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머리 묶어주는 아빠의 노력, 미처 몰랐다
딸 머리 묶어주는 아빠의 노력, 미처 몰랐다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7.11.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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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와 함께 읽는 그림책] 유진희 글·그림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연재]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오전 8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6시 반이면 집을 나선다. 내가 출근하고 한 시간쯤 지나고 일어나는 남편이 애들을 챙겨 등교시키고, 출근한다. "엄마가 저녁에 일찍 왔으면 좋겠다"는 큰아이의 말에 내린 결단이었다. 이러길 벌써 2년이 됐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했다. 남편은 애들 깨우는 것도 힘들고, 먹이기도 힘들고, 옷 입히고 머리 묶는 일도 버겁다고 했다. 특히 둘째가 문제였다. 6, 7세 고맘때 여자아이들은 입는 것도, 신발 신는 것도 까탈스럽다. 바쁜 아침에 한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아침 출근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가끔은 남편이 알람을 눌러 놓고 자버린 탓에, 그야말로 옷만 입고 부랴부랴 출근한 적도 있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둘째 : "아빠, 화요일에는 이 고무줄로, 이렇게 이렇게 머리 묶어줘."

남편 : "응… 그래 그럴게. 아빠가 예쁘게 묶어줄 테니까, 아빠가 일어나라고 하면 한번에 일어나서 씻고 옷 입어야 한다. 시간이 없으면 그렇게 묶어주기 힘들거든."

나 : "그 머리는… 자기 디스코 머리를 할 수 있어?"

남편 : "그럼 당연하지."

나 : "헐, 그건 나도 못하는데. 어떻게 알았어?"

남편 : "유튜브에서 보고 따라해봤지."

나 : "아이고. 대단하네. 나보다 낫다."

둘째 : "나는 아빠가 머리 묶어주는 게 제일 좋아."

 

딸의 머리를 땋고 있는 남편 ⓒ최은경
딸의 머리를 땋고 있는 남편 ⓒ최은경

 

그러고 보니 그랬다. 나는 아이들에게 애써 뭘 하려 들지 않는 엄마. 애들이 머리 묶기가 싫다고 하면 어린이집이든, 학교든 그냥 보냈다. 남편은 좀 달랐다. 매일 한쪽으로 질끈 매기만 하다가, 어느 날은 양갈래 머리를 하더니 또 어떤 날은 양갈래로 묶고 땋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하다 보니 실력이 느네'라고만 생각했는데, 유튜브까지 보고 머리 묶는 방법을 찾아봤을 줄이야. 그림책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에 나오는 은수 아빠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우리 둘째와 표정이 똑 닮은 은수가 주인공인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한울림어린이
우리 둘째와 표정이 똑 닮은 은수가 주인공인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한울림어린이

 

둘째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간 아내. 아기를 낳고 아내가 몸조리를 하는 며칠간 혼자 은수를 돌봐야 하는 아빠가 제일 걱정인 건 밥도 아니고, 출근도 아니다. 바로 은수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는 일. 서툰 솜씨로 실력을 뽐내보지만 돌아오는 건 은수의 비수 같은 한마디.

 

"아, 아~ 너무 아프다고요!  엄마는 예쁘게 해주는데…."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한 은수. 생각만큼 머리가 예쁘게 묶이지 않아 속상하긴 아빠도 마찬가지. 그런데 어쩌나. 이번주 은수에게 중요한 일정이 있었으니… 바로 유치원 생일 파티다. 은수의 생일날, 아빠는 과연 은수가 원하는 머리를 해줄 수 있을까?

 

민머리 아빠가 딸의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담긴 이 그림책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은수 아빠가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도 든다. 생일날 은수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아빠는 은수를 재우고 인형 머리로 묶는 연습을 한다.

 

그것도 모자라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머리 묶는 연습을 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진지한 아빠의 얼굴. '이만하면 되겠지?' 싶은 뿌듯한 표정의 아빠 얼굴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그 장면에 작가가 그려넣은 '머리결이 좋아지는 샴푸와 탈모 가발 광고'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이 그림책이 좋았던 건, 책의 맨 마지막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머리 예쁘게 묶는 방법'을 소개해줘서다. 준비물과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으니 '딸의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픈 아빠'라면 꼭 참고하자.

 

'이만하면 되겠지?' 싶은 뿌듯한 표정의 아빠 얼굴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최은경
'이만하면 되겠지?' 싶은 뿌듯한 표정의 아빠 얼굴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최은경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두 딸과 함께 읽으며 울고 웃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글로 씁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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