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궂은날, 직장맘이 제일 걱정인 것
날씨 궂은날, 직장맘이 제일 걱정인 것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8.01.2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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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 오는 날 아이 데리고 올 일 까마득

"아. 뭐야... 비 와요."

"그래? 어떡해, 또 걱정이겠네."

"맞아요... 아, 유모차 어린이집 밖에 있는데 젖겠네... 애 어떻게 데려오지?"

"요즘은 날 궂으면 너희 유모차 생각이 제일 먼저 나더라."

"그래요? 하하!"

웃고 있지만 속은 울고 싶겠지. 갑자기 비와 눈이 퍼붓기 시작한 날의 오후. 후배와 나눈 대화다. 후배는 20개월이 조금 안 된 아이를 키운다. 남편과 둘이. 시부모님도 친정부모님도 근처에 없다. 이른바 독박 육아 주인공이다. 남편은 아이 등원을, 후배는 하원을 책임진다.

하원을 책임지는 배우자는 날씨에 민감하다. 비 오고 눈 오는 상황만큼 두려운 게 없다. 어린이집이 가깝기라도 하면 걱정이 덜 할 텐데, 걸어서 10분만 되는 거리도 어린 애와 함께 이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주변에서 어린이집은 무조건 집과 가까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퇴근 무렵이면 좀 나아질까 했지만 웬걸. 비는 그쳤지만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후배는 종종 거리며 퇴근을 하면서도 "아. 어쩌지?"를 연발한다. 한 손은 우산, 한 손은 유모차를 끌고 힘겹게 집으로 갈 후배가 안쓰러웠다. 우산 드는 것보다 어쩌면 그냥 눈 맞는 걸 선택했을 수도 있겠다. 어설프게 밀었다가 유모차가 미끄러지거나, 답답한 마음에 아이가 유모차에서 내리겠다고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작은애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시립.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다. 등원은 남편 차로 하지만, 하원은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다. 대부분 운전을 하는 엄마들이 오지만 나는 15년 그린 면허, 장롱면허 소유자다. 급하면 택시를 탔고, 덜 급하면 마을버스를 타기도 하고 걷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무조건 택시를 탔지만,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택시 잡는 일도 고됐다. 버스로 네댓 정거장이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택시 기사도 우리 같은 손님은 반기지 않았다. 힘은 들어도 차라리 유모차를 끄는 게 마음은 더 편했다.

엄마도 그랬을까. 작은애가 서너 살 무렵 하원을 책임졌던 친정엄마는 빈 유모차를 끌고 가서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왔다. 눈, 비 오는 날엔 얼마나 힘들었을까. 발 동동 거리는 후배를 보며 잊고 있던 그때 엄마 생각이 불현듯 생각난다. 아이들 돌보는 동안 한 번도 힘들다 하지 않으셨던 엄마. 날 궂은날이면 택시 타고 다니라고 해도 운동 삼아 슬슬 가면 된다고 굳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셨던 엄마.

<조선일보>는 최근 '아이가 행복입니다' 기획기사로 '출산초에 한번, 초등입학때 또 한번… '행복한 육아'에도 2차례 위기 온다'고 썼다. 행복한 육아의 위기가 고작 이 두 번 뿐이겠나. 운 좋게도 나는 '허수애비' 아닌 남편과 엄마의 헌신으로 경력단절 없이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고, 작은애는 어느덧 자라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 뿐이다. 

육아하는 엄마아빠들에게 위기는 더 사소한 것으로, 시시때때로 벌어진다. 특히 독박육아 부부들에겐. 춥고 바람 불고 비오고 더운 날씨도 그들에겐 위기다. 지치고 힘든 위기.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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