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정수의 ‘결혼수업’
결혼 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부부간의 패턴이 생기고, 그 사람의 몰랐던 부분까지 어느정도 파악이 끝납니다. 배우자에게 적응을 했다고 봐야겠죠. 그때쯤 잠시 편합니다. 그런데, 사람인지라 익숙해지면 지루해지고 무언가 변화를 찾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흔치 않죠. 게다가 익숙해진 것을 변화한다는 것이 여간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얼마 전 제 블로그에 사연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우리 아내의 플레이팅에 좋은 인상을 받으신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본인도 테이블에 그냥 식사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매트도 깔아보고 시각적 변화를 줬다는 겁니다. 그런데, 남편분이 이 매트를 놓으면 식탁도 더러워지고 매트도 더러워져서 일이 두배로 늘어나는데, 뭐 하러 매트를 까느냐고 했다는 거죠. 무언가 변화를 시도한 아내의 입장에선 짜증이 날 일입니다. 하지만, 남편의 말도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죠.
결혼생활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적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게 되죠.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안정적인 것은 재미가 없어요. 우리가 막장 드라마를 왜 좋아하나요? 이제 막 주인공이 행복해지려는데, 갑자기 부모가 다른 사람이라고 커밍아웃하고, 죽은 줄 알았는데 점 찍고 돌아오고! 이렇게 시청자의 마음을 심심하지 않게 만드니까 인기가 있는 것이지요.
결혼생활도 그래요. 계속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변화에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죠. 안 깔던 테이블 매트를 깔기까지 아내는 매트를 선택하는 시간도 들었을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식탁의 구성을 위해 에너지를 썼을 겁니다. 그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면 다시는 변화에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해봐야 본전이고 손해인데 뭐 하러 에너지를 씁니까? 그냥 지루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살죠. 그러면 결국 지루하게 여생을 살아가는 겁니다.
딱 세번만 입을 다물어보세요.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있을 때, 센스있게 칭찬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고퀄리티 능력이 없다면 그냥 입이라도 다물어 보라는 거죠. 딱 세번 정도면 슬슬 변화에 적응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시간이 변화에 자양분이 되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상대에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줘서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은 욕구와 에너지를 생기게 해주세요. 그럼 그것이 쉽게 지루할 수 있는 이 결혼생활에 활력이 될 겁니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남자들이 좀 더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하려고 하죠. 그 호기심에 응원을 해줘야 자신도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가정은 작은 세상입니다. 이 작은 세상의 조그만 변화조차 당황해 한다면 변화의 속도가 어마무시한 바깥 세상의 변화에는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작은 세상에서 트레이닝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분명 여러분의 인생이 더 활기차질 겁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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