육아를 위한 공동체를 시대에 맞게 복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출산과 보육정책은 좋은 일자리부터 결혼, 주거, 교육, 의료 같은 사회인프라를 톱니바퀴처럼 연결해나가는 과정”이라며, ▲출산장려금 ▲난임부부시술비 지원 ▲한방난임치료사업 ▲산후조리 한약지원 ▲출산육아용품 지원 ▲신혼부부 주택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둘째아 1년간 추가 양육수당 등의 정책을 소개했다. 덧붙여 “제주도는 저출산 대응 자체사업 예산 비율이 세종시 다음으로 높다”며 “내년부터는 둘째아 이상 낳으면 기존 2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출산장려금을 더 늘렸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지난 2월 여성가족부가 지정하는 ‘여성친화도시’로 재지정됐다. 2011년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여성친화도시에 지정된 이후 다시 한번 지정된 것. 원 지사는 “우산이 안 되면 비라도 같이 맞는 자세로 여성을 위한 서비스 사각지대를 줄여온 것이 변화를 낳고 있는 것 같다”며, ▲양성평등기본조례 전면 개정 ▲나눔과 배려의 제주 상징인 김만덕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김만덕기념관 건립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설립 ▲제주도 최초의 여성 행정시장 임명 ▲생활체감형 양성평등 정책인 ‘제주처럼’ 프로젝트 등을 비결로 꼽았다.

“앞으로의 방향은 크게 돌봄, 일자리, 건강한 가족, 안전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요. 출산과 양육 그리고 가정의 문제는 더 이상 여성의 ‘애국심’에 의존해서 해결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출산 등은 여성의 기본권이기에 여성의 권리는 항상 존중되어야 합니다. 여성친화도시의 기본은 여성 권리의 보장입니다.”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해결해 청년층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은 저출산 문제에 아주 중요한 관건이다. 원 지사는 우선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제주의 경우 취업률은 70%로 높지만 대기업이나 대규모 산업단지가 없고, 비정규직이 많은 산업구조”라고 진단하면서, 세 가지 “획기적인 수술”을 약속했다.

그것은 첫째, 대형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도민 80%를 우선 고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이 정책은 제주신화월드 복합리조트에 적용된 것으로, 올해 단일규모로는 제주사상 최대인 약 2100명을 채용했다. 그리고 둘째는 제주공기업을 중심으로 좋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 마지막 셋째는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관광, 스타트업 등 최근 제주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새로운 경제생태계와 청년기업, 생태해설사,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제주의 가치를 활용한 소자본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주거문제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가 책임져야 할 보편적 복지”라는 입장을 바탕으로, “신혼부부, 서민 등 주거약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는 2025년까지 행복주택 7000가구, 국민임대 3000가구, 임대 후 분양 1만 가구 등 공공 임대주택 2만 가구를 포함해 10만 가구를 공급하는 제주형 주거복지정책을 추진 중이다.

원 지사는 “행복주택의 경우 국비 지원을 70% 받고 나머지는 제주도 예산을 투자해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저소득층과 노인층을 대상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정책”이라고 소개한 뒤, “일부에서는 변두리 지역에 건설하라고 하지만, 저는 직장과 가깝고 자녀 교육이나 육아 환경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제주도는 우선 2085가구에 대한 입지를 확정해 건축 중이다.

 

 

ⓒ제주도청 제공
ⓒ제주도청 제공

 

 

◇ 여성친화도시 재지정… “우산이 안 되면 비라도 같이 맞는 자세로”

 

정책의 내용만큼이나 정책을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 엄마아빠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는 것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세우기 위한 필수조건. 원 지사는 “직접 민생투어, 공동육아 모다들엉 돌봄공동체 워크숍 등 현장에서 엄마, 아빠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도지사 혼자 권한을 행사하기보다는 협치를 통해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됐을 때 보육정책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데는 다른 지자체의 성공적인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원 지사 역시 “남녀가 맞벌이를 하며 가정에 대해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과 생활방식을 개혁해나가는 곳이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좋은 모델의 장점을 제주 실정에 맞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정책들은 무엇일까.

“어린이집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 공립어린이집 운영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고요. 울산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영유아 일시보육과 가정양육 정보 지원 정책도 괜찮게 생각합니다.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유럽 국가들도 공립 보육서비스가 발달돼 있습니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핀란드의 네우볼라(Neuvola)도 눈여겨봐야 할 정책입니다.”

최근 몇 년간 제주로 ‘문화이민’을 간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주학생 역시 급증한 것이 현실. 원 지사는 “제주도는 서울시 다음으로 많은 교육비특별회계를 편성해서 도교육청에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늘어난 예산으로, 이주해온 학생들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주도 아이들 학력은 2년 연속 수능평균점수 전국 1위를 통해 증명됐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한편, 제주이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고민되는 부분은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제주도는 지역단위 민생현장 속에서 도지사실을 운영하는 마을투어도 자주 하고, 전화나 카톡으로도 연결이 잘돼 있습니다. 부족한 점은 고치겠습니다.”라고 적극적인 조언과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 “부모 부담 해소는 모두의 책무… ‘복지 1등 제주’ 만들겠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는 논쟁적인 이슈로 전국 엄마아빠들의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지난 9월 한 블로거가 올린 ‘제주도 노키즈존’ 업소 리스트가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 ‘문전박대를 겪지 않게 해주는 유용한 정보’라는 시각도 있고, ‘업소의 영업을 방해하는 블랙리스트’라는 시각도 있었다. 제주도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원 지사는 이 같은 논쟁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역 전체가 힘을 쏟아야 하는 게 육아입니다. 반대로 식당·카페의 노키즈존도 사정이 있지 않겠습니까. 공존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주도는 아이들의 예절교육과 함께 ‘어린이 친화업소 발굴’을 통해 가족친화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내년 도입할 계획인 ‘어린이 친화업소’ 사업은 “어린이 동반 부모가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업소와 가족친화인증기업을 발굴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원 지사는 “카페, 식당, 미용실, 치과 등 병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업소를 선정해서 지원해나가려고 한다”고 대책을 밝혔다.

2016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내 저상버스는 23대.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저상버스는 휠체어 이용자뿐만 아니라 유모차나 영유아를 동반한 엄마아빠들에게도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저상버스 수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는 엄마아빠들에게 특히 섭섭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올해 저상버스 36대를 추가 구입해서 59대가 운행되고 있다”며 “2021년까지 매해 20대씩 추가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8월 26일부터 승용차에서 대중교통과 보행자, 교통약자 중심의 교통체계로 전면 개편했다”며,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교통약자를 위한 보편적 복지 정책인 만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원 지사는 최근 독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제주의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제주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곳인가, 제주여성들이 과연 행복한가 생각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원 지사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누구나 제주에 와서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도록 여성이 행복한 제주를 설계해나가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 다짐이 현실이 돼서 “복지 1등 제주”의 꿈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소중한 존재입니다. 또한 아이를 갖고 싶어도 사회적·경제적 제약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미래 부모들의 부담을 해소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입니다. 앞으로 어린이와 어르신을 포함해 도민을 위한 복지예산, 제도, 시설, 프로그램, 인력까지 획기적으로 확대해서 복지 1등 제주라는 이야기를 듣게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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