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력하는데 애들은 싫대요” 이유 있는 아빠의 고민
“저는 노력하는데 애들은 싫대요” 이유 있는 아빠의 고민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11.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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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학교 유아교육전공 교수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최근 새 저서 '아버지 교육개론'을 펴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최근 새 저서 '아버지 교육개론'을 펴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금은 아니지만, 기자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일주일 내내 반복되는 새벽 출근과 야근. 아이들이 깨기 전에 집을 나서고,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집에 들어갔다. 주중 5일 동안 아이들의 하루 속에는 아빠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몇 점짜리 아빠일까’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아이들의 하루 속에 ‘존재하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아빠들이 참 많은 시대다. 어느 시대엔들 일부러 나쁜 아빠가 되고 싶었겠느냐마는, 요즘처럼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아빠들이 많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 공부가 참 쉽지 않다. 아직은 이론도 부족하고 선배들도 부족하고 학교도 부족하다. 아빠들의 육아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읽을 수 있지만, 집집마다 아이들도 환경도 처지도 천차만별. 무작정 따라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학교 교육학과-유아교육전공 교수를 만난 것은 그 때문이다. ‘아버지 교육’ 전문가인 김 교수는 지난달 새로운 저서 ‘아버지 교육개론’(성균관대학교출판부)을 펴냈다. 2013년 ‘아이의 미래, 아빠하기에 달렸다’(21세기북스) 이후 4년 만이다. 안식년을 맞아 돌아온 한국에서 집필과 특강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는 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누군가와 함께 땀 흘리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누군가와 함께 땀 흘리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

 

Q. 표지에 있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교과서”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집필 목적을 직접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아빠육아 분야의 실용서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아요. 그런데 제가 강의를 해보면 마땅한 교재가 없는 거예요. 이론부터 실제까지 정리된 교재 성격의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들이 있었죠. 제가 석사부터 박사까지 계속 아버지교육에 대해서 연구했는데, 제가 연구한 걸 체계적으로 한번 모아보고 싶었어요. 저는 한국과 미국을 같이 경험했으니, 양쪽의 장점을 잘 취해서 정리해보자는 의도도 있었죠.”

 

Q. 아버지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영유아기의 아버지 역할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중요하다’ 또는 ‘엄마가 중요하다’는 식의 프레임을 가져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엄마도 필요하고 아빠도 필요해요. 역할이 다르고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엄마의 포근한 품이 그리울 때가 있고, 아빠의 단단한 가슴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특히 영유아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성장해요. 아빠는 놀이에 있어서 전문가죠. 그런 측면에서 아버지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Q. 2010년 KBS에서 주관한 ‘스포츠 대디 프로젝트’를 기획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역할에서 스포츠가 특히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움직임에 대한 본능, 땀을 흘리고자 하는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누군가와 함께 땀을 흘리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거거든요. 바깥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땀을 흘릴 때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가져갈 기억이죠. 그것을 마음에 도장을 찍는 것, ‘각인’이라고 하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터치’로 시작됩니다. 아이와 감정을 공유하는 데는 스포츠만 한 게 없는 거예요.”

 

Q. ‘아버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들어가 있는 열 편의 삽화들이 참 재미있게 읽힙니다. 책에 소개된 열 명의 아버지 이야기 중에 하나만 소개하신다면 무엇을 꼽으시겠습니까?

“마지막에 있는 저희 아버지 이야기예요. 어릴 때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어요. 이웃에게는 참 친절하셨는데 저한테는 체벌도 하시고 엄하셨죠. 책 속에, 그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겪은 에피소드도 쓰고 어떻게 관계가 좋아졌는지도 썼죠. 어릴 때 아버지를 무서워하다가 크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이야기. 한국의 가장 기본적인 부자관계가 아마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 이야기에 애착이 많죠.”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시작은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시작은 좋은 남편이 되는 것”

 

Q. ‘8장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와 교육’ 편에서 성공적인 부부공동양육의 조건과 실천방안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강조하고 싶으신 것은 무엇인가요?

“먼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시작은 좋은 남편이 되는 거예요. ‘좋은 아빠의 출발은 좋은 남편이다.’ 부부는 자녀양육에 있어서 한 팀이잖아요. 역할이 조금씩 다를 뿐 한 팀이에요. 두 번째는, 부부 간의 대화가 중요해요. 어떤 가정은 남편이 아내를 부르는 호칭이 ‘야’예요. 그러니까 애들이 따라하더라고요.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는 모습,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 필요해요. 서로를 세워주고 존중해주는 말이 평상시에 잘 연습돼야 해요. 애들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할 뿐이죠. 뭔가를 가르치기보다는 부모가 좋은 모델을 보여주는 게 훨씬 더 가치 있어요.”

 

Q. 400쪽이 넘는 책. 내용도 깊고 넓습니다. 저자로서 독자에게 ‘다른 건 다 까먹어도 이 부분만은 꼭 기억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대목은 어디인가요?

“아이들은 정말 신이 준 가장 큰 선물이에요. 그런데 그 귀중한 사실을 가끔씩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역사적으로 여자와 아이들을 남자의 소유물로 여기던 때가 있었어요. 문제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아버지들이 많다는 거죠. ‘내 새낀데 내 마음대로도 못하나!’ 아직도 아이들을 길들이려는 아버지들이 많아요. 아동의 인권과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Q. 부모교육을 활발히 하시면서 많은 아버지들을 만나고 계신데요, 자녀양육에서 아버지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어떤 것인가요?

“‘저는 노력하는데 아이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얘기들을 많이 해요. 예를 들면 어느 날 갑자기 ‘아빠 오늘 일찍 왔어! 놀자!’ 하면서 배드민턴을 치는데, ‘이렇게 쳐야지! 그렇게 치면 안 돼! 똑바로 못해!’라고 몰아붙이는 거죠. 그러면 애들이 ‘아빠랑 다시는 안 놀 거야!’ 하고 가버리죠. 그냥 함께 웃고 즐기다가, 안 되면 ‘다음에 또 해보자’ 하면 되는 거예요. 아버지들이 너무 경직돼 있어요. 그런 실수들을 많이 합니다.

아이의 현재가 어떤지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처방을 못해요. 아빠들이 아이의 현재와 너무 떨어져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책 한 권 읽고 와가지고 책대로 하려고 하니까 부작용이 나오는 거죠. 그건 애들을 데리고 아빠의 숙제를 하려는 거예요. 그러니까 안 되죠. 자연스럽게 천천히 다가가면 좋겠어요.”

 

Q. 아버지들이 참 어려워하는 것이 훈육입니다. 평소에는 무관심한 듯 있다가 훈육을 할 때만 지나치게 엄하게 나서는 게 문제인데요, 그런 아버지들에게 도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프레디(Friend+Daddy)라는 말 쓰잖아요. 그게 좋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전부 아빠의 권위를 다 내려놓고 아예 수평적인 친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조화를 잘 이루는 게 중요합니다. 권위와 존중이라는 씨실과 날실이 잘 엮여야 한 장의 예쁜 천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아버지는 나를 때렸는데, 나도 아이를 때려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체벌은 마약하고 똑같아요. 조금씩 강도를 더 세게 하지 않으면 아이가 따르지 않아요. 거짓말을 했다고 스무 대를 때렸다면, 나중에 거짓말보다 더 큰 잘못을 하면 스무 대보다 더 많이 때려야 돼요. 그러면 아이의 자율성이나 부모와 자식 간의 애착 같은 틀이 망가져버리는 거죠. 체벌로는 그 누구도 성공하기 힘들어요.”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아들이 그린 가족 그림을 보여주는 김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났다. 아들이 그린 가족 그림을 보여주는 김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체벌은 마약과 같아… 자율성과 애착 망가뜨린다”

 

Q.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들과 부모가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교사들과 소통하는 것은 주로 어머니가 담당하고 아버지들은 소외돼 있습니다.

“교육이나 보육을 오로지 엄마의 책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아빠들은 1년에 한 번 부모교육 특강, 아빠 참여교실 가면 끝이죠. 아빠들이 설 자리가 없는 거예요.

미국의 어느 곳에서는 토요일마다 아빠들한테 유치원을 개방해요. 아빠들이 아이들한테 브런치를 해먹이고, 아이들이 노는 동안 아빠들은 유치원 주변을 청소해요. 그리고 모두 어울려서 체육활동도 해요. 또 어느 곳에서는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해서 파더스 위크(아버지 주간)라는 것을 해요. 아빠와 아이들이 체육활동, 바자회, 벼룩시장 같은 것을 하죠. 생각보다 쉽습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Q. 아빠 개개인의 의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회적 지원입니다. 어떤 제도나 지원이 더 필요할까요?

“대한민국 아빠들이 제일 잘하는 게 ‘일’이고, 제일 못하는 게 ‘쉼’이에요. 쉬면 불안하대요. 경쟁에서 뒤처질까봐.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휴직을 하면서 얼마나 불안에 떨고 있을지는 몰라요. 쉬면서도 편치가 않아요. 우선 정말 편하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겠어요.”

 

Q. 만약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이 인터뷰 기사를 읽은 아빠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아빠에게 ‘오늘 집에 도착하면 당장 이것부터 해라’라고 권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내부터 안아줘야죠. ‘오늘 수고 많았지?’ 하면서요. 그 다음에 아이도 안아주고요. 부부 간의 애정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건 ‘얼마나 터치 하느냐’ 하는 거거든요. 아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하이파이브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고, 쓰다듬어주기도 해야죠. 이런 것들이 가장 쉽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실천이에요.”

 

Q. 마지막 질문은 아버지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대답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하신 것에 비춰볼 때 김 교수님은 몇 점짜리 아버지이신가요?

“이 책 부록에 ‘좋은 아빠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미국에서 해본 거랑 한국에서 해본 거랑 점수가 달라요.(웃음) 미국에서는 거의 상위 5%의 정말 좋은 아빠였어요. 그런데 한국에 온 뒤로 아들이 우리 가족 그림을 그렸는데 아빠 얼굴 옆에 ‘ZZZ’라고 써놨어요. 만날 자는 아빠.(웃음)

사실 이 책을 쓰면서 좋은 아빠가 될 시간을 많이 도둑맞았죠. 그래도 주말에는 무조건 아이들과 함께했고, 제가 잘하는 안마, 등 긁어주기, 손발톱 깎아주기, 이런 ‘터치’들을 열심히 했죠. 그래도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다시 한번 점수를 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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