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은비 사건 막으려면, 입양절차 민간에 맡기면 안 돼"
"제2의 은비 사건 막으려면, 입양절차 민간에 맡기면 안 돼"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8.01.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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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후 정책변화와 과제’ 두고 열띤 토론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은비 사건’. 3세 여아가 1차 입양 전제 위탁(입양을 목적으로 미리 아동을 인계받는 것) 과정에서 4개월 만에 거부당하고, 2차로 위탁된 대구의 한 가정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인해 지난 2016년 7월 심정지 상태로 경북대병원에 응급후송됐다가 뇌사판정을 받은 후 사망한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은비가 숨진 지 1년 2개월 만에 해당 입양기관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잘못된 입양 절차를 진행한 당사자 등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2의 은비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입양아동 학대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변화의 방향을 진단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입양아동 학대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변화의 방향을 진단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제2의 은비 사건' 막기 위한 개선방안은?

“재작년 여름 대구와 포천에서 입양아동이 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전주에서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동안 아동학대에 대해 제대로 진상조사를 한 후 제도를 개선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제2의 은비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입양 절차에 대한 제도 개선뿐 아니라 미혼모(부) 지원, 원가정 보호 등 친생부모가 입양을 선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제도적·경제적 지원 강화가 절실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송파구병 국회의원의 말이다. 남 의원은 같은 당 금태섭, 이재정 국회의원과 김삼화 국민의당 국회의원(비례대표), 그리고 국회 여성·아동·인권정책포럼과 함께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입양아동 학대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변화의 방향을 진단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아동복지분야 전문가와 법조계 인사, 입양단체와 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의 경과보고가 진행됐으며, 이후 남인순 의원이 ‘입양아동 학대·사망 사건 이후 정책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소라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 제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입양 아동에 대한 학대 등을 방지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관리주체를 민간 입양기관에서 공공기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송파구병)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입양아동 학대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변화의 방향을 진단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송파구병)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입양아동 학대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변화의 방향을 진단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첫 발제자로 나선 남 의원은 “대구와 포천 아동학대 사건 이후 진상조사와 제도 개선 활동을 통해 입양과 아동학대 예방제도를 개선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미혼모 지원과 원가정 보호, 입양업무를 정부가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제입양에서의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의 국회통과를 위해서도 입양특례법 관련법을 제·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 의원은 개선해야 할 입양제도 개선 과제로 ‘공적 당국 중심의 입양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2013년 5월 25일 서명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서는 입양을 할 때는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며, 입양을 공적 당국에서 관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민간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남 의원은 입양부모교육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현재 8시간 강의 방식의 부모교육이 입양기관에 일임돼 있는데, 이를 보건복지부나 중앙입양원에서 구체적인 교육안을 마련하고 소규모 단위의 참여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입양 절차 진행 중에 아동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경우 친생부모에게 알리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 "입양절차, 민간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소라미 변호사는“현재 국내 입양 절차에서는 국제사회 입양시스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소라미 변호사는“현재 국내 입양 절차에서는 국제사회 입양시스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소라미 변호사도 역시 “현재 국내 입양 절차에서는 국제사회 입양시스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국제 입양에 관한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을 보면 입양에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2013년 해당 협약에 서명하며, 지난해 10월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행 입양 절차는 민간기관인 입양기관의 스스로 결정한 판단에 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은비 사건의 경우 어떠한 공적 개입 없이 입양기관장의 전권으로 이뤄진 민간 주도 입양의 대표적인 비극적 사례다. 결국 제2의 은비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해 아동에 대한 입양 절차가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상세하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법제도 개선과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민간기관이 주도하는 입양절차에 대해 공적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며, 입양 신청, 상담, 교육, 입양적격심사 등에서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지방자치단체나 보건복지부, 법원이 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국제 입양, 절대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돼”

발제자 발표 이후 지정토론에서는 국제 입양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이경은 교수는 "지난 65년 동안 20만 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대표되는 우리나라가 아이들을 가장 많이 해외로 보내고 또 아이가 올 수 없는 나라로 만든 이 상황에 대해 정말 안타깝다. 국제 입양은 언제라도 가능한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며, 국제적 추세와 흐름에 맞게 국제 입양과 아동보호제도에 대한 법제, 정책, 실행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입양된 시몬 은미 해외입양인 활동가는 “입양은 한 사람의 인생을 전부 바꿔버리는 엄청난 사건으로 입양에 대해 결코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되며, 보다 철저히 아동인권 중심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향후 친생가족을 보다 수월하게 찾을 수 있도록 최소한 입양인의 자녀, 친생부모, 형제·자매까지 입양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외에도 고경석 한국입양홍보회장, 김대열 홀트아동복지회장, 이선미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김승일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장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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