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엄마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이다"
김미경 “엄마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이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1.30 10: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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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마의 자존감 공부' 펴낸 스타강사 김미경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걸까?'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법이 따로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이다. 유명한 강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한 김미경 강사는 신간 <엄마의 자존감 공부>(21세기북스)라는 책을 통해 ‘엄마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이라는 메시지를 고민의 해법으로 들고 나왔다.

지난 24일 오후 영하 17도의 날씨에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북 콘서트를 앞둔 김 강사를 만나 엄마에게 자존감이 필요한 이유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먼저 김 강사는 "책은 머리로 쓴 책, 가슴으로 쓴 책, 몸으로 쓴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몸으로 쓴 책’"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성격이 전혀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는 애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애들이 없었으면 이렇게 열심히 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한 생명이 태어나 자기 스스로 인생을 살 기회를 주는 건 태어난 데 대한 의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가 정책 보고, 돈 준다고 애 낳나요? 아이를 낳게 하는 데는 감정적 설득이 중요합니다. 철학적 설득요"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미경 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엄마의 자존감 공부' 저자 김미경 강사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엄마의 자존감 공부' 저자 김미경 강사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자존감이 가장 기본이 되는 감정이에요”

Q. 요즘 강연 많이 하시는데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으세요?

“‘뭐 하고 싶어요?’ 질문만 하면 다들 많이 울어요. 엄마들 마음속에 못다 이룬 꿈이 있어 그래요. 나도 키워야 하는데 아이 키우다 보면 하루에 3시간밖에 안 남는대요. ‘나가서 돈 버는 게 나아요?’, ‘아이 키우는 게 나아요?’를 젤 많이 물어요. ‘어디 있어도 울어요. 직장 다녀도, 집에 있어도 다 울어요. 어디서 우느냐만 결정하면 돼요. 저도 제가 집에 있었으면 우리 아들이 자퇴는 안 했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집에 있었어도 그건 아닐 거예요.”
 
Q. 이번 책에 ‘엄마의 자존감’을 특히 강조하셨어요. 왜 엄마에게 자존감이 중요한가요?

“그게 나이가 들어보니까, 가장 기본이 되는 감정이더라고요. 그동안 저는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나를 끌어온 힘이 뭐지?’ 생각해 보니 제가 저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끊임없이 애썼더라고요. 제가 26년째 강의하고 있는데 ‘60살에도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 2년 전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어요. 60살부터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 가서 강의하려고요. 아들 자퇴하고 힘들었을 때 제가 괜찮은 엄마로 살기 위해 무지 애를 썼거든요. 스스로 끌어가는 밑바탕이 자존감이더라고요.”

Q. 그럼, 자존감은 어떻게 생기는 건가요?

“‘자존감을 누가 주나요?’ 태어날 때 다 갖고 태어나요. 엄마 뱃속에서 죽기 직전에 탈출하는 게 아이 입장에선 태어나는 거예요. 아이들 자랄 때 ‘잘 한다, 잘 한다’ 칭찬하면 엉덩이를 씰룩쌜룩하잖아요? 그럼 괜찮은 아이로 자라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칭찬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모든 아이에게 있어요. 공부와는 관계없어요. 아이 안에는 모든 재료가 원래 장착돼 있으니까 꺼내면 돼요. 엄마만 할 수 있어요.”

Q. 나이가 많아지는 만큼 자존감 나이도 많아져야 할 것 같은데요, 엄마의 자존감 나이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엄마가 공부해야 해요. 예를 들면, 우린 언제든지 좌절할 수 있어요. 돈이 없고, 남편과 혹은 아이들과 사이가 안 좋아지고, 그러면서 자존감이 바닥나는 순간이 오게 되겠죠. 저라는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영어, 패션(재봉), 운동을 해요. 지금 제 나이 55살에 맞는 괜찮은 여자가 되려고 애쓰다 보면 제 나이에 맞는 자존감을 가지게 되는 거죠. 54살 때 갱년기가 왔어요. 운동 시작하고 살을 뺐죠. 끊임없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려면 종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종목이 있을 거예요.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하건, 책을 쓰는 일이든, 읽는 일이든 각자의 과목을 만들어야 해요.”

◇ “엄마가 아이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해요”

김미경 강사는 "엄마가 자녀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미경 강사는 "엄마가 자녀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여섯 살 때 한여름에 유치원 간식으로 토스트를 호일에 막 싸줘서 식중독 걸려 기절, 아홉 살 때 아침에 머리 빗겨줄 시간 없다고 당시 유행하던 엄정화의 포이즌 머리라고 우기며 짧게 자름. 열아홉 살 때 수능 전날 밤, 내일 도시락 싸 가야 한다고 했더니 어떻게 수능같이 중요한 날 애들 급식을 안 하냐고 하면서 엄청 화냄” (본문 p.299~300 요약)

Q. 큰딸 아이의 고발장이 재밌습니다. 거의 ‘불량 엄마’에 가까워요(웃음).

“아니, 수능 날 급식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도시락 못 싸 오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는데 수능 시험 치는 날 같이 중요한 날 왜 급식을 안 하냐고요(웃음). 우리 딸은 그날 직접 도시락 싸 갔을 거예요. 그렇게 저와 같은 엄마한테 적응하는 애로 컸어요.”

Q. 책에서 ‘모든 모성은 옳다’고 하셨어요. 아이를 키우는데 정답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요. 남의 모성을 흉내 낼 수 없어요. 아이와 24시간 붙어 있는 게 모성이라고 했으면 저는 애 안 낳았을 거예요. 각자가 변함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모성으로 아이를 대하고 키우면 된다고 봐요. 우리 집 아이들은 그런 저에게 익숙하죠.”

Q. 대부분 출산을 전후해서 우울증을 많이 겪는다고 하는데요, 책에 산후우울증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우울증은 정상적 감정 상태입니다. 저는 25살에 결혼했어요. 전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저 자신을 제대로 키워보지 않은 상태에서 애를 낳는 순간 엄마로 전환 돼요. 애 엄마가 되는 순간, 내가 없고 아이 엄마만 있어요. ‘어떻게 아이와 내가 함께 해야 하나?’ 우울증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느끼는 거예요. 혼자 아이 돌보면서 이전과 다른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죠. 이왕 보내는 아이 키우는 시간을 질적으로 우수한 시간을 보내야 해요. 나중에 다 본인한테 돌아옵니다. 우울증을 ‘나를 사랑하는 신호구나’로 받아들이고, ‘나랑 애랑 어떻게 같이 커야 하지?’ 이 시간 동안 ‘잠룡의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하늘에 오를 날을 기다리면서 물속에 있는 잠룡처럼 그 시간에 불안하면 공부하면 최고예요. 돈이랑 공부가 같은 행위예요. 위치에 맞는 공부를 하세요. 공부와 자존감이 합쳐지면 변환 에너지가 생깁니다.”

Q.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얼마나 비중이 있다고 보시나요?

“100%죠.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어요. 아이 양육은 엄마가 잘 사는 것과 아이 잘 키우는 것이 똑같아요. 내가 잘 살 방법을 택하면 돼요. 그게 결국 아이를 잘 키우는 겁니다.”

Q. 엄마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왜 엄마의 사과가 필요한가요?

“모든 인간은 작용과 반작용이 있어요. 저는 돌본다고 했는데 아이는 참견받아 자유가 없었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내가 잘한 것도 있지만 모든 자녀에겐 상처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엄마로부터 어떤 상처든 가지고 있어요. 자녀가 부모에게 사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지만, 엄마가 아이의 상처에 대해선 반드시 사과해야 해요. 한 강연에서 사과하실 분 무대로 올라오라고 했더니, 엄마와 딸이 올라왔어요. 그 엄마는 20살에 아이를 낳았대요. 남편은 밖에서 장사하고, 형편도 어렵고, 집에서 혼자 애를 보는데 애가 막 울고 보채고 하니까 화가 나서 막 때렸대요. 머리채를 끌기도 하고… 그 아이가 고등학교 때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은 거예요. 그날 엄마가 ‘그땐 내가 너무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어, 미안하다. 엄마가 잘못했어’, 하면서 하나하나 예전의 잘못을 사과하더라고요. 딸아이가 ‘내가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하고 엉엉 울었어요. 엄마의 사과를 받고 나서야 아이가 자신이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사과가 일단계입니다. 서로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고 존경해야 해요. 우주의 나이로 보면 아이와 서른 살 정도 나이 차이는 동갑과 같습니다.”

지난 24일 저녁 7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엄마의 자존감 공부' 북콘서트 장면.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4일 저녁 7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엄마의 자존감 공부' 북 콘서트 장면.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누가 정책 보고, 돈 준다고 애 낳나요?”

Q.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 심각성은 워낙 큰 이슈인데요, 어떻게 보세요?

“‘왜 아이를 낳지 않냐?’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경제적인 이유가 크죠. 직원 중에도 결혼은 했는데 아이를 안 낳는대요. 본인도 덜 컸는데 아이 키우는데 집중하는 게 겁이 나나 보더라고요. 사랑할 때 금방 낳아야 해요. 오래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약아져요. 저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열심히 살지 않았을 거예요. 한 가지 일을 25년간 할 수 있었던 것도 애들을 양육하기 위해 애쓰다 보니 가능했고요, 그러다 보니 좋은 강사가 됐어요. 애들이 없었으면 이렇게 되지 못했을 거예요. 애들이 내 맘대로 살고 싶을 때 나를 잡아주는 힘, 일정한 형태가 잡힌 삶을 살게 해줬어요. 한 생명이 태어나서 자기 스스로 인생을 살 기회를 주는 건 태어난 데 대한 의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 힘든 일이긴 하지만 한 생명에게 정도는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요? 엄마가 된다는 건. 그리고 아이를 낳게 하는 데는 감정적 설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가 정책 보고, 돈 준다고 애 낳나요? 나으려고 작정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철학적인 설득, 생애적인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41살에 셋째를 낳으셨어요. 요즘 결혼이 늦어지면서 출산 나이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험해 보니 첫째, 둘째 때와 다르시던가요?

“저는 늦게 나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25살에 나았다고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애를 애가 키운다고 하잖아요. 41살에 낳아보니까 너무 여유로워요. 젊어서 낳을 때는 씩씩해서 좋았고 나이 들어서 낳으니 욕심을 안 부려서 좋더라고요.”

Q. 미혼 엄마들을 위한 ‘그루맘’ 사단법인 설립을 하셨더라고요?

“우연히 공연장에서 미혼 엄마들을 만나 홀트아동복지회에 가서 봉사하다 가까이 지내게 됐죠. ‘릴리킴’ 이라고 제가 만든 옷에 브랜드 이름을 붙여 옷을 만들어 팔았는데 200벌을 팔았어요. 그 수익금을 미혼 엄마들에게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할 게 아니라 지속해서 하려고 ‘그루맘’ 사단법인을 만들었어요. 주로 미혼 엄마들을 위한 자존감 수업과 마음치유 상담,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를 하고 있어요. 20대부터 40대까지 직접 아이를 양육하는 미혼 엄마들이에요. ‘당당하게 잘 살자. 미혼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엄마에 맞추자’라고 말해요. 오는 4월 22일에는 롯데백화점에서 패션쇼를 열어요. 미혼 엄마 9명이 무대에 설 거예요. 엄마 연예인들 15명이 응원도 올 예정이고요. 그래서 요즘 옷 만드느라 제가 정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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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5**** 2018-01-30 10:39:01
현문현답입니다!!!
옷만드느라 정신없다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나는 어떤 잠룡으로 살고있나..고민해봅니다.
또...
누굴 돕고자 내 삶에서 열정을 내 본 적이 있나 다시 생각해봅니다.
자기의 선택으로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지요.. 자존감은 내가 사람으로 가진 최소한의 권리라 생각해요. 오늘도 살아가는 권리를 내딸에게 멋지게 보여주고 가르치고 싶네요~
좋은 인터뷰와 좋은 기사 덕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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