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몸이 굳은 햄스터, 하루만 더 지켜보자는 딸
죽어 몸이 굳은 햄스터, 하루만 더 지켜보자는 딸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7.11.20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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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반려동물 키우기

 

아이들이 키우던 햄스터 '푸딩이' ⓒ최은경
아이들이 키우던 햄스터 '푸딩이' ⓒ최은경

푸딩이가 죽었다. 회사에 막 도착했을 때, 남편이 먼저 출근한 나에게 카톡으로 푸딩이의 죽음을 알렸다. 푸딩이는 아이들이 키우던 햄스터다. "쭈쭈쭈" 하고 부르면 미어캣처럼 고개를 처들며 반기던 아이였는데 왜 갑자기 죽었을까. 아이들이 걱정돼 물었다.

"그래서, 애들은?"

"애들은 처음이 아니라 그런가 담담해."(이미 물고기, 또 다른 햄스터, 거북이 등 키우다가 하늘로 보낸 동물들이 몇 있다)

"다행이네…. 그래서 어떻게 하고 나왔어?"

"근데… 큰애가 하루 더 보자고 그러네."

"응? 무슨 말이야?"

"너무 평온하게 자고 있다고, 하루 더 보자고 그래서 그냥 나왔어."

"응? 푸딩이 죽은 거는 맞아?"

"응, 몸이 굳었어."

순간, 가족이 죽었지만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곁에 두고 몇 개월을 지냈다는 엽기적인 뉴스가 생각났다. 큰아이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푸딩이는 "개, 고양이는 절대 못 키운다"는 내 말에, 큰아이가 차선으로 선택한 반려동물이었다.

"엄마, 제발 부탁"이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차마 꺾을 수 없어, 여러 가지 조건을 걸고(햄스터 집은 스스로 치운다, 먹이는 제때 챙겨준다 등) 내린 결정이었다. 햄스터를 사서 집으로 오던 날, 좋아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좋아?"   

"응!"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밥 주는 것도 뜸하고, 물 챙겨주는 것도 뜸하고, 집 치워주는 것도 뜸해서 아빠가 전담하다시피 하긴 했지만, 아침저녁으로 꼭꼭 잊지 않고 햄스터들을 챙기던 큰아이였다. 움직임이 둔하거나 밥을 안 먹으면 "푸딩이가 어디 아픈가?" 걱정을 하고, 쳇바퀴를 씽씽 돌리고 있으면 마치 내가 잘 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마냥 뿌듯한 눈빛으로 푸딩이를 보던 아이. 그런 친구가 죽었으니 이제 열한 살 아이의 상실감도 크겠지. 퇴근 후 집에 온 내게 아이가 묻는다.

"엄마 푸딩이 봤어?"

"아니 아직 보지는 않았는데…."

햄스터 케이지 앞에 엎드려 한참을 보는 아이. 남편이 아침에 해준 말이 생각나서 물었다.

"근데 푸딩이 왜 아침에 묻어주지 않았어? 하루 더 보자고 그랬다며…."

"살아날지도 모르잖아."

아이는 어쩌다가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까. 기다려도 움직임이 없는 푸딩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아이는 그제야 울기 시작했다. 소리없이 울다가 눈물을 닦길 여러 번. 그러다 조용히 제 방으로 들어가는 큰아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아이 방에 따라 들어갔다. 어둑어둑해진 방에, 울어서 코끝이 빨개진, 머리는 땀에 젖은 채로 헝클어진 아이가 '엄마 어떡해' 하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말없이 딸을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란 게 그것뿐이었다. 한낮의 열기가 몸에 그대로 남아 있는 아이에게 "좀 씻으면 나아질 거"라고 말했다. 그새 목욕을 마치고 식탁에 앉아 있는 큰아이에게 뭐라도 말을 건네야 할 것 같아 물었다. 

"푸딩이가 죽은 게 이번만은 아니잖아. 사랑이도 죽었고 사랑이2도 죽었고, 또 다른 동물도 많이 죽었잖아. 그런데 넌, 언제가 제일 슬펐어?"

"다… 전부 다 슬펐어."

"그래, 그랬구나…. 엄마가 괜한 질문을 했네. 그래 다 슬프지. 그런 거지."

아차 싶었다. '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었던 거냐'고, '아이만도 못하다'며 자책했다. 그때 텔레비전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던 둘째가 언니가 걱정됐는지 쪼르르 와서 묻는다.

"언니 왜 울었어?"

"푸딩이가 죽어서…."

"푸딩이가 유령이 된 거야?"

"응…. 푸딩이 몸은 여기 있는 데 영혼은 나가서 죽은 거야."

"그럼 나도 죽으면 영혼이 나가?"

"아마, 그럴걸. 그리고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거래."

"그럼, 왜 나는 안 죽어?

"응? 아(이고야)… 태어나자마자 죽는다는 말이 아니고, 언제 죽는지 알 수 없지만,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다는 말이야."

"아, 그렇구나."

훗날 아이가 이 말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일곱 살 아이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려주고 간 푸딩아, 그곳에서 부디 행복하렴.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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