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오는 육아…"그래도 이건 꼭 말해야겠어요"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오는 육아…"그래도 이건 꼭 말해야겠어요"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11.11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자녀양육분과 정책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키우겠냐’ 개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이래가지고 살겠냐!’의 자녀양육분과 정책 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키우겠냐’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예비 넷째맘’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가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이래가지고 살겠냐!’의 자녀양육분과 정책 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키우겠냐’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예비 넷째맘’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가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정부는 왜 애를 낳으라고 하는 걸까요?”


잠든 셋째 아이를 품에 안고 연신 토닥이며 엄마는 질문했다. “어쩌다보니 넷째까지 임신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엄마가 질문을 하게 되기까지 삼킨 눈물이 이 자리에서만 나온 것은 아닐 거라는 짐작을 모두들 할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같은 고민과 질문을 해왔기 때문이다.


11일 서울시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이래가지고 살겠냐!’의 자녀양육분과 정책 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키우겠냐’를 개최했다. 한 부부가 아이를 1명도 채 안 낳는 도시 서울에서 이미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는 부모를 초대해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자리였다. 아이 손을, 유모차를 잡고 하나 둘 모인 엄마와 눈치를 피해 당당하게 육아하는 아빠들 80여 명은 서울시가 마련한 이 자리에 자신의 고민을 농밀하게 담은 정책을 제안했다.


오늘 토론회에 앞서 개그우먼 정경미와 김경아의 ‘투맘쇼’도 진행됐다. 각각 한 아이,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두 사람이 결혼·육아 경험담을 바탕으로 꾸민 주부 힐링 토크쇼다. 육아에 지친 부모들은 두 사람의 입담에 웃고 박수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 다 같이 한 마음…‘체감할 수 있는 지원 정책 필요하다’


토론회는 ‘아이 키우기 많이 힘드신가요?’와 ‘아이와 외출하기, 편하게 하고 계신가요?’라는 주제를 두고, 전문가가 제안한 각각 5가지 안건을 다뤘다. 모둠토론으로 진행됐던 다른 토론회와 달리, 자녀양육분과는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손을 들고 발언하는 자리였다. 자기 소개를 마치기도 전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발언자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다른 참가자들은 공감과 응원을 담은 박수를 던졌다.


논의의 물고를 튼 사람은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이고은 공동대표였다. 지난 8일에 진행된 ‘이래가지고 애 낳겠냐’에도 참석했다는 이 대표는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없어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며,  “양육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엄마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아이를 키우기 힘든 이유가 아이를 각자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육아 정보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공동체나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를 들어 “수요는 많은데 돌봄 선생님은 부족하고, 처우 문제도 있어 다들 사설업체로 몰린다”며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돌봄을 위한 정책이 많은데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는 또 나왔다. ‘예비 넷째맘’ 참가자는 “사람들은 ‘다둥이 엄마니까 혜택을 많이 받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혜택을 받고 있는지는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편 월급이 300만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아이들에게 정부에서 세금을 받으려면 교육은 무상으로 해주고, 돈 안 들고 키울 수 있는 정책을 실질적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이래가지고 살겠냐!’의 자녀양육분과 정책 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키우겠냐’가 열렸다. ⓒ서울시 제공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이래가지고 살겠냐!’의 자녀양육분과 정책 토론회 ‘이래가지고 애 키우겠냐’가 열렸다. ⓒ서울시 제공


한 남성 참가자는 영등포구에서 세 딸을 키우고 있다며 “주당 18시간 근무를 하며 아이 키우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선택할거냐 비용을 선택할거냐 하는 부분이 제일 어렵다”며 “정부에서는 많이 낳으라고 하지만 육아나 양육에 있어서는 개인에게 많은 부담을 준다”며 사회에서 육아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기를 당부했다.


◇ 미세먼지 해결과 보육교사 처우도 아이들 잘 키우려면 해결돼야 한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대문에서 두 아이를 키운다고 자신을 소개한 참가자는 “엊그제 미세먼지가 고농도를 기록했는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야외에서 체육수업을 했다. 맘카페에서 체육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올라오는데 들어갔다는 말이 없었다. 교육청이나 학교에 얘기를 해도 계속 체육수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 참가자는 미세먼지 해결이 문재인 1번가의 첫 번째 약속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나라에서는 위험 극복에 대한 가이드를 주지 않고 국민들을 보살피지 않는데, 위험 속에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증 때문에 잠이 안 온다”며 환경과 안전에 안일한 인식태도를 벗어나주기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육교사도 참가해 목소리를 냈다. 이 참가자는 둘째를 낳으면서 8년 일한 유치원을 그만두고 어린이집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 ‘어린이집의 과도한 서류 업무’를 지적했다. 각종 인증제도와 점검뿐 아니라 학부모 상담을 하려해도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많다고 보육교사가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마들은 각종 인증보다 입소문에 기대 어린이집을 선택한다며, 어린이집 평가 인증 제도도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류경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도 함께 했다. 류 부시장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 누군가는 문제제기를 해야 하고 작은 것이라도 조금씩 실천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저출산을 고민하고 의견도 내고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하며 다른 도시에도 모델 역할도 하며 중앙정부에 자극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토론회 기획의도를 밝혔다.


엄 실장은 “시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기 어렵다고 생각해” 기존 방식을 벗어나 색다른 형식의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토론회에 엄마뿐 아니라 아버지들도 많이 오셨다는 점이 희망의 징표”라고 평가했다. 엄 실장은 내년부터 시행하는 아동수당을 언급하며 “아이 키우는 것을 공공의 책임이라고 인정하는 첫 번째 제도”라며 “국가가 아이를 키워주겠다고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서울시도 많이 돕겠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