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장기적으로 결혼을 해서 가정을 형성하는 것이 용이해지지 않는다면 빠른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이는 좁은 의미의 출산장려 정책을 통해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으며, 먼 장래를 보고 현재의 젊은 세대는 물론 앞으로 태어날 세대의 삶의 질에 대한 전망이 개선돼야 가능할 것입니다.”
저출산 정책의 방향에 대한 이철희 서울대학교 교수의 조언이다. 16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제1회 서울인구심포지엄이 열렸다. 파이낸셜뉴스와 사단법인 서울인구포럼이 함께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 교수는 ‘한국 저출산고령화의 경제적 영향과 정책적 대응’에 대해 강연했다.
이 교수는 인구변화와 노동시장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50년 15~64세 인구는 2016년에 비해 3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취업인구도 2016년 2700만 명에서 2050년 240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 이 교수는 이러한 전망에 따라 ▲장년고용 확대 ▲여성고용 확대 ▲청년실업 감소 등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기술 및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면 노동공급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노동수요의 변화는 개인의 숙련수준, 일자리의 특성, 산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IT 기술의 진보와 자동화 및 인공지능 발달에 따라 “부문 간, 사업체 간 노동수급의 불균형은 매우 심할 것”이라는 것이다.
◇ “일자리·주거·교육 정책, 출산장려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가야”
이어 이 교수는 2005년 이후 저출산 대책을 평가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는 보육지원과 같이 결혼한 가정의 출산장려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초혼연령을 앞당기는 데 주안점을 둔 정책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며 특히 ‘유배우(혼인 상태에 있는) 여성 출산율’에 주목했다.
20~49세 유배우 여성 비율은 2000년 70.4%에서 2016년 51.0%로 감소했다. 그리고 유배우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60에서 2016년 2.23으로 상승했다. 이 교수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출산율 하락의 주된 요인은 결혼한 여성의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만약 유배우 여성 비율이 2000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합계출산율은 2.01까지 상승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저출산 대책이 유배우 출산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유배우 출산과 결혼을 결정하는 요인은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이 교수는 “초혼연령을 앞당기는 것을 정책의 주된 목표로 설정한 것은 적절하다”며, “합계출산율 감소의 주된 요인은 유배우 여성 비율 감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출산장려금과 같은 명시적인 저출산 대책 외에도 많은 정책들이 간접적으로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주거, 교육, 일-가정 양립, 복지 등의 정책이 직접적인 출산장려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간다면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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