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뉴스] 양재천 얼음썰매장, 손주들과 함께하는 황혼육아 현장
【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7살이에요, 처음 끌었어요!"
하준이는 신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할아버지를 태운 썰매를 끌었거든요. 두 번, 세 번 '7살'을 강조하던 하준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시 얼음을 지칩니다.
손자가 생애 처음 끌어준 썰매를 탄 할아버지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할아버지는 핸드폰 카메라로 손자의 기특한 오늘을 담습니다.
"내가 이겼다!"
8살 래인이가 만세를 외칩니다. 외할아버지와의 썰매 경주에서 이겼기 때문입니다. 뒤따르던 외할아버지는 손녀보다 더 행복한 웃음을 터뜨립니다.
조부모가 손주들을 돌보는 이른바 '황혼육아'가 낯설지 않은 요즘입니다. 그래서 5일 오후 서울 양재천 얼음썰매장은 귀한 손주들을 데리고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로 북적입니다.
'아이들이 방학하면 부모가 개학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맞벌이 부부에겐 남의 얘기입니다. 오갈 때 없는 아이들은 결국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온종일 돌봅니다. 즐거워하는 손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주5일 황혼육아에 힘들지 않으냐 물으니 손사래를 치며 활짝 웃으십니다.
오후 4시가 되자 썰매장 관리인이 양재천에서 끌어온 물을 뿌리며 폐장할 준비를 합니다. 그렇게 온종일 개구진 동심들에 여기저기 헤어진 빙판이 내일 찾아올 아이들을 위해 새 옷을 갈아입습니다.
문득, 그 위로 내려앉은 노란색 황혼이 이날 손주를 향한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과 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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