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린이집 체육 프로그램에 '군대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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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어린이집 체육 프로그램에 '군대놀이'가?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8.01.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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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학습화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프로그램 위험”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2015년 10월 18일 방영분에는, 배우 송일국의 세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1박 2일 병영 체험 캠프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송일국은 당시 방송에서 “규칙을 배우기 좋은 데가 군대인 것 같아 병영 체험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는 교관의 시범을 따라 제식 훈련에 임하는 삼둥이의 모습이 전파를 탔는데, 삼둥이는 ‘기준’ 혹은 ‘뒤로 돌아’라는 명령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교관은 관등성명을 지적받아 우는 아이에게 “진정한 군인이 돼야 합니다. 알겠습니까?”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 어린이집 유아체육 프로그램 실태 짚어보니...

실제로 한 유아체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업체의 블로그에는 실제로 아이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채 체험을 하고 있는 사진을 올려놨다. ⓒ블로그 캡쳐
실제로 한 유아체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업체의 블로그에는 실제로 아이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채 체험을 하고 있는 사진을 올려놨다. ⓒ블로그 캡쳐
실제 한 어린이집의 유아체육 프로그램을 보면 3주 차에 '군대놀이'가 들어가 있다. ⓒ베이비뉴스
실제 한 어린이집의 유아체육 프로그램을 보면 3주 차에 '군대놀이'가 들어가 있다. ⓒ베이비뉴스

다수의 유치원·어린이집에선 외부 유아체육 프로그램 업체들을 통해 유아체육이라는 명목으로 특별활동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한 사례로 부천의 유아체육 프로그램 스포츠클럽인 A 업체의 경우는 한 달간의 체육활동 계획을 만들어놓고 운영하고 있었다.

A 업체의 3주 차 체육 활동 프로그램을 보면, 영아는 총 잡아보기, 장전 해보기, 총 쏴보기, 유아는 목표물 맞추기, 미션 총 피하기 등의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었다.

또 다른 업체의 블로그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유아체육 프로그램 중에 아이들에게 군복을 입히고 총을 준 후 목표물을 지정해 쏴보는 사격놀이가 포함돼 있었다. 또한 군대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장애물 통과하기 등의 훈련을 아이들에게 놀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하고 있었다. 사진 속 아이들을 보면 이것이 정확히 어떤 놀이인지,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 그저 해맑게 웃고 있다.

다른 업체의 활동내용에서도 아이들에게 방탄모자를 쓰게 하고 총을 들고 목표물을 지정해 사격하게 하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심지어 진짜 군대처럼 제식 훈련까지 시키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 군대놀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한 네티즌(wn***1)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총 쏘기, 장애물 통과하기 등의 놀이는 너무 이른감이 있고 나중에 컸을 때 부정적인 측면이 나올 것 같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qe*****)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일단 아이들은 맺고 끊음을 잘하지 못한다. 한번 시작되면 끊임없이 하려하는 게 아이다. 그래서 장난감 총도 실제 무기가 돼 가지고 놀다가 다칠 수도 있고 나중에 성인이 돼서 배우면 되는데, 벌써부터 배우는 것은 아이 성장에 좋지 않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 폭력을 정당화 하는 어린이집 군대놀이

​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달 21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 장난감, 안녕!’ 캠페인을 벌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12월 21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 장난감, 안녕!’ 캠페인을 벌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유아체육 군대놀이와 관련해서 분야별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는 “당연히 군대, 치안, 경찰력 등은 공권력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알려주는 것은 불필요하다. 아이들은 먼저 공동체적 삶을 배워나가야 된다. 어린 나이에 적을 규정하고 싸워서 이기는 것을 미리 배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 공동대표는 또한 “현재 지자체에서 초등병영체험을 진행하는 곳이 있어서 우려하고 있었는데, 영아 때부터 이러한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 교육부와 복지부는 이러한 체험들이 확대되지 못하도록 실태조사를 실시해 확실한 지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달 21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 장난감, 안녕!’ 캠페인을 벌이면서 “아이들에게 무기 장난감은 일단 ‘적’을 학습시키는 도구가 된다. 적을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폭력을 정당화하기 시작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군대놀이’ 프로그램은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놀이다. 교사가 프로그램을 내용을 만들던, 외부 업체에게 만들어 달라고 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유아교육발달에 적합한 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외부 업체의 경우 유아교육전공자가 아닐 확률이 높다. 전공자가 아닌 사람에게 프로그램을 맡기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외부 업체에서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보내오더라고 군대놀이처럼 영유아기 활동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교사 스스로 프로그램을 바꿔버리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처장은 “아이 놀이가 전쟁, 싸움 쪽으로 가기보다는 협동, 평화, 협력으로 흐르는 것을 바란다. 군대는 폭력에 대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하는 등 영유아기에 그런 놀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무기 장난감인 총이나 칼을 연대에 가져오면 꽃으로 바꿔주는 행사도 진행한 적이 있다. 나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군대놀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유아체육 업체, 군대놀이 규정한 적 없다?

유아체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그 내용을 어린이집에 제공하는 두 업체에게 전화를 걸어 ‘군대놀이’ 프로그램에 대해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유아체육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유아교육발달과 신체능력발달을 고민해서 계획을 짜고 있다. ‘군대놀이’라는 것을 규정한 적이 없다. 다만 블로그를 통해 프로그램을 설명할 때 군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뿐, 군대놀이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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