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독자가 선택한 그림책, 그 저력의 원천은?
100만 독자가 선택한 그림책, 그 저력의 원천은?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7.11.0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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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김영진 그림작가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믿음직스러운 지원이와 개구쟁이 병관이는 남매다. 지원이와 병관이가 누굴까? 2006년 출간된 <지하철을 타고서>를 시작으로 <손톱 깨물기>, <거짓말>, <집 안 치우기> 등 그림책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2006년부터 시작한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워킹맘과 육아맘 사이에서 인기있는 그림책으로 지금껏 100만 부 가량 판매됐다. 시리즈 중 한 권인 ‘집안 치우기’는 현재 4학년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데 있다. ‘우리 아이도 저랬는데’ 하며 웃음을 짓게 하는 ‘친근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지난 9월 <엄마가 달려갈게!>(길벗 어린이) 책을 펴낸 김영진 작가는 그림책을 많이 읽기를 권한다. “그림책에는 육아서와 달리 시간도 덜 들고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또,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친밀해지고 아이와 공감한다는 느낌도 받죠.”

꾸준하게 그림책을 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작가는 “그림책은 제게 밥벌이죠. 밥벌이는 어감과 다르게 숭고한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전한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시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내 방공 포스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시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내 방공 포스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어린 시절의 ‘꿈’ 작가

 

 

 

 

 

어린 시절 막연하게 그림으로 먹고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는 꿈을 이뤘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시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내 방공 포스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죠.”

김 작가는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그림책 편집디자이너로 일했다. 8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림책과 아동학습물을 만드는 역할을 해오다가 퇴사 후 그림책 작가가 되길 결심하고 꿈을 이뤘다. 그의 그림책이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을 지닌 건 이 시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독자들이 금방 알아보는 법. 2006년부터 시작한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지금껏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등 워킹맘과 육아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그림책이다.

◇ 처음 펴낸 ‘노래하는 볼돼지’, 그리고 21권의 그림책
 

어린 시절 볼이 통통했던 것이 콤플렉스였다는 김 작가는 “제 콤플렉스 때문에 첫 작품의 주인공을 볼이 통통한 돼지로 하고 싶었어요. 그 당시 제 취미가 피규어를 모으는 것이었는데, 조카들이 놀러와 신기한 듯 제 작업실에 들어 가곤했어요. 그때마다 저는 불안했죠. 피규어들이 상할까봐서요. 그런데 잘 놀다 아무 일 없이 나오더라고요. 책 내용도 비슷합니다”라고 김 작가는 ‘노래하는 볼돼지’의 탄생 스토리를 말했다.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의 경우 좌측에는 아빠가, 우측에는 그린이를 배치함으로써 아빠와 그린이의 하루 모습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등원하는 것,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는 것처럼 어른과 아이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린이가 딸기밭 체험을 가면 아빠가 물류창고를 방문해 수량을 점검하는 모습 즉, 계속 비슷한 일을 하게 되는 거죠. 아이를 키우면 알겠지만 어른이 됐다고 아이와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니에요. 직장에 가면 상사한테 혼나지만, 아이도 선생님한테 혼을 나죠. 아이 삶이나, 어른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거죠.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김 작가는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책이 출판되기 전, 리서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일을 하고 있는 엄마와 아빠들이(소수의 의견) ‘나라면 이 책을 사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게 좀 안타까운 것 같아요. 엄마도 아빠도 아이와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면 아이와의 신뢰가 쌓인다고 생각해요. 간혹 아이들이 유치원 다니면서 처음에는 부모에게 대답을 잘하다가 어느 순간 대답을 안할 때가 있는데, 이는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예시로 ‘아빠는 오늘 김치찌개를 먹었어, 네가 싫어하는 콩나물하고 브로콜리도 먹었지’라고 아이에게 말하면 아이도 똑같이 오늘 먹은 반찬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또, ‘엄마가 달려갈게!’ 책의 경우 ‘왜 아빠들이 아무리 아이에게 잘해줘도 중요한 순간에는 엄마에게 달려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책을 펴내기 시작했다고…. 김 작가는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냈다.
 

“엄마하고 아이는 하나였죠. 출산을 함으로써 하나에서 둘로 분리가 돼 버린 것인데, 아빠는 절대 이것을 따라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엄마들은 바로 압니다. 아이가 울면 어디가 불편한지 또는 아픈지를…. 그런 의미에서 ‘엄마가 달려갈게!’라는 책을 펴내게 됐어요.”

 

“결국 책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결국 책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그림을 그리는 김 작가만의 원칙

 

 

 

 

 

“결국 책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책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림책 배경은 자신이 사는 곳을 배경으로 삼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장소가 등장하면 그곳에 직접 가보는 것 등의 원칙을 갖고 있다. 특히 ‘쉽고 재미있게 책을 쓰자’라는 원칙을 놓치지 않고 있다.

“대학교재의 경우를 보면 내용들이 하나같이 어렵게 설명돼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교재를 잘 안보 게 되는 경우도 있죠. 저는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자라는 원칙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주로 글로 쓰고 책으로 펴내는 것 같다.”

◇ 그림책 마지막 장 손톱 스케치를 담은 이유
 

대부분 성인들과 아이들은 그림 작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큰 도화지를 놓고 바로바로 한 장 끝내고 한 장 끝내고 하는 줄 알고 있는데,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또,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틀렸다고 말한다.

“제 자신도 그리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고 다시 지우고 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림은 단 한 번에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마지막 장에 손톱스케치를 실었어요. 즉, 그림을 그릴 때 과정이 있고, 틀리고 하면서 완성되는 것이 그림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저도 좋은 책 읽으면 굉장한 위안을 받습니다. 사람들한테 아이들한테 엄마들한테 위안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나올 책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겪는 미세한 심리를 짚는 책을 낼 생각입니다.”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저도 좋은 책 읽으면 굉장한 위안을 받습니다. 사람들한테 아이들한테 엄마들한테 위안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나올 책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겪는 미세한 심리를 짚는 책을 낼 생각입니다.”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그림책 꿈나무들에 해주고 싶은 말

“자기 안에 풀(pool)을 키워야 합니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메인 강사 일을 3년 정도 한 김 작가는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림만 그려서는 안 되고 자신만의 풀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어서 찾아온 사람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그림만 잘 그리려고 하죠.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그림이라는 것이 결국 자기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자기 안에 풀이 없으면서, 커다란 스킬만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문제죠. 자기 안에 풀을, 스토리를 키워야 합니다.”

김 작가는 풀을 키우는 방법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 나머지 하나는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다.
 

“자기 안에 풀을 만들려면 읽고 보고 느껴야 해요. 그 다음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이런 거 없이 그림부터 그리려하니까 힘든 거에요. 자기를 살찌우는 것이 중요해요.”

◇ 앞으로의 그림책은?
 

“저도 좋은 책 읽으면 굉장한 위안을 받아요. 사람들한테 아이들한테 엄마들한테 위안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나올 책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겪는 미세한 심리를 다루는 책이에요. 현재 작업하고 있는 책은 내년 3월~4월에 나올 예정으로, 초등학교 들어가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심리를 짚어볼 생각입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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