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가족...독일과 프랑스는 어떻게 했을까
변화하는 가족...독일과 프랑스는 어떻게 했을까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10.3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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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30일 유럽 가족정책 관련 국제 컨퍼런스 개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열린 '국제 컨퍼런스 - 유럽의 가족정책과 출산 : 한국에의 시사점'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열린 '국제 컨퍼런스 - 유럽의 가족정책과 출산 : 한국에의 시사점'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독일과 프랑스 등의 나라의 인구정책에서 한국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정부가 가족정책을 성공하려면 모든 분야의 이해당사자와 함께 해야 하고, 단일한 정책만으로는 충분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조언을 내놨다. 특히 가족정책은 국가나 지역별로 갖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성공사례를 즉각 도입하기보다 충분히 평가하고 현지화 과정을 거쳐, 총체적이되 섬세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3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유럽의 가족정책과 출산 : 한국에의 시사점’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가족 정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됐다.

 

독일 가족정책은 △가족의 경제 안정과 사회참여 △일과 가정의 조화 △아동의 복지 증진 △출산을 위한 우호적인 조건 충족 등 네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독일 연방외무부 소속 마리아 베링거 박사는 이 네 가지 목표들이 독일 가족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마리아 베링거 박사는 가족정책이 자녀로 생기는 경제적 문제를 충당하기 위해 발생한다고 봤다. 아동수당, 가정수당 등 가정에 현금 형태로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가정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여성의 사회참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한부모를 대상으로 한 수당과 같이 선별적인 수당이 투자 대비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아 베링거 박사는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면 엄마가 일하는 시간이 늘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도 높아진다”며 “아빠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것에도 효과를 미쳐,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가족정책으로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가정으로 머물게 만들고, 곧 ‘아이를 가져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는데 효과를 거뒀다. 

 

아이들의 복지 수준은 부모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와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 중에서도 어머니의 만족도와 더 밀접하게 나타났으며, 여러 요인 중에서도 경제 독립과 사회 참여 가능성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마리아 베링거 박사는 “두세 살 정도의 아이들 중에서 외부 보육시설에 다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사회·언어적 기능이 발달했다”며 “한부모나 이민자 가족 아이도 추가적인 보육 서비스를 받으면 더 큰 이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마리아 베링거 박사는 “사람들이 아이를 갖겠다고 결정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다”면서 “사회 규범, 성역할, 배우자 선정에 있어서의 사회적 조건과 배경, 교육 수준, 가정 환경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사회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에서 보육서비스에 투자를 많이 해도 가족이 시설에 맡기지 않는다고 한다면 출산율은 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리아 베링거 박사는 기존의 가족정책이 출산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형성하는데 있어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가족정책 범위에 ‘아빠’를 넣었던 것을 예로 들었다. 아빠 육아휴직이 4%에서 시작해 30%를 넘어가면서 출산율 진작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끝으로, “독일이 추진했던 가족정책 중에서도 양질의 보육시설, 자금지원 서비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돕는 것이 출산율 증가에 기여함을 선행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했다”고 했지만 “단일한 조치는 영향도 단기적이다. 새로운 정책이 추진되면 다른 정책과 효과나 영향을 주고 받는 경우가 있다”며 보다 총괄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수립을 당부했다.

 

◇ 동독과 서독 사이에서 찾아낸 “지속가능한 가족정책”

 

노베르트 슈나이더 독일연방인구연구소장은 가족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정책을 설계하는데 성공적이었던 정책이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베르트 슈나이더 소장은 독일 가족정책을 “가족의 생활환경에 맞춰 국가가 영향을 행사하려는 모든 시도”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독일은 가족정책을 “가족 내부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과 가족과 사회 간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시도 등 두 단계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독일연방인구연구소 노베르트 슈나이더 소장이 30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 - 유럽의 가족정책과 출산 : 한국에의 시사점'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독일연방인구연구소 노베르트 슈나이더 소장이 30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 - 유럽의 가족정책과 출산 : 한국에의 시사점'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990년까지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있는 동안 각 국가는 다른 양상으로 가족정책이 발전했다고 슈나이더 소장은 말했다. 독일연방공화국, 즉 서독은 가족을 ‘개인’의 관점에서 보고 현금 지원을 중심으로 가족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동독은 사회주의적 관점 아래 여성의 완전고용과 출산율 증가 기조 아래 정책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공공육아 시설과 가족지원을 위한 재정 시스템이 갖춰졌다.

 

통일 이후 동독의 정책은 상당부분 중단됐다. 그러나 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서독의 가족정책에 문제가 발견됐다. 일가정 양립 등의 부분에서 동독에서 추진하던 ‘정부가 개입하는 가족정책’이 다시 시작됐다. 슈나이더 소장은 이를 “가족정책이 동독화됐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가족정책은 유럽적인 관점에서 현대화했다”고 평가했다.

 

슈나이더 소장은 현재 독일은 지속가능한 가족정책이 5가지 단계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금과 조세 감면 등을 포함한 금전 문제와 일과 가정 양립 문제를 포함한 육아·보육 인프라 구축이 해결되면, 유연 근무제나 양육 휴가 등 부모 돌봄과 자녀 양육을 위한 시간이 마련되고, 나아가 양성평등이 담보된 지속가능한 가족정책이 정착하면, 정책이나 프로그램 도입 전에 충분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결국 가족에 대한 태도 변화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슈나이더 소장은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하되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은 사회·문화적인 특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조직이 아닌 언제든 자유롭게 형태가 변화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특히 독일의 경우 결혼 중단(이혼), 동거, 동성결혼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난다. 또한 슈나이더 소장은 가족정책에 있어 ‘개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개인이 모든 노력을 충분히 한 이후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슈나이더 소장은 “가족정책은 여성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정책이며, 가족정책의 1차적인 목표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가 중요하다”며 “가족정책으로 가족의 개념에 대한 장기적인 태도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출산율보다는 가족형태의 다양화에 대비하는 프랑스

 

김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마리 르테빌리어 연구원를 대신해 프랑스의 가족정책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가족정책은 지금까지 네 가지 시기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가족정책을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자들의 사회·위생적인 상황을 고려한 조처였다. 1870년대 이후 프-독전쟁으로 가족의 빈곤과 미혼모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김 단장은 “프랑스는 가족정책에서 가족을 사회의 중요한 단위로 설정했고, 국가가 가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가족정책은 비록 ‘가족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이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가족 부양의무가 있던 남성에게 월급을 더 주거나 대가족에게는 국가가 지원을 한다는 등으로 가족 빈곤을 막는 수준의 지원이 있었다.

 

1938년과 1939년은 가족정책에 있어 기틀을 마련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가족부(Ministry of the family)가 설립됐고, 프랑스 의회에 의해 가족법(code de la Famille)도 제정됐다. 1년 뒤에는 가족 수당 급여에 대한 정책이 마련됐다. 김 단장은 “과거에 고용주나 기관이 주도했던 가족정책을 정부 주도로 바꿔나갔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1945년부터 1970년은 프랑스 가족정책 역사에 있어 황금시대였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제도를 처음 도입한 시대이기도 했고, 명시적으로 정부가 목표를 두고 가족정책을 주도했던 시대이기도 했다. 정부는 세 가지 목표를 두고 정책을 추진했다. △출산율 증대 △가족부양자로 남성 지원 △전후(戰後) 주택 재건 지원 등이 그것이었다. 이 시점에는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을 사회보장제도로써 독립성을 가지고 예산을 따로 마련해 추진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아동수당, 가정수당, 주택 관련 수당을 크게 증가했고, 가족 세제혜택도 제공했다.

 

1980년대부터 일과 가정의 균형이 가족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높아져 보육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2002년에는 남편의 유급 출산휴가가 도입됐고, 2004년에는 아동수당과 관련해 지원 증가가 있어 아동보육에서 선택권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김 단장은 1995년에서 2015년까지 가족정책은 그동안 가족들에게 지원됐던 여러 수당을 다시 구조조정하는 기간이었다“며 “정부의 역할은 커졌고 가족정책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국가가족기금이나 가족정책수당협회 같은 곳에서 합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2년 들어 프랑스의 경제정치적인 상황이 바뀌면서 공공지출에도 한계가 생겼다. 그 추세가 공공지출의 제한을 하는 방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김 단장은 이 시기를 “가족적인 가치를 사회나 정부가 보편적인 가족수당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었다. 가족정책에 덜 보편적인 측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는 출산율도 증가하고, 가족형태가 복잡·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동성결혼, 별거, 동거 등이 증가했다. 2013년에는 그 해 태어난 아이의 57%가 혼인관계가 아닌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성이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모델도 점점 줄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었다. 김 단장은 “인구학적인 상황으로 출산율은 과거만큼 중요하지 않았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수당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현재 프랑스 가족정책의 목표가 “출산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 형태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부모 가족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고, 맞벌이도 늘고 있기에 여기에 맞는 특수한 사회적 요구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단장은 “가족의 양육부담을 경감하고, 아동빈곤을 감소하며, 보육서비스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쪽으로 가족정책이 가고 있다”며 “이런 정책은 꾸준히 가족의 빈곤위험과 불안정성에 기반한 불안을 제거하고, 정부의 개입이 점점 커졌으며, 가치나 수단을 다양하게 정책에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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