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세 살의 부모가 배워야 하는 것
미운 세 살의 부모가 배워야 하는 것
  • 칼럼니스트 최명희
  • 승인 2018.02.02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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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말 안 듣는 아이 훈육법

Q. 부모가 되기 전에는 식당이나 쇼핑센터에서 아이들을 엄하게 훈육하는 사람을 보면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안 그럴 수가 없게 생겼어요. 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가관입니다. 인내심의 끝은 어디일까요?

질풍노도 세 살의 아이가 주는 갈등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베이비뉴스
질풍노도 세 살의 아이가 주는 갈등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베이비뉴스

부모인 당신도 처음이라서 그렇습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양육에 대한 지식이 넘치도록 풍부합니다. 자녀 양육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육아관련 SNS는 실시간 양육정보를 적재적소에 실어 날라줍니다. 늦은 나이에 하나 혹은 둘, 적게 낳은 귀한 내 아이는 꽃길만 걷게 해주고자 고군분투합니다. 공감적 경청, 감정 읽어주기, 오감 놀이 등 최신 유행 고품격 양육방법을 발휘해보며 부모로서 기틀을 잡아갑니다. 세 살이 되기 전에는 짐짓 순탄했습니다.

천사였던 아이는 세 살이 되자 자기 것도 아닌데 “내 거야!”라고 생떼를 부리고, 혼자 할 수 없는 일도 “내가 할 거야” 하고 요지부동입니다. 듣는 귀가 약해지고 말하는 입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쓰던 세련된 양육법이 도통 통하지 않아서 부모는 몹시 당황합니다. 처음 겪는 좌절입니다. 그토록 소중한 내 아이에게 고함을 치고 벌을 세우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매일 매일 품위 없는 그녀가 됩니다. 그러다가도 남편이 덩달아 아이를 야단치면 고맙기는커녕 그의 품위 없음에 더 화가 납니다. 이런 부모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부모인 당신도 처음이라서 그렇습니다. 아이가 처음 세 살이 되어서 갈팡질팡 하듯이, 부모도 세 살 아이의 부모노릇이 처음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너무 책망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 때문에 부부가 서로 원망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아이는 자기 때문에 부모가 불행해하거나 의가 상하는 것을 느끼면 함께 불행해 집니다. 그것은 따끔하게 야단치는 것보다 더 아이의 정서를 어둡게 하는 일입니다.

◇ 사노물책 사희물락(乍怒勿責 乍喜勿諾)

첫 아이 세 살에 동생까지 생기고 나니 분노와 반항이 절정을 치달았습니다. 저 또한 다혈질을 조절 못하는 젊은 엄마였습니다. 유아교육을 전공했다는 것이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되지도 않을 협박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가, 그러다가 돌변해서 사랑을 갈구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조그만 쪽지에 ‘사노물책 사희물락(乍怒勿責 乍喜勿諾)’이라는 옛글을 써서 주시며 수첩에 붙이고 다니라고 하셨습니다. ‘일순간의 분노로 꾸짖지 말고, 잠시 기쁘다고 덜컥 허락하지 말라’라는 뜻도 가지런히 적어주셨습니다.

세 살의 부모에게 꼭 필요한 지혜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다짐보다는 순간의 분노와 잠깐의 기쁨에 휘둘리지 않는 의연함이 필요합니다. 꾹 눌러 참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화가 나면 잠시 숨 돌리면서 화가 사라질 때 까지 말과 행동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기분에 따라 덜컥 허용해주는 것도 아이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면서 아이의 변화를 조용히 기다려 주는 일,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이제 그 부모됨을 시작할 때입니다.

◇ 좋은 부모가 되기보단 사이좋은 부모가 돼야

발달심리학자인 브론펜브레너(Urie Bronfenbrenner, 1917~2005)는 발달의 개념을 아동을 둘러싼 환경체계와 관련하여 설명한 학자입니다. 가장 먼저 밀접하게 영향을 끼치는 부모, 교사, 친구, 가족과 같은 환경은 미시체계이며 차츰 멀리 지역사회나 학교, 사회현상이나 문화 등의 외체계, 거시체계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달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중간체계는 아이를 둘러싼 미시체계들간의 관계 즉,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가족구성원들 간의 관계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중간체계가 미시체계의 직접적인 영향만큼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누가 더 많이 희생했는지 자로 재느라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운다면 그 희생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됩니다. 부모가 자녀양육의 문제를 함께 나누면서 서로를 때로 측은하게 여기고 때로 추켜 세워주면서 알콩달콩 의좋게 살아가는 것만큼 좋은 양육법은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 때문에 우울한 얼굴을 하고 언성을 높이게 되면 아이는 자기가 불행을 가져왔다고 느끼게 되고 자존감이 얼룩집니다. 그러니 질풍노도 세 살의 아이가 주는 갈등과 걱정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워나가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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